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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영의 호주 치과의사 이야기

호주의 치과대학 정책

[백문영의 호주 치과의사 이야기]-<3>



이번 칼럼에서는 호주 치과 대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게요. 호주 치과대학과정은 대부분 5년이에요. 한국과 같이 예과나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과목들 없이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치과과목만 배우죠. 한국에 비해서 조금 짧은 것 같지만 호주에서 학사학위는 한국의 4년제 대학과 달리 대부분 3년에 마치기 때문에 일반 대학 과정에 비해 긴 편이죠.


치과대학 1, 2학년에는 주로 이론과 마네킹에서 플라스틱 모형을 가지고하는 가상 실습 연습을 하고요, 3, 4학년에는 이론공부와 실제로 환자들을 직접 보기 시작해요. 가장 바쁘고 힘든 시간이죠. 그리고 5학년은 주로 국립병원 등에 나가서 일 년 동안 임상강사 지도아래 수업 없이 실습만 해요. 개인적으로는 이시기에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커리큘럼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졸업을 하면 특별한 국가고시 없이 바로 치과의사로 일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전문의 과정은 일반의로 2년 이상 일한 치과의사만 대학원에 지원할 수 있고 대학원과정을 마치면 전문의가 되죠.


불과 7년 전만해도 호주에 치과대학은 5개 밖에 없었어요. 정원도 한 학교에 60명 정도였고요. 그래서 치과의사들의 공급이 많이 부족했죠. 2006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주 치과의사 수는 10,404명 이었어요. 이것은 인구 2000명에 치과의사 한 명 꼴인 숫자 이지요. 제가 첫 번째 칼럼에서 잠깐 설명 드렸다시피 호주인구는 자연 증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민인구로 증가하는 인구도 엄청나거든요. 지난 3년간 매년 30만 명 정도가 호주로 이민을 왔지요. 이렇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인구와 비싼 치과 치료비를 낮추려는 계획으로 호주 정부는 최근 7년 새 새로운 치과대학을 4군데나 더 열 수 있게 허가하고 지원해 주었어요. 하지만 기존에 있던 5개 대학들도 한해 60명 정도였던 학생 정원을 100명 이상으로 늘리면서 2013년 현재 치과의사 포화(?) 상태가 예상되고 있어요. 한해 300명에 불과했던 치과대학 졸업생이 이제는 900명이 넘으니까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처음에 예산을 편성할 때 인구 증가 예상을 심하게 잘못한 결과라고 해요.


제가 대학을 졸업한 2010년까지만 해도 졸업 후 1개월 안에 졸업생 취업률은 99%에 달했지만 지금 9개 대학에서 졸업생을 모두 배출하기 시작한 올해부터는 일구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소리를 후배들로부터 많이 들었어요.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국립병원에서 일하는 것보다 개인병원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데요, 지금은 국립병원에는 비는 자리가 없어서 취업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호주 정부가 이같이 많은 대학에 허가를 내주고 지원을 해준 근본적인 이유는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도시에 집중돼있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였어요. 가령 현재 치과의사의 83%가 도시의 개인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그래서 호주 새 대학 4개중 3개 대학을 지방에 세움으로써 지방에서 성장해온 학생들을 치과의사로 배출해 지방에 남아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려는 계획이었는데요, 최근 설립된 지방의 3개 대학 학생들 중 상당수가 도시에서 성장 후 치과대학진학을 위해 지방에 임시 거주중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어요. 그래서 호주정부의 방침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많은 문제점들만 야기 시켰다는 지적이 있어요. 외국치과의사 유입도 매해 200명에서 많게는 250명씩 되는 것도 많은 현지 치과의사들의 불만 중에 하나에요.  



백문영은 2010년 호주 퀸즐랜드 치과 대학(University of Queensland)을 졸업하고, 2011년 호주 타운즈빌(Townsville)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다가 현재는 차터스 타워스(Charters Towers)에서 senior 치과의사로 3년째 근무하고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유일한 한국 사람이며,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저자가 사는 이곳부터 800km 내륙 까지는 치과의사가 없기 때문에 250km 떨어진 휴인던(Hughenden)과 400km 떨어져있는 리치몬드(Richmond)까지 맡고 있다. 

Email: imbaikga@hotmail.com 
Blog: http://blog.naver.com/imbaikga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