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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칼럼

We band of brothers

김태일의 ‘Probe’ ④

 

요즘 우리나라에서 band가 유행한다는 얘기를 지인들에게 들은 필자는 New Trolls 같은 band를 기대하며 추천을 요청했다가 싸늘한 주변의 시선을 감수하는 시간을 가져야했다.

알고 보니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에 국내에서 생겼다가 명맥이 사라진 '아이러브스쿨'의 확장판쯤 되는 폐쇄형 SNS를 지칭하는 말이 band였다.

하지만, 일반인을 위한 Facebook과 전문가를 위한 LinkedIn이 세계적인 표준으로 간주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부는 band 열풍 또한 '아이러브스쿨'의 전철을 조용히 밟아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문득, 백년전쟁시기에 헨리 5세가 Azincourt 전투를 목전에 두고 불리한 상황에서 영국의 귀족들과 병사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며 한 연설이 생각난다. Shakespeare'Henry V'43장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From this day to the ending of the world, but we in it shall be remembered, we few, we happy few, we band of brothers.”

 

결국 영국은 이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게 되었는데, 훗날 미국의 역사가이자 전기작가인 Stephen Ambrose는 여기서 'band of brothers'를 차용하여 제2차 세계대전 시 연합군의 승리를 위해 온갖 역경을 딛고 묵묵히 임무를 완수한 미군 공수부대의 실화를 기록한 작품명으로 삼게 된다. Band of brothers를 읽어보면 홀로 느끼는 고난이 아닌 함께 겪는 고난은 형제애로 승화되어 개인의 인생과 사회의 미래를 아름답게 할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최근 치과계의 상황을 비관하며 치과의사의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는 듯 한 기사들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그러나, 힘든 것은 치과계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산업계와 국민들이 모두 고난의 시기를 겪고 있다. 옛말에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였으니, 고생의 경험을 승화시켜 모두가 힘든 와중에 기력과 미소를 되살려주는 사람이야말로 사회에서 진정으로 존경받는 자가 될 자격이 있다. 치과의사를 경제적인 선망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세간의 뒤틀어진 시각을 바로잡기 위한 이 좋은 시기에 절망만 하고 있는 다면 또다시 只見樹木의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 아닐까한다. 지금이야말로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이다.

 

 

: 김태일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치주과 교수

하버드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방문교수

하버드 한국학회(Harvard Korea Fellow Society) 회장

Journal of Periodontal & Implant Science 편집장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기획평가위원회/정보관리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