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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다금바리에 관한 불편한 진실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4>

제주에 때면 열에 다섯은 ‘J 식당 찾습니다.

물론 열에 아홉은 골프 때문에 제주에 갔으니, J 식당의 다금바리는 친구들과 ‘19 완성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말입니다.

지난 토요일에도 제주행 비행기를 타기 김포공항에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접니다! 오늘 다금바리 있어요?"

그러나 사장님의 대답은 평소와 조금 다릅니다. 예전엔 요즘 파도가 거세 몇일 배가 못떠서 없으니 다른 어종으로 드시라든지 혹은 킬로그램짜리가 하나 있다거나, 1킬로그램은 다금바리로 드시고 나머진 돌돔(갓돔)이나 뱅에돔으로 채워 드시라는 통상의 답변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중국산이 있는데 놈도 맛이 같아요!"랍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갑자기 뜬금없는 중국산이라니요...?

시쳇말로 '대략난감'입니다. 나름 양반 체면에 그건 얼마냐고 묻지도 못하고 덜컥 예약부터 했습니다. 제주에 도착해서 골프 치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음은 물어보나 마나지요.

사람이란 원래 얄팍한 존재입니다.

 

아무리 미인이고 학력이 좋아도 '신정아'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그녀에 대한 애정이 단박에 식어버리듯이 오늘 다금바리가 중국산이라는 한마디에 그렇게 쫀득쫀득했던 육질이 왠지 오늘따라 퍽퍽하고 심지어 다금바리 지리곰국(맑은탕) 예전 맛이 아닙니다.

전혀 다른 비유이지만, 조선시대 문장가 유한준의 표현대로 '알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알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은 아니다'라는 명문을 후손으로 여겨지는 희대의 구랏꾼 유홍준이 얼기설기 베껴 대박을 ,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이나니,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다금바리 버전이 아닐 없군요.

 그러니까 '다금바리를 알면 사랑하게 되고, 다금바리를 사랑하면 가짜나 원산지가 틀린 놈이 보이나니, 느끼는 다금바리 맛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되는 건가요?

게다가 계산서를 보니 기존의 제주산 다금바리 가격과 동일하게 받는 것이 아닙니까? 사장님의 환대가 오늘따라 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건 아닌 한데....

 

다금바리에 관한 불편한 진실은 이렇습니다. (일종의 '다금바리에 관한 시말서')

두어 , 제주도의 다금바리 횟집들이 철퇴를 맞았습니다. 희귀한 제주산 다금바리 대신에 중국산을 제주산으로 속여 팔았다가 전원 불구속 기소를 당했다는 후문인데, 때문에 전화 예약에 뜬금없는 중국산답변이 나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십여 먹어 다금바리는 과연 제주산이 맞을까요?

번의 외도가 들키는 순간, 지금껏 살아 결혼 기간의 순수성이 의심되듯이, 제주산 다금바리에 보냈던 한없는 애정이 단번에 식어 버린 것은 인간이기에 어쩔 없는 일입니다. (물론 동안 진짜배기도 분명 있었을 테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저기 뒤져 보니 불편한 진실들이 개가 아니라 마구 튀어 나옵니다.

 

진실 하나!

진짜 다금바리는 거의 멸종 상태라 구하려야 구할 수가 없습니다. 다금바리의 생김새도 익히 보아오던 놈과 확연히 다릅니다. 일본에서도 진짜 다금바리는 귀물 중의 귀물인데, 몸매도 날씬하고 꼬리지느러미도 아주 독특합니다. 색도 그리 짙은 갈색 혹은 검은색이 아니고 은색에 가깝습니다. 결국 제주도에서는 거의 잡히지 않는다고 보면 됩니다.

 

진실 !

우리가 진짜로 알고 먹던 다금바리는 제주에서만 그렇게 호칭을 , 실제 이름은 '자바리' 맞습니다. 이번에 중국산이라고 먹었던 놈도 자바리입니다. 다만 원산지가 다를 뿐이죠. 솔직히 중국배가 공해 상에서 조기를 잡아 우리나라 배에 팔면 국내산 조기가 되는 것이니, 중국산 다금바리든 제주산이든 맛이 맛입니다. 놈들은 몸에 호랑이 얼룩무늬들이 점점이 박혀 있기에 구문쟁이와 구분이 확실합니다.

 

진실 !

서울 횟집이나 남해안에서 다금바리라고 팔리는 놈들은 죄다 능성어(구문쟁이)들입니다. 놈들은 몸통에 '아디다스' 무늬가 있고, 회로 썰어서 내면 도미의 그것처럼 붉습니다. 게다가 가격은 다금바리의 절반 값이어야 맞습니다.

 

진실 !

차라리 몸통에 붉은 빛이 감도는 자연산 '붉바리' 귀하고 맛도 좋으며 가격이 비쌉니다.

~! 이래도 비싼 내고 자바리 드시겠습니까?

그러나 목숨을 걸고도 먹는다는 복어 같이, 치아가 일차적으로 전달해주는 자바리의 쫀득한 식감에 한번 맛을 들이면 프로포폴 중독자처럼 도저히 헤어날 수가 없는 어쩌겠습니까?

제주행 비행기를 타기 , J 식당으로 전화를 걸고 있는 스스로가 한심하기 그지없네요.

 

 

다금바리입니다. 몸에 호피무늬 얼룩이 있어야 다금바리이고,

수직으로 아디다스 무늬가 있으면 구문쟁이입니다.

 

 붉바리 사촌인데 모양새나 색이 좀 이상합니다. 일명 개붉바리라고 하더군요.그러니까 붉바리와 구문쟁이가 바람을 피워 태어난 어종인데, 박달대게와 홍게가 눈이 맞아 태어난 박달청게 비슷한 놈이랍니다.

 

                      다금바리와 참돔 회입니다. 테두리의 붉은색 회가 참돔입니다.

 

 

다금바리회는 그리 붉지 않습니다.

 흰살 생선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곰국을 끓이면 기름이 둥둥 뜹니다.

 

 J 식당 사장이 특허를 받았다는 다금바리 부속물 요리입니다. , 대창, 뽈살, 입술, ...

 

 

 다금바리 요리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미역곰국입니다. 옛날에 제주의 임산부가 아기를 낳으면 이 곰국을 끓여주기 위해 뱃꾼들 찾아다니며 다금바리를 구했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