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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칼럼

가격을 싸게 해서라도 환자를 잡아야 하나???

[이정우 원장의 실전경영학] ⑪ - 서비스 가격의 구성

<후배들을 위한 경영학 실전 적용 토론>

 

후배님. 무더위에 휴가는 잘 다녀오셨는지? 병원이 한가해서 경기가 안 좋은가 했었는데, 휴가지에 가보니 왠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 도대체 불경기라고들 하는데 맞긴 하는 건지...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휴가를 지내고 왔다고 생각해.

후배님 병원 근처에도 덤핑치과가 들어서서 힘들지? 사실 나도 요즘 들어서는 환자들이 바로 옆에 있는 그곳을 다녀와서는 우리 병원의 치료비가 비싸다고 얘기하는 통에 나름 고민을 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어. 가격을 낮춰서라도 그런 환자를 잡아야 하는 고민 말이지.^^;

 

치료수가를 낮추어 환자를 잡는 것은 우리가 흔히 빠지기 쉬운 유혹이야. 사실 싸게 해서라도 많이 하면 손해 보지는 않잖아. 그 환자 안보고 놀면 뭐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야. 사실 환자가 안 와서 돈 못 번다고 건물주가 월세 깎아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서 당연히 싸게 해서라도 치료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하지만 그 생각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몇 가지 숨어 있어. 하나씩 얘기해 줄게^^.

 

첫째, 치료비가 저렴해서 우리 병원을 선택한 사람들은 꼭 그런 걸 원하는 사람들만 소개한다는 것이야. 이건 전에 얘기했던 우리 병원의 이미지(포지셔닝)’과 관련된 얘긴데, 환자들의 마음속에 싸게 해 주는 곳이란 이미지로 우리 병원이 각인되어 버린다는 얘기지. 그러다 보면 환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그렇게 나게 되고 원래 후배님은 특별한 예외로 그분만 싸게 해 주었다고 생각하지만 환자들은 병원에 걸려있는 그 수가를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얼마씩 깎는 것이 정상 수가라고 생각하고 찾아온다는 것이야. ‘싸고 좋은 병원을 만들고 싶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땐 참 피곤한 직장인 셈이지.

 

현실적으로 싸게 잘해주는 병원이 과연 가능할까? 후배님은 재벌집안이라 돈 버는 것 신경 안 쓰고 사회에 봉사한다는 의미로 개원 한 것인가? 당장 보기엔 싸게 잘 해준다는 병원들이 마치 잘되는 것처럼 보여. 문제는 후배님이 그게 가능하다면 옆 치과도 쉽게 그 전략을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이지. 그래서 결국 요즘처럼 저가형 수가 경쟁으로 치닫게 되고 결국 다 같이 힘들어지는 길 아니겠어? 인건비, 재료비, 임대료, 물가 등 모든 비용이 오르는 상황에서 수익을 내자면 저렴한 재료를 사용하게 되고 진료의 질이 떨어지고 결국 싸구려 병원이 될 수밖에 없겠지. 결국 싸고 좋은 병원이란 환자들 마음속에서나 가능한 얘기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모델이라구.

 

둘째, 좀 깎아줘도 남는 것이 있다고 하는 계산에 착각이 있어. 서비스 가격은 그림처럼 직접비, 간접비, 이윤을 모두 합한 것으로 구성되지. 그런데, 대부분의 치의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본인의 이윤을 조금 줄인다면 할 만 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것으로 한계를 느끼고 이제는 직접비용인 재료비, 인건비 등까지 줄이게 되지. 그래도 계속 덤핑 경쟁에 내 몰리는 현실이 바뀌지 않잖아. 더구나 생각지도 못했던 간접비용의 증가를 초래하게 되는데 그것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지.

간접비용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 비용이라 놓치게 돼. 싼 재료, 저렴한 기공소를 이용하다 보면 당장은 비용이 덜 들어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 문제가 생겨서 A/S를 해 줘야 하는데 그건 비용도 못 받잖아. 인건비 줄이겠다고 조무사, 신입 치위생사를 채용해서 일하다 보면 그들의 교육에 들어가는 시간, 그들과 일하면서 떨어지는 효율성 등은 어떻게 할 셈인데? 이런 것들이 오히려 간접비용을 늘이는 결과를 필연적으로 초래하는데 그것을 못보고 당장 직접비용을 줄이니 수익이 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셋째, 치과진료는 대부분 수가에 탄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어. 예를 들면 명품백을 20% 싸게 판매한다면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지만 침대를 20% 싸게 판다고 해서 그 기회를 이용해 침대를 두세개씩 집에 사놓지는 않잖아. 침대처럼 가격이 저렴해 져도 수요가 늘지 않는 상품을 비탄력적 상품이라고 해. 당연히 치과치료도 비탄력적이잖아. 싸게 한다고 생각도 없던 임플란트 치료를 할까? 물론 문제가 있던 사람들이야 쉽게 접근 하겠지만, 문제없던 사람들까지 뽑고 싸다고 하지는 않겠지. 그러면 결국 제대로 받아야 하는 수가만 내가 스스로 덜 받는 셈이 되는 것이지.

 

넷째, 저가형 치과로 치닫는 치의들이 늘어날수록 치과 산업 자체는 공멸의 길로 간다는 것이야. ‘한계비용(marginal cost)’이란 개념이 있어. 어떤 제품을 하나 더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라는 것이지. 임플란트를 시작하자면 병원 열어야지, 유니트 체어 들여놔야지, 모터도 있어야지, 수술기구도 있어야지, 인력도 필요하지 등등 많은 비용이 들지.

하지만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그 이후 하나 더 시술하는데 드는 비용은 사실 얼마 되지 않잖아. 그래서 추가로 하나 더 생산하는 비용(한계비용)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지. 그런데, 한계비용(직접비용개념)이 작다고 해서 그것 이상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플란트 가격을 낮춰버리면 요즘같이 임플란트 시장 자체가 붕괴해 버리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야.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산업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어. 임플란트 하나를 하기 위해서 들어가게 되는 교육비, 인건비, 홍보비, A/S비용 등의 간접비를 생각하지 못하다 보니 결국 손해 보는 임플란트 시술을 하고 있는 셈인데 그걸 모르고 덤핑 경쟁에 매진하여 결국 도산의 길로 간다는 것이지. 물론 그래도 망하지 않고 운영하고 있는 치과들이 있는 것을 보면 내 얘기는 이론으로만 그치는 것이라 주장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예전에 치과가 높은 수익률을 가지고 있었고 아직도 수익이 조금은 남아있기 때문이지 현실에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 생각해. 사실 그래서 다들 치과하기가 예전보다 힘들다고 아우성이잖아.

     

적절한 수가를 통한 수익성 확보와 그로 인한 서비스의 질 향상은 함께 가는 것이라 생각해. 뭔가 잘 해 주고 싶어도 수익이 나지 않는데 계속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 지속할 수는 없는 것이잖아. 후배님만이라도 저가 경쟁에 합류하지 말고 본인의 색깔을 추구하는 병원을 만들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잔소리야. 그런 면에서 내가 도와줄 테니 고민되는 것이 있으면 나하고 상의해 보자구.^^ 

 

 

글: 이정우 원장        

경희대학교 치과대학 졸

가천의대 길병원 치과보철과 인턴, 레지던트.

육군 제 1사단, 3군수지원사령부 치과군의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치과경영정보학 석사, 박사졸.

서울치대, 경희치대 외래교수

인천 UIC시카고치과병원 대표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