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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칼럼

냉정과 열정 사이

[김태일의 ‘Probe’]- ➁

 

필자의 동문으로 방송인이자 가수 겸 화백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영남 선배를 작년 여름 사석에서 만났을 때 받았던 질문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힉스 입자(Higgs boson)’에 대한 것이었다.

 

입자물리학(Particle physics)에서 제시하는 표준모형상 기본입자 중 하나인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영국의 이론물리학자인 피터 힉스(Peter Higgs)가 1964년에 발표한 힉스 기전 (Higgs mechanism) 상 입자에 질량이 부여되는 과정에 필요한 소립자로서, 표준모형에서는 스핀이나 전하가없고 다른 페르미온(Fermion)과 약한 상호작용을 이루는 물질로 생각되고 있다”고 답변을 하였다. 조 선배의 평가가 바로 이어졌다. “결국 확실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로군”.

 

2012년 7월 4일에 유럽입자물리연구소(Organisation Européenne pour la Recherche Nucléaire, CERN)에서 발견된 힉스 입자로 추정되었던 물질은 결국 올해 3월에 힉스 입자로 공식인증 되었지만, 전문인으로서의 '책임(Commitment)과 견해(Comment)'의 중요성은 아직도 필자의 마음에 각인되어 있다.

 

2013년 6월 10일 'Journal of Dental Research(JDR)'에 온라인 출판된 논문인 ‘Patient Stratification for Preventive Care in Dentistry’(DOI: 10.1177/0022034513492336)를 보니 문득 기억이 새롭다.

그동안 우리가 치주질환 예방을 위해 일상적으로 권고해왔던 6개월간의 유지관리 치료간격이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변해야 된다는 당연한 사실이 이제서야 출판된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일반인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논문의 결과수치를 전문적으로 인용하면서 “저위험군 환자군은 연간 1회와 2회의 유지관리치료 간의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었으나, 고위험군 환자군은 연간 2회의 유지관리치료를 받은 경우 17퍼센트의 환자에서 발치경력이 있었으나 연간 1회 유지관리치료를 받으면 22 퍼센트로 발치경력이 증가했다”는 설명으로 납득시킬 수 있을까?

 

아니면, 교신저자인 미시간 치대의 Giannobile 교수의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자주 유지관리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저위험군 환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식의 새로울 것이 없는 설명으로 충분할까? 해당 논문은 연구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재정적인 지원을 한 회사에 소속된 저자가 두 명 포함되어 이해관계(Conflict of Interest)를 가지는 문제점과 명확한 정보전달을 위한 추가연구의 필요성을 함께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치의학의 밝은 미래를 바라는 전문가라면 전술한 JDR 논문을 바라보며 2007년 비슷한 연구를 Cochrane Database에 발표한 아일랜드 코크(Cork)대 Paul Beirne 교수의 '아직 새로운 결론을 얻을 만한 상태의 연구는 아니다'는 ‘냉정’과, 이번 연구에 직접 관련되지는 않았지만 '위험도 분류에 상응하는 맞춤형 예방치료법 제시를 위한 중요한 연구'라고 말한 뉴욕주립치대 Robert Genco교수의 ‘열정’ 을 동시에 느끼고 있지 않을까? 침체기에 접어드는 것 같은 우리 치과계에 문득 ‘준세이’와 ‘아오이’의 만남을 염원해본다.

 

 

: 김태일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치주과 교수

하버드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방문교수

하버드 한국학회(Harvard Korea Fellow Society)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