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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교과서에는 없는 치료법

[최상묵의 Non Troppo] ③

대학에서 학생들의 임상 교육을 시키는 치료법의 기본 근간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교육을 시키게 마련이다. 치료의 원리나 방법의 모든 것이 교과서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교육을 마치고 실제 사회에 나가 환자를 보면 뜻하지 않게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들이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만나게 된다. 이론과 실제 사이의 괴리를 맞보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대학의 의학교육을 산을 오르는 등산법과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대학에서는 산을 오르는 방법과 내려오는 방법은 분명히 가르친다. 산을 오를 때 어떤 장비를 구비해야 하고, 재난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 등은 분명하게 교육하고 연습도 시킨다. 그러나 산에서 느껴야 하는 산속에 내포되어 있는 산의 신비와 정취에 대해서는 가르칠 방법이 없다. 산의 깊이는 산을 자꾸 오르내리다 보면 그 산의 진수를 언젠가는 깨닫게 되는 것처럼 임상 지식도 교과서에 의해서만 얻을 수 없고 어떤 교수의 강의에 의해서 만도 얻을 수 없는 자기 자신만이 터득해서 얻어 낼 수 밖에 없는 진리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임상치료는 산의 신비함과 오묘함을 내포하며 산속의 기후변화처럼 다변적이고 갈피를 잡기 힘들 수도 있는 다양한 양상을 띄는 작업임에 틀림 없다. 진료실에서 환자들로부터 고통을 겪고 있는 주소(主訴 Chief complain)를 듣고 그 환자가 어떤 종류의 고통을 가지고 있는가를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된다. 교과서에서 배운 주소의 내용을 지극히 의학적 용어로서 차원이 높은 의학적 용어로 우리 지식 속에 입력이 되어있다.

 

그러나 막상 환자들이 호소해오는 주소는 환자 나름대로 평범하고 어쩌면 유치하기까지 하며, 극히 원시적인 표현을 해온다. 경상도 사람은 경상도 사투리로, 전라도 사람은 전라도 특유의 사투리를 사용하며 교과서적인 주소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환자 특유의 언어, 몸짓 표현으로 호소해 오는 것이다. 우리들은 그 잡다한 환자들의 소리를 재구성 편집해 의학적 주소를 바꾸어 판별하는 분석력이 필요하게 된다. 환자들의 주소를 잘못 해석 했을 때 가장 곤혹스럽고 또 오진을 하기 쉬운 가능성이 높다.

 

우리 임상가들은 치료법은 물론 치료 외적인 소양에 대한 많은 지식이 있어야 유능한 치과의사가 될 수 있다. 환자의 교육수준이 어느 정도 인지, 성격이 어떤지, 환자의 경제 사정이 어느 정도 인지도 단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탐정가적 소양(Detective agency)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환자와 의사간에 일어날 수 있는 법률적 송사문제에 대한 법률가적인 소양(Lawyer)또한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의 다양한 성격을 분석하고 환자의 생각이나 행동을 심리적 분석을 통해 치료 협조에 도움이 되는 정신 분석학적 소양(Phychoanalystic Factor)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모든 치료를 교과서적인 방법으로 치료한다는 원칙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모든 질병은 반드시 교과서적인 치료법으로만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도 최선일 수는 없는 일이다. 오랜 경륜과 경지에 이르게 되면 교과서적인 경지를 뛰어 넘는 나름대로의 치료철학을 터득하게 마련일 것이다.

 

교과서적인 치료방법의 탈피는 비록 의료 분야뿐 만 아니라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즘 나라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국가질병 치료법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교과서 수준도 못 미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병들어 있는 정치에 편작(扁鵲)은 과연 없는가?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