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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 · 정책

합헌.. 4년여를 이어온 1인시위도 멈췄다

처벌강화와 급여환수 위한 '보완입법'이 남은 과제

 

29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으로 치과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1시부터 정문에서 교부하는 방청권을 받기 위해서였다. 대기줄 중에는 유디치과그룹 직원들도 보였다.
개정 전 헌재 앞 커피숍에서 잠시 기자들과 마주한 김철수 협회장은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김 협회장은 "합헌이라 믿고는 있지만, 경험상 재판은 정말 자신이 없다"면서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면 토요일 (FDI 참석 차)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머리부터 깎아야 할지 모른다"고 농담을 섞었다.
얼마전 몽골 의료봉사를 갔다고 크게 다친 김세영 전 회장도 휠체어를 타고 현장에 나타났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참석 임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4년간이나 헌재 앞 1인시위를 진두지휘해온 그에게 오늘은 특별히 의미로운 날이었을 것이다. 

 

판결은 2시 정각 재판관들의 입장과 함께 시작됐다. 다행히 1인1개소법이 첫번째 순서였고, 재판관들은 '2014헌가15'(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 위헌제청), '2016헌바21'(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 위헌소원), '2015헌마561'(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 등 위헌확인) 등 3개의 사건을 '2014헌바212'(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위헌소송)에 병합해 한꺼번에 판결했다.
방청객들이 숨을 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재판관은 결정 주문과 이유의 요지를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 중 운영 부분 및 구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중 제33조 제8항 본문 가운데 운영 부분은 헙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청구인 조 모 외 3명의 위헌확인 심판청구는 기각한다"
판결 이유는 훨씬 명확했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운영’의 사전적 의미와 이에 대한 법원의 해석, 의료법 개정의 취지 및 그 규정 형식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금지하는 ‘의료기관 중복운영’이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그 존폐 · 이전, 의료행위 시행 여부, 자금 조달, 인력 · 시설 · 장비의 충원과 관리, 운영성과의 귀속 · 배분 등의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그 구체적인 내용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 · 적용에 의하여 보완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의료인으로 하여금 하나의 의료기관에서 책임 있는 의료행위를 하게 하여 의료행위의 질을 유지하고, 지나친 영리추구로 인한 의료의 공공성 훼손 및 의료서비스 수급의 불균형을 방지하며, 소수의 의료인에 의한 의료시장의 독과점 및 의료시장의 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금지하는 중복운영방식은 주로 1인의 의료인이 주도적인 지위에서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지배 · 관리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형태의 중복운영은 의료행위에 외부적인 요인을 개입하게 하고, 의료기관의 운영주체와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을 분리시켜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에게 종속되게 하며, 지나친 영리추구로 나아갈 우려도 크다. 이에 입법자는 기존의 규제들만으로는 효과적으로 규제하기에 부족하다고 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을 도입한 것이다. 위반 시의 법정형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의 선고가 가능하도록 상한만 제한하고 있어, 형벌의 종류나 형량의 선택폭이 과도하게 제한되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 외에 의료의 중요성, 우리나라의 취약한 공공의료의 실태, 의료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할 때 의료계 및 국민건강보험 재정 등 국민보건 전반에 미치는 영향,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적정한 의료급여를 보장해야 하는 사회국가적 의무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신뢰보호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의료인의 신뢰이익이,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나아가 국민건강상의 위해를 방지한다는 공익에 우선하여 특별히 헌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신뢰보호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범자를 의료인으로 한정하여, 의료법인 등은 위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고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법인 등은 설립에서부터 국가의 관리를 받고, 이사회나 정관에 의한 통제가 가능하며, 명시적으로 영리추구가 금지된다. 이처럼 의료인 개인과 의료법인 등의 법인은 중복운영을 금지할 필요성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의료인과 의료법인 등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치과계는 환호했다. 삼삼오오 심판정을 빠져나온 임원들은 서로 '그동안 수고했다'며 축하 인사를 건넸고, 김철수 협회장은 임원들과 기자들에 둘러싸여 곧바로 준비해온 입장문을 낭독했다. 
김 협회장은 이 입장문에서 "1인1개소법은 의료인이 자신의 면허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직접 환자 진료에 전념토록 제정된 법"이라고 정의하고, "이 법이 없었더라면 타 의료인에 고용된 의료인은 불분명한 지위와 책임하에 실적만을 추구하며, 과잉진료를 양산하거나 환자들과의 의료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빈번했을 것"이라며, "오늘 헌법재판소가 1인1개소법 수호라는 그간의 우리의 노력들이 합당한 행위였음을 확인해 줬다"고 환영했다.
김 협회장은 이어 "향후 의료영리화 저지와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해 1인1개소법 위반 의료기관의 급여 환수를 명문화한 최도자 의원법 등 보완입법 추진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준래 변호사도 "이번 판결이 영리병원으로 흐를 수 있는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에 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앞으로는 1인1개소법 위반건에 대해 형사 처벌이 가능해진 만큼 감옥 갈 각오로 중복개설에 나설 의료인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세영 전 회장은 즉석에서 '1인시위 종결'를 선언했다. 계속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 전 회장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헌재 앞 1인시위를 이어온 분들께 감사의 뜻'를 전한 뒤 '합헌이므로 헌재 앞 1인시위를 오늘로 종결한다'고 답했다. 그는 "의료정의에 반하는 사안이 발생하면 회원들이 다시 나서라고 요구하지 않겠나?"며, "필요한 경우 언제든 시민단체들과 협력해 우리의 의지를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바탕 축하 인사를 주고 받은 일행들이 헌재 앞에 나란히 섰다. 한 기자가 '만세라도 한번 하시라'고 권하자 이들은 서슴없이  맞잡은 손을 들어 올렸다. 앵글 속에서 모두들 기분좋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