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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구강은 예술작품의 전시장

[최상묵의 Non Troppo] ②

환자들의 입 속에 천태만상의 수복물들이 제각기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질서정연하게 또는 어지럽게 치료돼 있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치과수복치료는 다른 치료와 달리 그 치료의 증거가 뚜렷이 남아 있다는 게 특징이며, 그 치료의 작품이 누구의 작품이란 딱지가 항상 붙어 있게 마련이다. 대학에 있었을 때 수복물의 작품이 수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때 면 무척 기분이 상쾌하고 작품의 주인공이 제자인 경우엔 무척 대견스럽기도 하고 그 친구가 한결 돋보이고 한편 고마운 마음마저 생겨나기도 했다.

치과학문은 자연과학 중에서도 특별히 예술성이 강조되는 탓으로 사이언티픽아트(Scientific Art)라고 부르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우리들이 하고 있는 치료 작업에서 생리적, 기능적인 측면이 중요한 것 못지않게 조형적 심미(esthetic)에 대한 아름다움도 매우 주요시 하고 있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환자들과 치료계획을 이야기할 때 치과치료를 건축물에 비유해서 설명을 할 때가 많다. 집이나 빌딩을 지을 때 기초가 튼튼히 다져진 후에야 건물을 짓듯이 수복치료하기 전에 지지조직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수복치료 전 기초치료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줄 것을 환자들에게 협조를 구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우리 환자들은 치료를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환자도 서둘고 의사 또한 서두르는 경향도 없지 않다. 급하게 서둘러 날림으로 지은 건축물이 부실할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우리는 환자들 입 속에 축대를 쌓아 집을 짓기도 하고 강을 건너 다리(Bridge)를 놓기도 한다. 우리들이 건축한 건축물들을 입 속에 꺼내어 지상에 세워둔다면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우리들이 신()이 아닌 이상 조물주가 창조한 자연치의 기능과 똑 같은 수복물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작품마다 우리의 최선을 다하는 장인정신과 전문가적인 기질을 한껏 발휘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은 아름답고 튼튼하고 수려한 건축물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안정감을 느끼며 또한 행복감마저 갖게 된다. 치과치료도 건축물과 같이 보기에 우선 아름다워야 하고, 기능적으로 튼튼하고 불편함이 없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의사들이 환자의 질병을 고치고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일은 아름다운 일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의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업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 사람들의 입 속의 풍경은 우리들이 창작해 만든 작품의 전시장이다. 그 작품은 우리들의 자화상을 비춰주는 우리의 위상을 나타내는 거울과도 같은 것이다. 그 거울에 비치는 우리들의 얼굴이 어떤 모습으로 비치게 되는가? 우리들의 작품만큼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