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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우리는 신(神)이 아니다

[최상묵의 Non Troppo] ①

이렇게 해두면 몇 년이나 사용할 수 있을까요?”, “이 치아를 살릴 수 있을까요?” 하는 질문을 환자들로부터 받을 때가 있다. 예언가나 점술가처럼 치료치아의 수명까지 족집게처럼 알아맞춰야 할 의무는 없지만 환자에게는 납득할 만한 해답은 주어야 하기에 난감해질 수 밖에 없게 된다.

환자들은 치료 결과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얻기를 원하고 있다. 필자도 젊었을 적, 뭣 모르고 환자를 치료했던 시절에는 내가 행한 치료는 모두 내 자신의 확실한 정답을 찾아냈다고 생각했었고, 또 내가 치료한 치료의 결과가 완전무결한 것으로 착각했거나, 아니면 완전무결한 것으로 강조하려는 경향이 있었음을 숨길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정답도 아니었고, 필자는 70년대에도 치료했고, 90년대를 거쳐 21세기인 지금도 치료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40년 동안 의술의 변화에 따라 시대마다 달라지는 해답의 치료를 했다는 결론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결국 치료는 그 시대의 최선이며, 치료하고 있는 그 순간의 최선일 뿐이다.

환자들은 의사들에게 어떤 기적 같은 현상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몹시 통증을 느끼는 환자가 간단한 치료를 받고 눈 깜짝할 사이에 통증이 사라졌다면 환자에게는 기적 같은 현상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지극히 간단하고 상식적인 치료행위를 했음에 불과하다.

사실 우리가 하고 있는 의료 행위(의술)도 결국 상식을 벗어나지 못한 평범한 행위에 불과할 뿐 기적이나, 마술을 부리는 행위는 결코 아닌 것이다.

 

우리들의 행위(치료)를 지나치게 신비스럽고 절대적인 술()로 강조한다면, 강박관념은 그만치 부담이 될 수가 있다. 그렇다고 우리들의 진료행위를 지나치게 폄훼(貶毁)시키거나 속화시키자는 의미도 결코 아니며 다만,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치과치료를 환자들에게 시행한 후에 그 치료의 예후 경과에 대한 책임은 우리 의사들만이 모두 짊어지고 있을 까닭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치료예후 책임의 상당한 부분을 환자의 것으로 넘겨주는 것이 환자를 치료에 동참시키는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보철물이나 치주치료를 했다 하더라도 환자가 치료 후에 사용, 관리하는데 미흡했다면 우리들의 최선의 치료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치료의 성과는 언제나 너와나’, ‘의사와 환자가 함께 이룩해내는 업적으로 항상 강조되어야 한다.

 

이것이 동참치료(co-therapy)의 중요성이며, 특히 치과치료에서는 유독 이 점이 강조되지 않으면 치료의 실패는 불을 보듯이 명료해지는 것이다. 지나치게 완벽한 절대적인 치료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오히려 치료계획을 엉뚱한 쪽으로 몰고 가게 되는 경우도 있으며, 소극적인 치료를 시행할 경우와 지나치게 과잉치료를 하게 될 때도 있다.

최선을 다한 치료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환자 자신에게 더 많은 책임이 있음을 환자에게 환기시키고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치료 후의 예후나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자는 뜻이 아니라 그 책임과 결과에 대한 성과를 환자와 함께 나누어 가지자는 뜻이다. “우리들이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완전무결한 치료만을 늘 할 수 있을 것이며, 환자에게 언제나 완전한 치료를 하는 의사로 남아 있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들(의사와 환자)은 모두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최선의 치료방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최선일 뿐이며, 그 최선 속에서 일어나는 잘못이나 미흡함은 우리들 사이에 관용되고 용서받을 수 있는 것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의술에는 결코 신()이나 기적의 마술 같은 게 끼어들 수 없고, 다만 사람과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