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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가정에서의 치과치료

[최상묵의 NON TROPPO]-<55>


현대인들의 삶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건강’이라는 주제에 쏟는 관심이다. 건강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건강의 추구를 위하여 시간이나 노력, 하물며 재물일지라도 거침없이 소비할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구체적인 건강관리는 대부분 소홀하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물론 구강건강관리도 그 예외는 아닐 것이다. 치아가 오복(五福)이라는 옛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면서도 막상 구강건강에 대한 행동 실천에는 미흡하고 인색하거나 무관심한 경우를 많이 보게된다. 

 ‘세살 버릇 여든 까지’라는 속담처럼 치아의 관리는 어릴 때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치아를 돌보고 치과의사한테 정기적으로 데려가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다. 특히 아동의 치아에 대한 어머니의 책임은 매우 중요하다. 치과치료는 반드시 치과 진료실에서만 이루어져야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가정에서 어머니의 자격으로 치과진료요원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일이다. 아이가 입속에 충치가 있다는 것은 유아기에 관리가 부적절한 탓으로 생기는 일종의 인재(人災)인 셈이다.


아이의 입은 가정환경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입은 가정이란 공간 속에 있으며 어머니는 그 가정의 창조자이며 동시에 통제자이기 때문이다. 아동을 치료하고 검사하는 곳은 치과병원이나 학교일 수 있지만 건전한 구강건강 습관을 수행하는 곳은 어디까지나 가정(집)이 되어야 한다. 치과질환 예방을 원초적으로 실천하는 핵심적인 공헌을 하는 곳이 바로 가정이되어야 한다. 어머니가 아동의 치아 관리를 위해서 하는 일은 일상적인 지침에서 구체적인 방법론까지를 포함할 것이다.

 유아기에 수유법에서부터 점점 아이가 자라면서 먹어야하는 음식물 공급에 대한 관심과 칫솔질에 대한 방법과 횟수에 대한 간섭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유아기에 탄수화물 식품을 먹일 때, 단단하고 섬유질이 있는 체로 먹어야 하며 부드러운 전분질, 설탕이 든 음식을 먹은 후에는 반드시 신선한 과일을 먹여 세정 작용을 자연스럽게 되도록 해주는 현명함을 어머니는 가져야 한다. 어린이의 치아를 건강하게 하려면 부모와 아동이 합심해서 올바른 생활규칙을 지키는 일이다. 그리고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어머니, 아동 사이에 서로 긴밀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어머니가 가정의 치과 에이전트로서 아동의 일차적인 진료자 역할을 담당해 주는 것잉 가장 이상적인 치료 형태일 것이다.

 아동의 구강건강에 대한 부모들의 영향은 그 부모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부모의 태도, 아동의 가정조건, 생활수준 등이 치아질환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하물며 치과치료에 대한 아동들의 공포심 같은 것도 부모로부터 전수 받은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부모가 치과치료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아이들도 치과치료에 대한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아동의 구강질환의 예방치료에 대한 개념은 원칙적으로 가정과 부모를 생각하지 않고 성취될 수 없는 일이다. 부모가 아이들의 치과진료에 더 시간을 들이고 아이들 군것질에 돈을 덜 쓰는 것이 아이들에게 그만치 혜택을 주는 일이다. 지금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하루 종일 단 것을 먹도록 내버려 두어 치아를 해치게 하고 있다.


구강병 치료는 치과의사에게 달려있지만 보다 효율적인 구강건강을 확보하려면 환자들에게 자신의 구강치아를 관리할 수 있도록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치아관리 훈련은 병원, 학교, 가정이 유기적으로 실천해야 할 운동이 되어야 한다. 진보된 치료의 양식은 구강병의 감소차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보다 예방의 영속화 차원에서 그 바탕을 두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거시적 예방활동이 영속화 된다면 ‘새로운 세균조절법이 개발되어 치아 우식이나 치주질환은 다음 세기까지는 사라지게 될 것이며 칫솔질 같은 번거로운 행위보다는 보다 개발된 구강 양치만으로 족하게 될 것이다. 구강에 물리적으로 개입하거나 치아를 삭제하고, 건드릴 필요가 없어지게 될 것이며 새로운 유형의 치과의사가 탄생할 것이다’라고 예언한 어느 학자의 말이 실현될 날이 오게 될 것인가? 만약 이런 날이 온다면 지금의 우리 치과의사들은 모두 실업자가 될 염려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꿈같은 날이 올 것이라는 상상만으로도 우리 치과의사들은 행복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