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포토뉴스

서울역 노숙인의 구강건강 지킴이들

열치, 다시서기센터 치과서 매주 월·금요일 진료봉사





지하철 서울역 13번 출구에서 갈월동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다시서기의원'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대한성공회가 운영하는 노숙자들을 위한 전용병원. (사)열린치과봉사회(회장 정돈영)는 이곳에서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저녁 환자들을 맞는다.

물론 진료비라는 것은 없다. 레진이건 틀니건 예약을 하고 와서 치료를 받으면 그뿐이므로, 볼일을 마친 사람들은 문을 나서기 전 치료비를 지불하듯 '고맙다'는 인사를 남긴다. 봉사하는 입장에선 또 그 한마디가 고마워 화답하듯 다음 진료일을 한번 더 상기시켜 준다.

이곳 치과는 1층 좁은 사무실 안쪽에 공간을 마련하고 유니트체어 2대를 놓았으므로 봉사자들이 너무 많아도 곤란하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김성욱, 송덕한 원장과 김창헌 소장 그리고 김현혜 치과위생사와 삼육보건대 치위생과 전소연, 김현정, 안은별 학생이 오밀조밀 수고중이었다.

이들은 각자 일을 마치기가 무섭게 달려와 저녁 7시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발치를 하고 본을 뜨고, 완성된 틀니를 장착하다 보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그래도 이 일이 즐거운 건 신기하게도 눈앞에서 꽃처럼 활짝 피어나는 진짜 기쁨들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틀니를 끼우고 금방 얼굴이 훤해진 한 노숙인이 마음까지 밝아져 '얼마든지 사진을 찍어도 좋다'며 카메라 앞에서 입을 크게 벌려보였다. 

담당 사회복지사가 체크한 예약환자는 9명이었지만 이날 7명만 치료를 받았다. 오랜 거리생활로 구강관리가 취약할 수밖에 없을 본인들에겐 정말 중요한 약속이지만, 귀찮아지면 이렇게 펑크를 내기도 한다. 때문에 이들이 끝까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 또한 봉사자들의 몫이다. 그래서 김성욱 원장이나 송덕한 원장은 이들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에도 신경을 쓴다. 김현혜 봉사자 역시 마스크로 절반을 가린 얼굴이지만 눈가엔 늘 웃음을 단다. 봉사동아리 '다솜' 소속인 3명의 학생들은 이런 진료현장에서의 경험이 학업에도 도움이 된다고들 했다.

진료는 8시반쯤 모두 끝이 났다. 서둘러 기구들을 정리한 후 봉사팀과 담당 직원이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볼수록 환하고 맑은 얼굴들이다. 맨 아래 사진, 왼쪽 두번째부터 전소연 학생, 송덕한 원장, 안은별 학생, 김성욱 원장, 김현정 학생, 김창헌 소장, 김현혜 치과위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