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회무·정책

'대의원들은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길 거부했다'

골깊은 불신만 확인..전문의 이대로 쭉~ 가나?

19일의 임시총회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대의원들은 부의안건 3건을 모두 부결시켰다. 집행부에 대한 그간의 불신을 여과없이 드러낸 셈이다.

치과의사전문의 규정 보건복지부 입법예고안의 수용 여부를 물은 1안은 '찬성 58 : 반대 89 : 기권 1표'로 부결됐다. 지난 1월 30일의 임시총회 의결사항을 재확인 해달라는 2안도 '찬성 55 : 반대 82 : 기권 8표'로 부결됐다. 대의원총회 의장단 산하에 치과의사전문의제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3안조차 '찬성 63 : 반대 69 : 기권 10표'로 부결됐다. 염정배 의장은 이런 결과에 대해 대의원들에게 사과하고 서둘러 폐회를 선언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대의원들의 정서가 나타난 결과보다도 훨씬 공격적이었다는 데에 있다. 대의원들은 집행부를 믿지 못했고, 믿고 싶어 하지도 않는 듯 보였다. 일요일 오후의 임총 자체에 무척 시니컬해져 있었고, '이 자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린 들 제도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는 회의감이 총회장 전체를 짖누르고 있었다. 그러므로 '1안이든 2안이든 대의원들이 결정하면 그대로 성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집행부의 발언은 메아리처럼 공허하게만 들렸다.

대의원들은 집행부의 안일한 자세를 나무라는 데에도 주저치 않았다. '이런 쓸데 없는 안건보다 차라리 투쟁방법을 논의하는 게 낫겠다'는 지적이 나왔고, '집행부가 그동안 보건복지부나 공직지부와 5개 과목 신설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협회장이 직접 설명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복지부는 지금 피죽 한그릇을 차려놓고 우리 보고 먹든지 굶든지 맘대로 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통합치의학과를 피죽 한그릇에 비유하기도 했고, 2안의 논의 자체를 '죽은 자식 XX만지기'로 단정짓기도 했다.

 

 

상호 불신은 3안에서 절정을 이뤘다. 집행부는 3안의 취지를 '치과계 전체의 생각과 집행부의 의견이 다른 것 같다고 복지부가 발뺌을 하고 있으므로 회원들의 대표기구인 대의원총회 산하에 위원회를 두고 이 위원회를 통해 정부에 관련 의견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대의원들은 이를 '이제와서 대의원총회에 전문의문제를 떠넘기려는 집행부의 꼼수'로 치부해 버렸다.

협회장까지 나서 '의사결정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총회 산하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부언했건만 대의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배를 가르는 심정'으로 5개 과목 신설에 매달리도록 집행부를 채찍질하는 것으로 임시총회를 마무리했다. 고난의 집행부를 매몰차게 빈손으로 돌려세운 것이다.

왜 대의원들은 최소한의 힘마저 집행부에 실어 주기를 거부했을까?

첫째, 1월 30일의 임총 의결사항을 성사시키려는 집행부의 노력에 대의원들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집행부가 너무 느슨하게, 너무 낙관적으로 문제를 대하다가 일을 그러쳤다고 본 것이다. 둘째, 대의원들은 집행부가 이미 입법예고안을 수용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다고 보았다. 집행부가 공식답변을 피했지만 이날 총회에서는 '입법예고안 수용 추진의 건'이란 임시이사회 문건까지 거론이 됐다.

셋째, 이미 '임총이 어떤 결정을 하든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무력감이 팽배해 있었다. 오죽했으면 어떤 대의원은 현재의 치과계를 일제강점기의 나라 잃은 무력감에 비유했을까.

 

결국 대의원들의 입장에선 임총에 부의된 3가지 안건 중 선택할 수 있는 안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집행부의 전혀 전략적이지 않은 태도 또한 성과없는 임총을 도왔다. 이 자리에서조차 주무이사가 '(이 일에서) 집행부가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항변한 것.

이렇게 되면 일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 잘못을 집행부만 모른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일까' 싶어지는 것이다. 자 모른다고 했으니 정리하는 셈치고 한번 짚어보자.

첫째, 전문의 문제에서 집행부는 한번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 ‘총회가 결정해주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어조였지만, 그런 자세로는 결정을 해줘도 뒷감당이 어렵다. 일을 이끌어 본 경험이 없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5개과목 신설이 결정되고도 치과계 내부 정리를 등한시 했다. 전문과목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건 정부가 아니라 관련 학회와 치과병원들이다. 때문에 가장 급선무가 이들 학회를 설득하는 작업일 터임에도 집행부는 제도개선 특위에서조차 제대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복지부가 ‘준비도 안된 과목을 법률부터 덜컥 만들어 둘 순 없다’고 발뺌하는 건 오히려 당연한 수순이다.

셋째, 입법예고 후에도 집행부는 제도권을 하나로 묶는데 실패했다. 긴급 지부장협의회가 열렸지만, 성명서는 집행부 따로 지부장들 따로 였다. 항의시위조차 우루루 함께 몰려가질 못했으니 복지부가 ‘찾아 오는 사람마다 말이 다르다’고 해도 할 말이 있을 게 없다. 이 또한 결국은 집행부의 리더십과 결부된 문제가 될 뿐이다.

 

 

‘할만큼 다 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따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라. 사후약방문을 빼면 할만큼 한 것들이 대체 얼마나 되는지를..

통합치의학과 1개과만 신설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보진 않는다. 임플란트과가 어느날 갑자기 덜컥 생겨나 누구든 전문의 보드를 가질 수 있게 되리라곤 아무도 생각치 않았을 터이므로. 합리적인 이유로 나머지 전문과목의 출발이 늦춰지는 건 얼마든지 설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급류를 타듯 물살에 부딧치고 빨려들 때마다 방향이 바뀌어 일이 이렇게 임기응변으로 흘러가는 그 자체이다. 이렇게 되면 회무에서 회원들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집행부가 다시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집행부는 투쟁은 하되 지금부터라도 예상되는 치과의사전문의제도의 방향을 회원들에게 가감없이 설명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결정적인 순간에 여론이 먼저 집행부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