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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창원’이라고 하면 제 맛이 안 나는 ‘마산’의 ‘남성복국’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66>

  

십여 년 전, 친한 후배가 수원의 모 대학병원 응급실로 자기 아버지를 포함해서 몇 분이 노인정에서 복어를 요리해 먹고 단체로 입원했으니, 내과교수로 있는 제 처남에게 잘 좀 부탁한다는 전화가 왔었습니다.

 

대개 복어를 먹고 생기는 중독 증상은 근육 마비에서 비롯되는데, 호흡을 하는데 필요한 근육이 마비될 경우엔 생명이 위험해집니다. 그러나 살아서 응급실에만 도착하면 거의 백 프로 생명을 건진다고 보면 된다는군요. 인공호흡기를 넣으면 되니까요. 그날은 고비를 넘겼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다음날 응급실로 찾아갔는데, 환자들 코밑이 다 까맣게 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대개의 큰 병원 응급실이나 입원실에 돌아다니는 야매약장사가 의료진들 몰래 보호자를 유혹하여 뭔 약을 팔고 도망간 것입니다. 그 묘약이란 게 대나무를 태워서 만든 진액 같은 것인데 이것을 코에 집어넣으면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구라를 친 것이죠. 의료진들은 복어 독 중독의 고비를 넘긴 환자들의 예후를 대개 알기 때문에 별 신경을 쓰지 않지만, 그런 정보가 없는 보호자들은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니 안절부절 못하다가 급기야 야매한테 사기를 당하고 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대나무 진액이 바로 전라북도 정읍의 특산인 '죽력고'라는 술의 원료였더군요. 전설에 따르면 녹두장군 전봉준이 곤장을 맞고 장독이 올라 죽을 뻔 했는데, 죽력고를 먹고 나았다는 말까지 있으니까 그 야매 약장사도 전혀 근거 없는 약을 판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상상을 한번 해보세요. 단체로 누워 있는 할아버지들 코밑이 전부 새까맣게 되어 있는 모습을 말입니다.

 

실제로 무슨 풀뿌리 같은 것을 먹거나 산 속에 들어가 칩거하며 기도를 했더니 말기 암이 싹 나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암 절제 수술을 먼저 받았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부가적인 항암제치료나 방사선치료만 받지 않은 것이지요. 그러나 암치료에 있어 9할 이상 중요한 것은 '수술'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대나무를 태운 진액을 발라도 낫고, 기도를 해도 나을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는 나머지 불안한 10프로를 불여튼튼하게 하는 방법인 것인데 이게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크니까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창원은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공단을 조성하려고 만든 신도시입니다. 그런고로 전통적인 먹거리가 거의 없습니다. 반면, 마산과 진해는 오래된 도시인지라 매우 다양합니다. 진해의 군항제는 일제의 해군기지에서 비롯된 벚꽃축제라서 마뜩찮습니다만, 12월부터 3월까지 잡히는 대구(가덕 대구) 하나로 그 모든 걸 덮고도 남습니다. 그 시기엔 대구 맛을 보러 전국에서 구름처럼 몰려들거든요. 재밌는 것은 좁은 바다 사이로 이 쪽 배가 잡으면 가덕 대구이고 저 쪽이 잡으면 거제 대구라네요. 마산은 몽고군의 흔적이 있습니다. 이때 몽고군은 삼별초의 항쟁 때 온 것이 아니고 고려와 몽고가 일본을 침략하기 위해 주둔했던 때입니다. 그래서인지 시내 곳곳에서 말 그림이 있습니다. 또한 어르신들은 몽고 진간장 브랜드를 기억해낼 수가 있지요. 그러고 보니 몽고정이라는 우물물로 만들었다는 물 좋은 마산 무학소주도 있군요. 지금의 화이트소주가 그것입니다. 항구 가까이엔 오동동 아귀 골목이 있고, 인근에 복어 골목도 있습니다. 마산 특유의 통술집도 필수 코스입니다. 통술집은 전주의 막걸리집 방식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군산이나 인천의 생아귀와는 다른 방식인 마산 특유의 건아구에 대해서는 다음에 또 소개해드리고 오늘은 까치복과 졸복 사진을 올려드립니다. 졸복은 손가락만한 복어이긴 하지만 맛은 참복 이상이고 그 가격도 만만찮습니다. 게다가 작다고 얕보지 마십시오. 이 놈도 치명적인 독이 있습니다.하지만 소동파 말마따나 죽음과도 바꿀 맛이라니 혹시라도 이렇게 해서 죽으면 행복한 죽음이 되긴 할 겁니다.

 

   

마산은 아귀와 복어의 도시입니다. 아귀 골목에서 길 하나 건너면 바로 복어 거리가 있으니 이 동네 사람들은 통술집과 더불어 먹고 마시는 데는 지상낙원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삼십여 곳의 복집이 즐비하고, 큰 식당도 많지만 대개 이 집을 추천하더군요. 원래 저희는 복어회가 먹고 싶어서 찾았지만, 손이 많이 가서 요즘은 메뉴에서 뺐다고 하네요.


찬은 단출하지만 하나하나의 공력이 대단합니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는 과감히 생략한 찬이에요.

    

 

까치복 수육입니다. 작은 사이즈인데도 둘이 먹기엔 꽤 많습니다. 냉동복과는 달리 살이 포슬포슬하니 혀에서 녹습니다. 까치복은 지느러미가 노란 것이 특징입니다.

 

 

졸복 수육입니다. 사이즈는 작지만 한 입에 먹기엔 큰 참복보다 낫습니다.


 

졸복찜입니다. 소주 안주로 그만이군요.

시원한 복국도 빼놓을 수는 없지요. 이는 까치복인데, 어쩜 그렇게 시원하고 단맛이 나는지 속이 확 풀립니다.

   

졸복국입니다.

밥 한 공기 말아야지요.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