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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우버와 머구리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59>

 

아주 오래 전, 부산의 어느 판사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이상한 위헌청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내용인즉슨, 무면허 '돌팔이 의사'면 어떠냐? 누가 치료하든 병이 낫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의료법에 의해 면허를 받은 자만이 진료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은 위헌이라는 그런 주장을 편 것이죠. 당시 부산에는 각종 암을 고친다는 유명한 돌팔이 한의사가 있었을 때였습니다. 약의 주성분은 한약재라고도 할 수 없는 독극물에 해당하는 것이었죠. 실제 그 약으로 몇몇 암 환자는 완치를 하였다는데 실제 뒷조사를 해보면 1차적으로 병원에서 외과적 수술은 기본으로 받았고,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다가 중단한 경우나 거부한 경우였습니다.

만약 그 위헌청구가 받아들여졌다면 아마도 국가적 대혼란이 일어났을 겁니다. 그게 위헌이라면 판사, 검사 혹은 변호사라는 직업도 굳이 면허가 필요 없지요. 경찰서나 구치소에서 빼내 줄 수 있는 브로커가 더 싸고 유능할 수도 있고, 각종 민, 형사 사건도 법 대신 조폭 주먹이 더 빠르게 해결할 수가 있거든요. 사실 국가라는 것은 최소한의 규범이 필요하고, 국가가 해야 할 일들을 위임하기 위해 일부의 사람들을 선발하여 면허를 주는 것이 통례인데 이를 부정해버리면 국가를 부정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부의 성격이나 방향을 제시하는 구호를 선정하기 마련입니다. 이번 정부에서도 예외 없이 '창조경제'라는 단어가 등장했는데, 솔직히 감도 잘 잡히지 않았고 이를 설명할 쉬운 사례가 별로 없던 차에 상징적으로 등장한 단어가 바로 '우버 택시'입니다. 그러나 우버는 창조경제의 범주라기보다는 '공유경제'가 더 적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우버택시는 미국에서 시작했고, 유럽을 거쳐 맹렬하게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까지 파고들었습니다. 하지만 원조로 따지면 우리가 맏형일 겁니다. 그 옛날 술집에서 알선해주는 '나라시'가 그것이지요. 술집의 위탁 영업 말고도 거대 조직을 형성해서 자가용 영업을 하였는데, 한때는 개인택시 숫자보다 많았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그 맹렬했던 기세를 뒤로 하고 그만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보험도 불가할 뿐 아니라 범행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각종 불법, 탈법이 난무하는 바람에 스스로 단속을 자초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나라시라는 단어가 사라져 갈 즈음에 스마트폰 앱과 결합한 '신종 나라시'가 등장했으니, 그것이 바로 우버 택시입니다 

우버라는 괴물이 자라려면 기존 택시운송체계에 대한 불만과 함께 편리함을 쫓는 현대인들의 특성(각종 규제나 제한을 거부하는)이 어우러져야 가능합니다. 세금 좀 올렸다가 조세저항이라는 벽에 부딪히자 바로 환원해 버리는 졸렬하기 짝이 없는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이 원하는 우버 택시를 허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단속해야 하는지 고민이 무척 많았을 겁니다. 다행히도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의 도시에서도 단속과 처벌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입니다.

우버의 등장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편한 것이 제일인지 아니면 규칙을 지키는 것이 우선인지에 대해 선택을 하게 만든 것이지요 

우버가 불법으로 결정된 것에 불만을 품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당신은 영업용 택시기사의 폭언과 횡포에 한번 당해봤냐고? 혹은 승차거부를 당해봤냐고?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그 해법이 우버일 수는 없습니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다른 방법을 강구하여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요.

제가 장황히 우버 이야기를 한 이유는 머구리라는 단어 때문입니다.

흔히 치과나 다른 진료과목에서 돌팔이들을 부를 때 머구리나 야매(일본말 야미)라고 말합니다. 두 용어 모두 어두운 음지에서 불법적인 일을 한다는 뜻입니다. 특히나 머구리는 바다에 잠수하여 해산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숨을 쉬기 위해서 수면 밖으로 불쑥 나왔다가 다시 자맥질을 하는 행동들이 돌팔이 의사들의 행태와 유사해서 그런 이름이 붙지 않았을까 유추해봅니다.

그런데 돌팔이 즉, 머구리가 존재하는 진료과목은 치과를 비롯해서 피부과, 성형외과 등입니다. 그 공통점은 보험급여 대상이 아닌 치료가 많다는 것이지요. 예전 의료보험제도가 실시되기 전엔 병의원에 치료나 수술을 받으러 간다는 것은 집안 기둥뿌리를 뽑아버리는 말과 동의어였습니다. 과거 수술비 대신 집문서나 논문서를 받았다는 병원 원장님들은 이미 거부실록의 주인공이 되셨겠지요.

 

다행인지 모르겠으니 요즈음은 치과 분야에서 머구리가 많이 없어졌습니다. 보험급여가 확대된 까닭도 있을 것이고, 진료비가 많이 내려가서 문턱이 낮아져서일 수도 있고. 국민의식도 많이 올라가서 그럴 것이고 더하여 머구리한테는 신용카드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속초엔 이북 음식들이 대세지만, 독특하게도 전국적 음식이랄 수 있는 닭강정이 유명합니다. 그 많은 닭강정 집들 중에서도 만석닭강정은 인천의 신포닭강정과 더불어 양대산맥이라고 불리고 있지요. 게다가 동해안이면 어느 곳이나 물회가 좋은데 '봉포머구리집'이라는 횟집은 워낙 방송을 많이 타서 평소 주말엔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만석닭강정이나 봉포머구리나 다 이웃해 있는데, 번호표 뽑는 기계는 물론이요, 대기할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결국 이 두 곳을 찾아가려면 관광객이 드문 겨울철이나 초봄 그것도 평일에 가야 대기 시간 없이 바로 입성이 가능합니다.

그 음식들의 맛에 대해서는 백문(百聞)이 불여일식(不如一食)입니다.

 

 

​  원래 다른 곳에 있었지만 청초호 근처로 본점을 신축 이전한 것 같습니다.

이왕 속초까지 갔으니 병원 직원용으로 몇 박스, 이웃집 선물용 몇 박스를 샀습니다. 그런데 다른 손님들도 하나씩만 사서 가시는 경우는 없더군요.

닭강정집과 피칭거리쯤에 있는 봉포머구리집입니다.

머구리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나옵니다.

진짜 머구리들이 사용하던 잠수기구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물회와 기본 상차림입니다.

옥수수 알갱이로 반찬을 만들었네요. 옥수수범벅이라고 하던가요?

새우간장조림도 달달하고 짭쪼름합니다.

드디어 물회가 나왔습니다. 먹음직스럽지요?

일단 휘휘 섞어서 후루룩 먹습니다.

국수 사리를 넣고 또 먹습니다.

멍게비빔밥도 시켜봤지요.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릅니다. 통영이나 거제 쪽의 멍게비빔밥과는 약간 다른 맛이네요.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