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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도다리쑥국 먹을 때입니다~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57>

    

'도다리국'은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지만, '도다리쑥국'은 일 년에 한 달에서 한 달 반 남짓, 그것도 초봄에만 맛 볼 수 있습니다.

쑥 향은 이미 날아갔고, 질겨서 끊어지지도 않는 개쑥도 상관이 없다면야 도다리쑥국은 '사철음식'이 되겠지만, 시대는 이제 '제철음식' 제대로 먹기가 대세 아니겠습니까?

도다리쑥국에 들어가는 '해쑥'도 일반 뭍에서 나는 쑥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남해안과 섬 지역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이른 봄에 땅을 뚫고 나온 '해쑥'만이 도다리쑥국을 완성시키는 '화룡점정'이거든요.

게다가 음식의 주연이라 할 수 있는 도다리마저 봄이 되어야 물이 한껏 오릅니다. 오죽하면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도 생겼을까만, 진짜 봄 도다리는 살이 탱글탱글하고 찰집니다. 꼭 도다리만 넣어야 쑥국이 완성되지는 않지만, 광어나 가자미를 넣어서는 일단 맛도 맛이거니와 쑥과 어우러지는 풍미도 별로이고, 쑥국을 부르는 말의 운치도 나지 않습니다.

경남 통영은 도다리쑥국의 본향입니다. 물론 거제도를 비롯하여 인근의 큰 섬들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통영시가 '선점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은 사실이지요. 게다가 각종 언론에서 해마다 봄소식을 전할 때 도다리쑥국 기사를 빠짐없이 쓰는 통에 이제는 약간 식상한 아이템이 된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남해안이 고향인 사람들에겐 '식상하다'는 그런 한가한 문제가 아니고, 어렸을 적 할머니나 어머니가 끓여주던 추억의 맛이기 때문에, 그 한 그릇을 먹으려 고생을 하며 고향으로 달려가거나 서울 한복판에서 비싼 값을 치루는 것입니다.

서울에선 강북에 한군데, 강남에 한군데에 도다리쑥국을 제대로 내는 식당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상호마저 비슷한데, 강북은 '충무집'이요 강남은 '충무상회'입니다. 강북의 그 식당은 언제나 그렇듯이 좀 더 정겨운 분위기이고 가격도 착합니다. 하지만 강남의 식당은 품새 없이 지하에 자리를 잡았고, 비싼 회를 먹고 나서 식사로 쑥국을 주문을 해야 눈치를 보지 않는데다 그 가격은 도다리 눈이 튀어 나올 지경입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미맹에 가깝습니다. 적어도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 정도만 구별할 뿐, 일일이 화학적 정성분석을 해낼 혀가 없습니다. 심지어 저는 조미료가 들어있는 음식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착한식당 프로그램에서 음식 고수들이 한 수저만 떠먹고도 조미료를 너무 넣었네 뭐네 하는 걸 보면 저의 쇠가죽 같이 둔한 혀가 밉기도 하지요. 그런데 가끔은 조미료인지 다시다인지는 몰라도 입안에 확~하고 퍼지는 맛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제 저도 혀가 깨어나는 걸까요? 아니면 워낙 많이 집어넣어서 저 같은 미맹마저 느꼈던 걸까요?

도다리쑥국이란 사실 화려한 테크닉이 필요한 음식이 아닙니다. 솔직담백하기만 하면 되는 음식입니다. 남해안의 섬들에서 막 캐온 해쑥과 그리고 물 오른 도다리 새끼들이 주재료이고 나머지는 된장 베이스의 육수면 끝입니다. 그렇다면 조미료는 나중에 별도로 첨가한 것일까요? 아니면 된장 자체가 재래식이 아니라 가공된 맛된장이기 때문일까요? 사실 이 식당에서 도다리 세꼬시를 찍어 먹는 된장도 달콤슴슴한 맛된장입니다.

통영은 여객선 터미널 근처, 서호시장, 중앙시장 초입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식당들이 졸복국과 함께 도다리쑥국을 냅니다. 도다리쑥국이 나오기 전인 1~ 2월엔, 비록 못생겼지만 맛은 좋은 물메기(곰치)가 한창이지요. 그러나 저는 물메기탕의 잔가시가 매우 성가셔서 별로입니다.

그 식당들 중에서도 기자들이 선호하는 '분소식당'은 점심 식사시간 때 줄이 십여 미터가 기본입니다. 그런 까닭에 이번 여행에서는 인근의 '통영식당'을 찾았는데, 찬들도 정갈하고 심지어 자연산 회까지 맛보기로 나오며, 도다리쑥국 역시 잘 관리된 놋그릇에 담아 나옵니다. 도다리쑥국 맛이야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이런 정성에 식객은 감동을 받는 거지요.

도다리쑥국은 국에 된장을 푸는 된장베이스냐 아니면 맑은 국 같은 지리스타일이냐에 따라 맛이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에는 맑은 국이 좋고, 평소엔 된장베이스가 더 낫지 않을까 싶네요.

분소식당 대기줄에 놀라 이곳으로 왔더니 여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백반도 있으나 오늘은 손님이 밀려 오로지 도다리쑥국만 냅니다.

 찬들이 정갈하지요?

학꽁치와 잡어회까지 서비스로 나오는군요. 이렇게 장사해서 남는 게 있을까 싶네요.

두꺼운 놋쇠그릇에 담겨 나오기에 그릇을 들을 때 조심해야 합니다.

서울 신사동(통상 압구정이라 불리는 곳)에 위치한 충무 상회입니다.

역시 된장베이스이고, 도다리는 실한 편입니다. 그러나 쑥이 약간 질기고 다시다 향이 살짝 납니다.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