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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각재기국을 아십니까? -제주 돌하르방 식당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51>

 제주도는 외지인들이 보기에 극과 극으로 다가올 때가 간혹 있습니다.

가령, 일반 접객업소들도 아주 친절하거나 아니면 엄청나게 불친절하거나, 가격도 비싸거나 아니면 놀랄 정도로 아주 싸거나, 음식마저 끝내주게 맛있거나 아니면 니맛도 내맛도아니거나 말입니다. 요즘은 여기에 더하여 관광지나 음식점에 중국 사람들이 너무 많거나 아예 없거나가 추가되었지요.

게다가 제주도민들이 관광객을 포함한 외지인을 대하는 태도 역시 양극단이어서 놀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이유에 대해서 뭔가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것은 있지만 필설로 표현하기엔 정리가 좀 어렵습니다. 어쨌든 예로부터 뭍사람들에 대해서 배타적인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옛날, 같은 하숙집에 제주도에서 유학을 온 친구가 있었습니다. 평소엔 표준말을 사용하다가 집에서 전화가 오면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 같은 말로 대화를 하더군요. 그러나 이제 제주어는 학생들이 점점 외면하고 사용하지 않는 바람에, 고어(古語)를 지나 사어(死語)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다름'에 대한 콤플렉스도 한몫 했거니와 육지와 섬이 이젠 한 몸이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옛말에 말을 낳으면 제주도로,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제주도가 인구대비 명문대 진학률이 가장 높은 이유도 그 기저엔 이런 정서가 깔려있기 때문일 겁니다. 서울 혹은 육지에 대한 과도한 동경은 뒤집어 해석하면 차별로부터 벗어나려는 발버둥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최근의 제주 여행에서는 지금까지 배타적으로만 느꼈던 제주도민들에게서 애국심과 애향심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제주 유나이티드 축구단은 사기업이 구단주이지만, 제주 도민구단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제주 소주인 한라산도 도민기업이라고 상표에 쓰여 있더군요. 게다가 제주도의 소주 병목에는 최경주 선수의 신발 뒷굼치처럼 태극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모습들이죠.

각재기국(전갱이국)으로 유명한 돌하르방 식당은 놀랍게도 육이오 참전용사의 집입니다. 심지어 1952년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무공훈장까지 식당에 걸려 있습니다. 참전용사 할아버님은 꼬마 손님에게 거수경례를 시키고는 용돈 천원을 쥐어주시는 것이 취미입니다. 아이들은 씩씩하고 용감해야 한다면서요. 기껏 몇 천 원짜리 밥을 팔면서 천원이나 말입니다.

할아버님은 고등어회를 썰거나 굽는 게 끝나면, 이 테이블 저 테이블 다니면서 반찬 리필을 해줍니다. 메뉴를 어떻게 시키면 돈도 덜 내고 고등어까지 얻어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 간섭까지 하니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입니다. 아마 이런 적극적이고도 긍정적인 행동들이 건강하게 장수하시는 비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따라 이 테이블은 뉴욕에서 온 교포들이고, 저 테이블은 캐나다에서 온 교포들로 만원입니다. 외국에 가면 애국자 아닌 사람이 없다는데, 오랜만에 고국의 정을 느끼려면 아무래도 애국심이 투철한 식당이 좋아서겠지요?

주택가 골목 안에 얌전히 있습니다.

손 떨림 하나 없이 고등어 회를 뜨시고 계십니다. 이렇게 정정하시니 백수 보장입니다.

고등어회의 성상은 활어라기보다는 선어회에 가깝습니다. 고등어는 회를 뜨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붉어진다는군요.

할아버님에 대한 스토리가 신문과 잡지에 실렸군요.

너무나 자랑스러운 무공훈장입니다.

혹자는 말하겠죠. 이런 양반들 때문에 통일이 방해되었다고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활개치고 다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작은 생선만한 멸치젓갈 하나면 공기밥 한 그릇 뚝딱 하고도 남습니다.

마늘과 고추 다대기를 각재기에 풀어서 먹으면 됩니다. 제주도 김치와 경상도 김치는 흉내내기가 어려워서 중국산이 힘을 못씁니다.

4명이 와서 식사를 주문하면 1만 원짜리 고등어구이가 서비스입니다.

그러니까 둘이서 온 팀들이 합석해서 주문하면 고등어구이가 공짜라는 얘기죠. 할아버지가 그렇게 먹으라고 가르쳐주신 팁입니다.

해물뚝배기인데 된장이 구수하고 해물 때문에 시원합니다.

제주도에서는 갈치와 각재기를 가지고 국을 끓입니다. 아주 비릴 것 같은데도 그렇지 않은 신기합니다.

각재기는 전갱이를 부르는 제주 방언입니다. 전갱이는 농어목 전갱이과인데, 고등어나 살찐 꽁치 형상입니다. 기름기도 제법이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천대받지만 일본에서는 '아지'라고 부르고 고급 생선에 속합니다. 특히나 '시마 아지'의 경우는 스시 재료로 최고급입니다.

 양념 다재기를 적당히 풀은 후에...

한 수저 뜨면 속이 확 풀립니다.

폐교된 삼달초등학교는 이제 김영갑 두모악 갤러리로 변했습니다. 폐교 터는 아름다운 제주 정원으로 꾸몄는데 한 쪽 구석에 국기게양대가 아직 있군요. 국기에 대한 맹세문이 너무 낡아서 마치 요즘의 태극기 신세처럼 보입니다.

애국심 소주인 한라산 소주! 태극기까지 있으니 국가대표 소주라고 해야 하나요?

한라산 소주의 전신은 한일 소주인데, 예전 대학교 수학여행 때 엄청나게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