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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주인의식' VS 오너의 '직원의식'

[함께 푸는 치과경영 14] 노는 것처럼 일하기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경우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치과의사 선생님들도 일터에서는 조 부사장처럼 명백한 오너이므로 언제든 똑 같은 무리를 저지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드리는 질문입니다.

필자도 잠시 신문사를 직접 운영한 적이 있는데요. 그 때의 경험을 얘기하자면 사실 부끄러운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걸 내 기준에서 생각했으니까요. 가령 기자들이 올리는 원고가 아주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밖에 쓰지 못할까, 성의 없이 대충대충 쓰갈기는 건 아닐까? 단 한번도 마감 때마다 그들도 그들 나름의 산고를 겪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참지 못하고 부릅니다. "야 이게 뭐냐 원고가"로 시작해서 "차라리 내가 다시 쓰는 게 낫겠다"로 마무리 할 때 쯤이면 기자들도 엥간히 주눅이 듭니다. 문제는 다음에도 또 다음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똑 같은 얘기를 매번 반복해야 하니까 짜증이 날 수밖에 없죠.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날 그 친구가 얼굴색을 붉혀가며 반발을 하더군요. '국장님은 제가 하는 일은 모두 맘에 안드시는 거'라면서.. 전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어떻게, 어~떻게 같이 잘 해보자는 상사에게 저렇게 대들 수가 있을까? 그리고 그 친구는 얼마 후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운 경험입니다. 저의 가장 큰 실수는 겨우 경력 2~3년의 기자들에게 20년 짬밥의 제 기준에서 결과물을 요구한 것입니다. 그냥 방향을 잡아주고, 좋은 기사들을 스스로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제 역할이었음에도 그때는 뭐가 그렇게 조급했던지 함부로 닥달하고 가르치러 든 거지요.

 

오너의 입장에서 보면 직원들이 '이렇게 저렇게'만 해주면 회사가 잘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게 안돼서 '요 모양 요 꼴'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순간 모든 잘못이 직원들 탓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주인의식을 강조하기도 해 보지만, 그 주인의식이란 건 직원들에겐 공염불이기가 십상입니다. 왜냐하면 누가 봐도 그 회사는 사장이 주인이거든요. 누리는 일에서는 혼자 주인이고, 애쓰는 일에서만 '우리 모두 주인'이라고 우긴다면 누가 그걸 내 일로 받아 들일까요.

안되는 치과의 경우도 원장과 스탭의 관계는 '속이 타는 쪽'과 '한발만 걸친 어정쩡한 쪽'으로 명확히 구분됩니다. 그 어정쩡함을 성질대로 바로 잡으려다간 자칫 조현아 부사장의 '갑질'을 되풀이 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이 경우에도 '우리 모두가 주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직원'이란 심정으로  눈높이를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스탭들 보다 원장이 해야할 일이 훨씬 많아지거든요. 저 유명한 경영서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에서도 Fish의 핵심개념은 '노는 것 처럼 일하기'입니다. 그걸 누가 만들까요? 바로 원장이 할 일입니다, 소중한 내 치과를 위해서...

그리고 이 과제를 잘 수행해 내면 마침내 스탭들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치과에서 아주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 덕분에 일도 견딜만하다. 나는 이곳에서 11년 동안 근무했는데, 아직도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것이 즐겁다. 우리 스탭들은 결코 치과의사가 될 수 없으므로 승진이 별로 의미가 없다. 우리는 '위'가 아닌 '옆'으로 뻗어가야 한다. 따라서 새 직장에서 다른 일을 시작하기보다는 이미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 더 좋다. 내 생각엔 이 도시에서 이곳이 가장 좋은 치과이다. 지금 환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줬다 하더라도 6개월 후 그가 다시 찾아왔을 때는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우리는 멈출 수 없으며, 이런 작은 도전들이 일을 즐겁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