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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복날에 하모도 먹드나? 하모~!" - 대치동 ‘여수 동촌’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35>

아무리 붕장어(곰장어), 먹장어(아나고), 민물장어(뱀장어)가 맛있다 해도 갯장어 앞에서는 명함을 내밀 수가 없습니다. 크기도 뱀장어의 두 배까지 자란다고 하니 장어 중에도 왕이라 할 수 있죠. 칠성장어나 무태장어도 있지만 워낙 희귀한 놈들이거나 괴상망측하게 생긴 놈들이라 별도로 하고 말입니다.

갯장어(하모)를 고흥지방에선 참장어라고도 부른다는군요. 그렇다면 나머지 장어들은 장어도 아니라는 말이 되네요. 우리나라 갯장어의 대부분은 고흥과 여수 그리고 경남 고성에서 잡힙니다. 그 중에도 굵고 튼실한 놈은 잡히자마자 바로 일본으로 보내는데, 요즘은 서울로도 제법 올라오는 모양입니다. 교토나 오사카의 유명 가이세키 집에서 사용하는 어린이 팔뚝만한 놈들은 거의 국내에서 수출한 것이라지요?

 

그런데 장어 중에도 회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나고와 갯장어뿐입니다. 뱀장어를 회로 먹지 않는 이유는 대체 뭘까요? 추정하건데 몸에 기름기가 너무 많아 배탈이 나기 때문은 아닐까요? 기생충 때문이라면 갯장어나 아나고도 마찬가지로 회로 먹지 않겠지요. 그리고 아나고와 갯장어는 바다생선이고, 민물장어는 말 그대로 민물에 살기 때문에 육질에서 비릿한 흙냄새가 난다고들 하네요. 그런데 갯장어도 수온이 내려가는 9월부터는 기름이 몸에 차서 회로 먹지는 않는다는군요.

갯장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일단 세꼬시 형태로 썰어 낸 회를 선호합니다. 칼집을 내어 살짝 샤브해서 먹는 유비끼스타일은 그 다음입니다. 사실 선도로 따져도 회로 먹는 놈이 제일 나을 것이고, 샤브샤브용은 언제 죽은 놈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하모회가 샤브샤브용보다 두 배 정도는 비쌉니다.

 

그런데 왜 갯장어가 금()장어가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워낙 귀한 놈이라서 어느 정도 비싼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샤브샤브용 한 점에 거의 5~6천 원 꼴입니다. ‘노들강민어도 한 점에 8천원 내외이니 고베 소고기 비싼 놈이나 참치 대뱃살(오도로) 부위에 버금갈 정도입니다.

서울에서 갯장어로 제법 알려진 곳은 대치동의 '여수 동촌''여수 오동도'입니다. 논현동의 '노들강' 등에서도 취급을 하지만 주 메뉴는 아닙니다. 여수라는 지명을 두 곳 다 사용하는 걸로 봐서 '여수' 프리미엄이 있다고 봐야겠죠? 노래 제목처럼 여수 밤바다에서 돌산대교를 바라보며 갯장어 회에 소주 한 잔~~! ~~!’ 그림이 제대로 나옵니다.

 

그런데 정작 억울한 곳은 고흥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갯장어의 많은 부분을 이곳에서 출하함에도 불구하고 여수에 밀려 힘을 못 쓰는군요. 경남 고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룡발자국에 치여 하모 홍보를 제대로 못하는 형국입니다.

원래 하모는 일본 말인 하무(‘물다라는 뜻)에서 왔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일본에서는 햄도 하무라고 발음을 합니다만, 경상도 사투리인 하모!’(아무렴!)도 비슷하게 들리지요.

이제 하모를 원 없이 먹었으니 더위 먹을 염려는 이제 없겠지요? "하모~~!!"

 

대치동 포스코 아파트 인근 골목에 있습니다. 토요일 저녁임에도 자리가 꽉 차는군요.

 

세로로 둥둥 떠 있는 놈들은 곧 운명을 할 듯합니다. 종업원에게 저런 놈으로 사시미를 떠오면 돈 안낼 거라고 경고부터 줬지요.

 

겨우 요게 2인분입니다. 한 주먹도 안 되는 양이 10만원을 훨씬 상회하니 말이 됩니까?

 

깻잎과 마늘, 청양고추를 넣어 먹으면 하모의 참맛을 잃어버립니다. 저는 회만 장에 찍어 먹었지요.

 

샤브샤브용 육수입니다. 녹각도 들어가고 대추도 한 개, 피망인지 파프리카인지도요.

 

           샤브샤브용 하모입니다.

 

살짝 데치면 국화차의 일종인 티앙팡(금상첨화)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종업원이 싫다는데도 굳이 마늘과 고추를 올려주네요.

 

 육수에 특제 고추장 소스를 투하하고 그리고 라면을 넣습니다.(라면 스프는 넣지 않습니다.)

 

라반죽반을 시켰더니 죽도 제법 잘 쑤어 왔습니다. 죽은 쌀이 씹히지도 그리고 안 씹히지도 않아야 제대로 만든 것입니다.

 

 

몇 년 전, 경남 고성 끝마을 횟집에서 갯장어 잡는 모습입니다.

아나고 잡을 때처럼 못이 박힌 도마 위에 하모를 찍어 놓고 요동을 못 치게 해야 하지요.

그나저나 저 이빨 무섭지 않습니까? 왜 하모인지 아시겠죠?

심지어 하모 배를 갈랐더니 뱃속에 어린 물고기가 통째로 들었더군요. 역시 뱀 과()라 씹지 않고 그냥 삼키나 봅니다.

 

죽음의 맛! 하모회입니다. 아나고 보다 훨씬 쫄깃하고 탄탄하지요.

시골 양념 된장에 찍어 먹어도 좋고, 초장에도 기가 막히고, 간장에 와사비 풀어서 찍어 먹어도 쓰러집니다. 일단 가격과 양에서 여수 동촌을 제치고 들어갑니다.

 

하모양념구이입니다. 양념이 너무 달달하긴 하지만, 살이 솜처럼 포슬포슬 합니다.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