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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권위주위적 의사와 권위있는 의사"

[최상묵의 NON TROPPO]-<23>

 

   

의사와 환자는 질병이란 어떤 특수상황을 가운데 두고 맺어지는 관계이다. 그 질병을 치료해야하는 의사는 당연히 전문적지식과 시술 능력이 필요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힘과 권력 그리고 권위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전문인으로서의 의학적 권위는 필연적인 사회적, 문화적 권위로 인정되고 있는 부분이다.

 

의사들이 사회적 지위와 권력이 부여되는 대신에 그에 따르는 투철한 소명감이나 봉사정신이 요구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규범이나 제도적 제한과 덕목이 요구된다. 의료행위의 존엄성과 규율이 엄할수록 의사들의 권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푸코(Foucaut)육체에 가해지는 규율이 권력의 본질이며 또한 육체의 욕망을 관리, 조정하는 것이 바로 권력의 출발점이다

현대의술이 눈부시게 발달되었다고 뽐내고 있는 즈음에 모순되게도 의사들의 불친절함이나 지나친 권위주의적 태도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의사는 환자에게 수탁적 책임(fiduciary responsibility)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근원적으로 환자보다 우위에 놓여있게 마련이며,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딱히 수평적인 위치에 있기는 어려운 일이다. 의사가 수탁 받은 책임을 완벽하게 처리해 내기엔 의학의 한계성과 불확실성이 너무나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의학이 감수해야 할 불확실성에 대해 환자와 의사가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에 혼돈과 오해가 발생하기 마련이며 그에 따른 불만과 실망이 따르게 마련이다. 과학적으로 무장이 잘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의술에 대한 막연한 맹신과 지나친 상업화에 편승된 과장된 치유능력에 대한 편견이 때로는 의사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현대 정보사회에서 누구나 손쉽게 의학정보를 접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의사들만이 자기의 전문성에 대한 정보의 독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권위가 쉽게 붕괴될 수 밖에 없다. 의사들은 허구적인 권위주의에 빠져 안일한 일상에 안주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과 대중으로부터 평훼(評毁)되고 지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 스스로만 아무리 높은 직업적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해도 사회에서 보는 시각이 이기적인 집단으로 비춰지는 것은 바로 전문적 직업의식의 취약성이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가장 권위있고 우월성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중요한 덕목은 자율성(autonomy)을 갖고 있어야 한다. 즉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서 조정하고 평가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반면 다른 사람에 의해서 조정되거나 평가되지 않는 고유한 권위를 가지고 있는 자율성을 말한다.

 

요즈음 사회에서 인간관계가 카리스마나 전통적인 권위의식은 점차 쇠퇴되어가고 합리성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변모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의사와 환자의 관계도 대등적 관계로 변모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의사들은 이러한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옛날 생각만하고 있기 때문에 진료실에서 사소한 말다툼이 빈번해지고 의사들의 의견이 호응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의사들은 이제 사회적 행동양식의 변화를 스스로 모색해야 하며 일방적인 독점이나 위압이 아닌 인간적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통한 합리적인 권위를 쌓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권위있는 의사라는 말은 점점 사라져가고 권위주의적 의사란 말로 바뀌어가고 있다.

굳이 권위를 내세울 필요가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 권위있다는 표현을 부여하지만 권위에 기반을 둔 권력을 행사하려고만 하는 사람에게 권위있다는 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자신의 권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최상의 방법은 때때로 실수도 하고 그 실수를 또한 인정할 수 있는 비판의 자유가 있어야만 진정한 권위를 누릴 수가 있다. 권위와 비판의 자유 사이에는 대립이 아니라 깊은 상호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인간만의 독특한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자기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모든 권위의 진정한 근본이 된다. 합리적인 권위는 능력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비합리적인 권위는 힘에 기초를 두어 그것에 종속된 사랑을 착취하는데 사용한다.

권위는 언제나 힘과 구별되어야 하며 인간자체에 함유되어지는 어떤 가치를 말한다.

의사의 권위는 신뢰를 바탕으로 둔 권위가 되어야만 한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