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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경상도식 곰탕의 진수 - 현풍할매곰탕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30>



현재의 행정구역 개편을 언제 누가했는지는 몰라도 우스꽝스럽고 어색한 부분이 많다.

가령 광역시 소속인데도 단위는 군, 면 등을 쓰는 경우가 그렇다. 예를 들어 대구광역시 달성군 현풍면이 그렇고, 울산광역시 울주군 등도 그렇다. 부산도 기장군이 이에 해당하는데 ,유독 서울만 그런 지명이 없다. 서울특별시 남양주군... 뭐 이런 지명도 나와야 확실한 지역균등이 아니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그런 지역이 해당 광역시와 불가분 관계여서 그리 하였겠지만, 아무래도 억지스럽다.

과거 큰 선거를 앞두고 광역시(당시에는 직할시) 승격을 무더기로 해준 적이 있었다. 100만 인구가 넘어가면 기계적으로 무조건 광역시로 높여 주었는데, 가령 광주가 인구가 모자라다 보니 인근 송정을 편입을 시켰고, 울산도 울주를 편입시켜 승격시켰다. 다 표를 노리고 그러했겠지만 선거결과가 그에 부응했는지는 기억이 없다.

문제는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수원이다. 인구가 115만을 넘어 120만을 향해 가는데도 광역시 승격은 감감무소식이다. 수원에 물꼬를 터주면, 성남, 안양, 부천, 용인, 화성... 서울을 둘러싼 모든 도시가 광역시가 되어 서울을 협공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자체의 세금 관련 때문일까? 다른 지역에서는 적극성을 보이는 인근 시군통합 문제도 수원, 화성, 오산 통합에서만 정부는 오불관언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역 이기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는데, 결국 해당 지역의 공무원들과 토호세력들이 전부 주판알을 튕기고 있으니 정부도 손을 놓을 밖에.

(현풍 이야기를 하려다 옆길로 그만 새고 말았네....)

 

현풍은 그리 큰 동네는 아니지만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였고, 의병 곽재우가 왜군을 격파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가? 현풍은 곽 씨의 고장이다. 곰탕 먹으러 현풍을 들어서는 순간 요상한 현수막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이 고장이 낳은 곽XX가 높은 나리가 되었다는 그런 촌스런 현수막 말이다. 해당 인물은 정작 이런 게 걸려 있는지 알 수도 없겠지만, 결국 그 양반의 부모나 친척들이 이를 볼 것이고, 아들한테 부탁해서 우리 동네 사람들 앞길, 옆길, 뒷길 모두 잘 봐달라는 얘기가 아니고 무어겠는가!

현풍은 천 미터가 넘는 비슬산의 서쪽 기슭에 있는데, 내 고향이 비슬산 동남쪽이니 산을 중심으로 정반대에 위치한 곳이다.

 

현풍은 딱 하나 알려진 것이 곰탕이다. 황해도 해주곰탕, 전라도 나주곰탕과 더불어 경상도 곰탕을 대표한다. 해주곰탕 맛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현풍의 그것은 나주곰탕과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나주곰탕은 우족을 넣어 달이지 않아서인지 확실히 국물이 맑다. 게다가 국물 맛이 살짝 달짝지근하다. 꼬리한 냄새도 없다. 깨도 엄청 뿌려 나오니 화장을 이쁘게 한 봄처녀 같다.

하지만 현풍곰탕은 우직하다. 국물도 굉장히 뽀얗고,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꼬리한 냄새가 코밑을 은근히 자극한다. 화장기 하나 없는 투박한 시골처녀다.

한 때 신문지상에 현풍곰탕 원조싸움인지 간판싸움인지로 시골동네가 시끄러웠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박소선할매집 곰탕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서울에도 두어 곳 분점이 있는데, 본점 맛과 그리 다를 바가 없다. 그 때의 기억도 '꼬리꼬리' 했으니까!

 

청와대 본관 사이즈만큼 식당이 크다. 동네 결혼식 피로연까지도 한다. 먹을 게 없는 뷔페 보다는 차라리 이곳에서 곰탕으로 접대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들 것 같기도 하다.

 

찬이 너무 단출하다. 게다가 젓가락이 잘 가지 않을 정도의 경상도 찬맛이란 드셔보지 않고는 잘 모른다.

 

테이블 옆에 깍두기 항아리라도 있으면 알아서 리필 할 텐데 계속 종업원을 불러야 하는 시스템이다. 뽀얀 국물인 걸 보면 오래 끓인 건 분명하다.

 

 

스지(힘줄)도 좀 있고, 살코기도 좀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