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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원조 나가사키 짬뽕을 찾아서 - 사카이로(四海樓)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28>

  

나가사키는 한반도와 가깝고 또 중국과도 가까운 지역이라 오래 전부터 대륙으로 통하는 요충지였습니다. 게다가 최초로 외국(서양)에 개항된 곳이기도 합니다. 대략 17세기 전후에 개항을 했는데 처음에는 중국의 조차지역처럼 일정 구역에만 외국인들이 드나들도록 하였습지요(나가사키의 '데지마'라는 지역이 바로 그곳입니다).

일본에 최초로 드나들었던 서양나라는 포르투갈이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동학난과 유사한 성격의 시마바라의 난이후에 축출되고 대신 네덜란드가 들어왔습니다. 그 중심 지역이 바로 나가사키입니다. 네덜란드를 의미하는 '오란다'라는 말은 네덜란드 사람도 뜻하지만, 서양 사람들 얼굴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일본인들은 양코배기들을 무조건 오란다라고 불렀다고도 하네요.

서양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중국과 우리나라도 아주 오래 전부터 큐슈 지방을 드나들었습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가 도래인으로서 그 지역에 살았을 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정유재란 그리고 그 이전에 왜구들에 의해 끌려간 사람들도 그 지역에 많이 살았으니 자연히 우리나라 문화가 엄청나게 녹아들었습니다. 실제 나가사키에서 시마바라 쪽으로 가다보니 시골집들의 기와가 우리나라 기와 스타일과 상당히 흡사하더군요.

대개 중국문화(대륙문화)는 우리나라를 통해서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중국과 일본이 직접 교류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굳이 한반도를 거친 뒤 또 배를 타고 건너느니 아예 처음부터 배를 타고 건너간 것입니다.

 

현재 나가사키 음식에서 중국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가 싯포쿠 요리입니다  

여기서 싯포쿠라는 발음에 유의해야 하는데, 일본인 특유의 자살문화라 할 수 있는 '셋뿌꾸'와 감별해야 하는 것이죠. 셋뿌꾸는 할복을 말하는데 다른 말로 '하라키리'라고도 합니다. 자신의 명예가 더럽혀졌을 때나 굴욕을 당했을 때 혹은 죄값을 치루기 위해 할복을 하는 것이 이 친구들의 풍습인데 이는 사무라이 문화의 잔재라고 봐야지요. 대개 서양에서는 권총을, 우리나라나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는 목을 맨다거나 투신을 하는데 비하여 일본의 사내들은 셋뿌꾸를 함으로써 명예회복을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다가 벚꽃이 한꺼번에 지는 것에 대한 미학이 있는 것처럼 자살에 대해서도 미학적 접근을 하는 바람에 한때는 할복 자살을 예찬하는 경향까지 있었지요. 그러나 현재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자살 1위 국가라고 하니 걱정이 앞섭니다. (어이쿠! 옆길로 샜군요...)

싯포쿠는 17 세기 즈음에 나가사키에 거주하던 중국인들이 일본사람들을 대접하기 위해 생긴 음식문화라고 합니다. 일종의 한상차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주색 원탁 상에 여러 요리를 한꺼번에 올린 뒤에 접대를 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조금은 격식을 따지고 또 먹는 순서까지 따지기도 한다는데 관광객들까지 여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대개 주인장의 식사 시작 신호가 있으면 맑은 국부터 마시고 시작합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싯포쿠를 접하지 못했지만, 예전에 경험한 바에 따르면 음식 내용이 특이하다기 보다는 일본 특유의 코스 요리가 아니라 한정식 스타일처럼 한상차림이라는 것만 기억이 나네요.

두 번째 요리는 나가사키 짬뽕입니다.

메이지 시대 초기에 시작한 음식이라니 임오군란 이후에 만들어진 짜장면에 비하여 조금 더 오래된 요리이고, 그 원조 식당은 아직도 나가사키에서 성업 중입니다. 우리가 흔히 백짬뽕이나 굴탕면이라 부르는 짬뽕처럼 국물이 하얗고 걸쭉한 게 특징입니다. 그 국물은 닭고기로 만들기도 하고 닭고기와 돼지사골을 섞어서 만드는데 약간 짠 맛입니다. 면의 색깔은 노란색인데 이는 '도아쿠'라는 천연방부제를 넣기 때문이라는군요. 건더기로는 채소, 고기, 어패류 등 다양하게 올리는데 겨울엔 굴, 여름엔 조개, 봄에는 죽순 등 계절의 대표 재료를 넣기도 합니다.

나가사키 짬뽕과 형제격인 사라우동도 먹어볼 만 합니다. ‘사라라는 말 그대로 접시(일본말로 사라)에 담아내는 우동인데 일반적인 면이 아니라 바삭하게 튀긴 면을 사용합니다. 튀긴 면도 굵은 놈과 얇은 놈 둘로 나뉘는데 집집마다 그 모양새가 다르지요. 사라우동엔 반드시 우스터소스를 넣어야 제 맛입니다. 처음엔 싱겁기도 하고 느끼하기도 했는데 우스터소스를 넣으니 비로소 그 맛이 완성되더군요.

  글로버가든 초입에 있는 사카이로입니다.

 

  

 단체로 오면 1인분씩 나오는 것이 아니라 큰 그릇에 담아 나와 덜어먹게 합니다.

 개별 주문을 하면 요렇게 나오는데, 생각보다는 좀 짭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골프장 클럽하우스의 짬뽕은 우리 입맛에 맞게 조금 변형시켰습니다.

  사라우동인데, 가늘고 얇은 튀김면입니다.

 

  딱딱한 면 위에 소스를 뿌리고 어찌 비벼먹을까 고민이 됩니다.

 

 

치를 챈 종업원이 다가오더니... 바로 옆의 빈 접시를 엎어서 팍 하고 누르랍니다.

그랬더니 옛날 생라면 부수어먹던 모양처럼 완전히 짜부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소스를 올리고 우스터 소스까지 뿌려 비벼 드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