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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강(江)가에 서 있는 여유로움"

[최상묵의 NON TROPPO]-<21>

 

 

강물은 언제나 흐르고 있다.

숲과 초원을 해쳐 흐르고 땅을 가로 질러 흐른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물결이 물결을 따르며 어딘가를 향하여 그 여로(旅路)를 가고 있다. 대하와 여울, 맑은 물과 탁류, 차가운 물 따스한 물 여러 가지 모습으로 흐르는 강물이 있다. 때로는 홍수가 났을 때는 강물 위에 무수한 물체들이 떠내려 오는 광경을 보게도 된다.

홍수와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는 많은 것을 떠내려 보내는 불가피함이 있는 가하면 그런 위급한 상황애서도 기필코 구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조난된 사람일 것이다.

 

학문(學問)의 흐름도 마치 강물이 흐름과도 같이 무수한 내용을 함유한체 계속 유유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가장 깊은 강은 가장 조용하게 흘러가듯이, 가장 보편성이 있고, 정돈된 학문의 물줄기는 언제나 조용히, 그리고 유유히 흘러가기 마련이다. 강물이 때때로 변덕을 부리듯이 학문의 흐름도 소용돌이치며 급류도 되고, 홍수와 같은 난동을 부리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학문정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홍수가 밀려오는 강기슭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구조해야 할 것인가에 고심하듯이 학문의 큰 홍수에 우리는 지금 어떻게 대쳐 해야만 하는가?

 

강에 떠내려 오는 모든 사물들을 다 건져 올릴 수 없듯이 끊임없이 흘러오는 많은 의학정보를 모두 수용할 수 는 없는 일이다. 학문 흐름의 경향도 마치 유행의 물결처럼 한때는 풍미했다가 어느새 자취를 감추워 버리는 시류를 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다 꾸준히 정리 정돈되어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정설(定說)로 정착되는 것이다.

학문의 흐름의 강()가에셔 어느 뗏목하나가 떠내려 온다고 해서 그것이 새롭고 신기한 물건인양 착각하고 그 뗏목에 뛰어 올라타면 그 뗏목과 함께 강하류로 하염없이 떠내려가 우리들의 시야를 벗어나 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학설이나, 새로이 탄생한 약품이나 첨단 재료가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고 허겁지겁 그 효과를 신봉하여 과대평가 하다보면 어느 날 그것은 쓸모없는 구형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새로운 것최첨단인 것 일수록 한걸음 물러서서 관망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필요 한 것 같다.

 

우리 치과임상 학문의 과거 학문의 큰 흐름을 집어보면 수십 년 전 세라믹 소재의 보철재료가 나오면서 치과보철 임상에 혁명이 일어났었다. 모든 보철물은 이것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전치(前齒), 구치(臼齒) 가릴 것 없이 입속에 포셀라인 잔치를 벌이는 형국이 벌어 졌었다.

그래서 포셀라인 특유의 많은 치아 삭제량 때문에 불필요한 치수괴사의 후유증을 격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후 불어 닥친 교정치료 바람 또한 거센 파고였다. 교정치료 못하면 치과의사 행세도 못할듯한 기세로 기습을 부리다가 많은 부작용과 시행착오로 그 한계성을 절감하고 한발 뒤로 물러 앉아 버린 임상가들이 얼마나 많았었는가?

 

요즈음 새롭게 우리 앞에 불어 닥친 임플란트의 거센 물결은 한국 치과 임상계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 임플란트를 하지 않으면 치과의사 행세를 못하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임플란트란 임상시술이 한 때 유행처럼 나타났다 사라져 버릴 그런 종류의 임상술식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앞으로도 계속 더 개발되고 진보된 소재와 방법들이 탄생되어 치과임상의 큰 획을 긋는 혁명적인 성과로 남게 되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남용되거나 증례 선택의 잘못으로 부작용이나 실패율이 높아진다면 진정한 인공치아 매식의 정신에 오히려 누를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같은 치과 선진국 보다 우리나라가 임플란트 시술의 빈도가 엄청 높다는 놀라운 보고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미국보다 더 선진국인 치과치료를 하고 있다는 뜻인가?

선진국 치과의사들의 임플란트 시술에 접근하는 태도가 매우 신중한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는 너무 쉽게 접근하고 있다는 우려를 급할 수 없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임플란트 소비시장의 천국이다라고 비아냥 대고 있는 외국 치과 재료상들의 말을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만 하나?

 

우리는 임플란트라는 거센 물결의 파고를 현명하고 냉철하게 대쳐해야할 자세가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인공치아 매식만이 가장 선택되어지는 치료형태에서 임플란트를 굳이 하지 않고도 수복할 수 있는 기존 보철수복 치료에 대한 기본 애정(愛情)을 깊이 갖고 있어야 하며, 수복치료 일변도 경향에서 보존치료를 더 중요시하는 치료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기도 하다.

 

임플란트라는 거센 강물의 흐름을 유유히 관망하면서 흘려보낼 수 있는 여유로움이 필요한 시간이다. 그런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오히려 더 유능한 임상가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 지혜로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