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 카 밤

IRA를 아시는지요?

북아일랜드 공화국의 독립투쟁은 1994년 북아일랜드의 신페인당이 휴전을 선언하고 이어서 2001년 IRA가 무장해제를 하면서 현재는 영국과 평화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언제고 다시 터질 가능성이 많은 휴화산에 다름없습니다.

IRA의 투쟁을 다룬 영화는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아버지의 이름으로', '마이클 콜린스', '제네럴', '크라잉 게임' 등 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영국 영화들 중에 감동을 받은 것은 죄다 IRA 영화이거나 '대처리즘'에 반대하는 좌파적 영화들이죠. 그렇다고 제가 좌파는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빌리 엘리엇'이나 '풀 몬티', '브라스드 오프' 같은 영국식 좌파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고 또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더군요.

사족입니다만, '크라잉 게임'이라는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남성의 성기가 등장하기도 했지요. 보이 조지가 부른 주제가도 일품이었고요. 뭐 요즘이야 송강호의 볼 품 없는 거시기도 자랑스레 나옵디다만.... 크라잉 게임이 개봉할 당시엔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지요.

북아일랜드만 독립투쟁을 한 것은 아닙니다. 스페인의 바스크 지방에도 투쟁단체가 있습니다.

바로 ETA, 즉 '바스크 조국과 자유'라는 무시무시한 단체가 그것입니다. 오죽하면 스페인 국왕이 자기 딸을 바스크 평민과 정략결혼까지 시켰을까요. (고려 왕건의 결혼정책과 매우 유사하죠?) 정권을 갖고 있는 까스띠야(마드리드가 있는) 지방이 바스크의 독립운동에 굴복하는 순간, 까탈루냐(바르셀로나 지역)를 비롯해서 안달루시아에 이르기까지 나라는 조각조각 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체첸공화국은 아예 국민 전체가 무장 독립군이죠. 마초 흉내 내느라 정신이 없는 러시아의 푸틴도 체첸 소리만 들으면 부르르 떨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엔 아직 그럴 징조가 보이질 않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고요.

IRA의 근원을 찾아가면 영국에 대한 아일랜드의 '겁나 오래된' 구원이 또아리를 틀고 있습니다. 감자 대기근 때 영국이 보여준 태도는 정말이지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에 버금갈 정도입니다. 그런 원한에 더하여 북아일랜드에 신교도들이 많이 산다는 이유 하나로 영국에 귀속시킨 것은 불난데 기름을 부은 격이죠. 게다가 당시 카톨릭 신자들에 대한 엄청난 차별은 일제시대 일본의 조선인 차별과 비슷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원한이 쌓여 IRA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무모할 정도로 영국에 대항을 했습니다. 그런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자살 폭탄테러입니다. 특히 자동차에 폭탄을 싣고 영국의 정부기관을 향해 돌진하는 그런 자살투쟁 말입니다.

이러한 모든 것을 다 함축하고 또 기억을 해야 하는 술이 바로 ‘아이리시 카 밤(Irish Car Bomb)’입니다.

본디 위스키 잔에 위스키 반을 따르고 베일리스 반을 따르면 기포가 폭탄 혹은 폭죽처럼 터져 올라온다 해서 IRA로 불렀다는군요. 여기에 아일랜드 스타우트의 대명사인 기네스를 섞어 만든 것이 ‘아이리시 카 밤’입니다.

우리도 ‘안중근 원샷’, ‘윤봉길 런치박스 밤’... 뭐 이런 거 만들어 마시면 일본 친구들 특히 아베, 아소 다로, 이시하라, 하시모토 같은 애들이 좀 쫄지 않을까요?

혹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유튜브에 ‘아이리시 카 밤’을 치면 어떻게 제조하고 또 마시는지 동영상이 잘 나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