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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세상에선 '듣는 것이 힘이다'

[함께 푸는 치과경영 4] '잘 듣기 연습'

TV에 유독 토크쇼가 많아졌다. 시시콜콜한 연예인들의 뒷 담화에 지쳐갈 무렵 이젠 그들의 가족까지 합세했다. 사위도 나오고 아들딸도 나와서 끊임없이 뭔가를 지껄인다.

부부가 함께 출연하는 무슨 프로를 보다가 '저렇게 한꺼번에 다하면 다음엔 무슨 얘기를 하려나' 걱정했었지만 그건 기우였다. 다음에도 또 다음에도 그 출연자는 거미줄을 뽑아내듯 끊임없이 얘기를 토해내 사람들을 웃겼다.    

어디서건 모두가 말로서만 존재를 확인하려 든다. 못된 짓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으면 못된 짓이 아니다. 함부로 민원인을 무시하는 공무원도 댓바람에 언성을 높여 따지면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금방 허둥댄다. 말의 힘은 곧 존재의 힘이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나는 지는 것이고, 상대가 면전에서 마음껏 침을 튀기도록 내버려 두는 건 전쟁에서 순순히 안방을 내어주는 굴욕이나 마찬가지다.

세태가 이럴진대 치과도 예외는 아니다. 경쟁이 심해지고 환자 끌기가 일반화되면서 대체로 말이 너무 많아졌다. 환자들의 얘기를 듣기보다 먼저 말하려 드는 것이다. 할인마트에 가보라. 의류매장 앞에 멈춰서기만 해도 곧바로 점원이 달려와선 '무엇을 찾는지'를 묻는다. '고객들이 이런 류의 친절을 좋아할까?'에는 관심도 두지 않겠다는 태도다.



오해는 대부분 듣지 않는데서 발생


말하기보다 듣기가 중요한 진짜 이유는 말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들으려는 사람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TV가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정보에 귀와 눈을 여는 대신 사람들은 그렇게 습득한 정보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그걸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호감을 살 수 있다.

대부분의 심리치료는 환자의 얘기를 들어주는 걸로 시작한다. 문제를 간지럽혀 제 입으로 내뱉게 하는 자체가 치료인 것이다. 이때 의사의 역할은 그저 이야기의 방향을 잡아가며 잘 들어 주는 게 전부이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잘 듣는 것일까. 이야기의 전후관계를 살피고, 문맥을 파악하기 위해 가끔씩 질문도 섞고, 또 잘 이해하고 있다는 걸 상대에게 알리기 위해 중간 중간 들은 바를 되짚기도 하는 적극적인 듣기가 아닐까? 이 적극적인 듣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따른다.


첫째, 자신의 의제는 일단 제쳐둔다.

둘째, 말 자체가 아니라 메시지를 듣는다.

셋째, 간간히 들은 것을 되짚는다.

넷째, 너무 열심히 듣기보다 말하는 이와 호흡을 같이 한다.

다섯째, 성급한 가정은 피한다.

여섯째, 상대가 말을 끝내지도 않았는데 미리 무엇을 말할지 생각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말하는 이가 신을 낼만하다. 환자들은 담당 의사나 스탭들이 자신의 얘기를 성심껏 들어주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막연히 어려울 것으로 여겼던 의료진이 자신과 키를 맞춘 듯 느끼게도 된다. 환자에게 그런 믿음을 주어서 나쁠 일은 없다.



진지한 듣기로 환자에게 믿음을 주라


바쁜 데스크를 독차지하고선 뻔한 얘기를 묻고 또 묻는 환자도 있다. 통상적인 어법에 조차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자들도 있다. 막무가내로 무슨 피해의식 같은 걸 내비치는 환자도 있다.

그러나 피하지 말라. 똑바로 그들을 대해 불만이 무엇이고, 원하는 게 무언지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되길 바라는지 분명하게 듣도록 하라. 그리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도움을 그들에게 주라. 이것이 결국 환자들의 불만을 줄이는 길이며, 동시에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다.

남의 얘기를 귀담아 들을 줄 아는 사람은 자신에게도 좋은 느낌을 가지기가 쉽다. 자기 자신을 좋아한다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타인과의 긍정적 의사소통은 언제나 스스로에 대한 좋은 느낌에서 출발한다.

이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칭찬하는 데에도 인색치 말 것을 권한다. 아무도 당신의 성과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칭찬하라. 그리고 한 발 물러나 기분 좋은 순간을 자축하듯 맛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