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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봄의 전령사 - 서천 마량포 주꾸미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24>

 

계절을 느끼며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봄이 봄처럼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봄이 온 줄도 모른다는 건 그만큼 불행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겠지요.

하여,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봄맞이 나들이를 간다는 것은 각박한 세상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는 남다른 호사나 여유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하지만 일상의 바쁜 와중에 짬을 내어 산수유 축제니, 매화 축제니, 벚꽃놀이니 하는 것도 실업이나 불황으로 인해 많아진 시간 때문에 더 흥청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힘들수록 시를 읽고, 음악을 듣고, 새 봄의 나물로 미각을 돋운다면 이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하는데 한줄기 빛은 되지 않을까요?

사람마다 봄을 맞이하는 음식들은 매우 다양할 것입니다.

달래, 냉이, 두릅, 씀바귀, 봄동... 같은 봄나물이나 채소도 있겠고, 저처럼 도다리 쑥국, 우럭젓국 혹은 주꾸미 요리를 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남해안의 도다리쑥국은 봄 맞으러 가는 길치고는 너무 멉니다. 서울 시내에 도다리쑥국 제대로 낸다는 집을 찾아낸 것도 멀리 남해안까지 봄마중 가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었는데, 역시나 서울에서는 봄맛을 제대로 느끼질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봄은 그곳에 가서 느껴야 제맛인가봅니다.

서부 개척시대엔 말을 타고 한 없이 달려간 뒤, 깃발을 꽂은 곳까지가 자기 소유의 땅이었답니다. 그러니까 먼저 차지한 놈이 소위 '장땡'인 것이죠(저랑 갑장인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요즘 들어 각 지방자치 단체마다 그 고장의 특산물을 내세운 축제를 많이 개최합니다. 남당 새조개, 천북 굴, 강화도 밴댕이 경우도 그렇고 서천 마량포 주꾸미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서해안이면 지천에 널린 어종들인데도 먼저 깃발을 꼽고 이건 우리 동네 거니까 넘보지 말라는 일종의 영역표시를 하는 거지요. 이런 축제를 성공리에 개최를 하고 또 전국적으로 인정을 받으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니 죽자 사자 매달리겠지요. 또 합법적으로 제 돈 안 들이고 시민, 군민들에게 자신을 홍보할 수도 있는 자리가 될 터이고요.

꼭 먹거리가 아니더라도 인물이나 무형문화에서도 지역마다 다툼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홍길동이 좋은 예가 되겠지요. 태권도도 어디가 원조라고 싸우는 걸 보면, 이런 분야에도 굉장히 큰 이권(?)이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의기 논개'의 경우는 어느 고장에서 그녀를 기려야 하나요? 적장을 안고 강으로 뛰어든 진주일까요? 아니면 그녀의 고향인 남원일까요?

 

좌우당간, 충남 서천은 주꾸미로 천하통일을 이루었습니다.

 

주꾸미는 생김새가 숏다리인 저를 닮아서 무척 애착이 갑니다. 이 놈을 잡는 방법도 독특하더군요. 빈 소라껍데기에 줄을 매달아 줄줄이 사탕처럼 바다에 던져 놓으면 주꾸미가 이거 웬 새 아파트냐고 좋아하면서 그 안에 들어가서 산답니다. 어부는 끌어올리기만 하면 되고요.

그러니까 부동산투기 심리를 이용한 낚시법이라고나 할까....

서천은 군산과 경계이니까 충남의 제일 아래쪽입니다. 서천에서 1차로 식사를 한 뒤, 해안을 따라 북상을 하는 먹거리 투어의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천북의 굴구이, 남당항의 새조개, 오천항의 키조개, 장고항의 실치와 간자미 등을 비롯하여 안면도 꽃게까지 섭렵하다보면 봄 한나절이 부족할 지경입니다.

서천 마량포구는 안면도와 더불어 일출과 일몰을 같이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 고추처럼 툭 튀어 나온 반도 형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때 마침 물이 들어와 기울어졌던 통통배가 비아그라 잡수신 듯 제대로 섰습니다.

 

동백정 인근에서 가장 알려진 주꾸미식당입니다. 단체 손님들이 많더군요. 너무 손님이 많으니 테이블에서 벨을 아무리 눌러도 들은 체도 안합니다.

 

  주꾸미가 수조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멀리서 보면 꼭 소라 같습니다.

 

  국산은 몸통도 좀 크고 다리가 튼실합니다만, 중국산이나 수입산은 좀 비실비실합니다.

 

  해걸이를 한다는 주꾸미의 산지 가격이 다락처럼 올랐네요.

 

  냉동 주꾸미와 자연산 그대로의 그것을 비교해보세요. 탱글탱글, 야들야들, 달콤짭쪼름....

 

찬이야 그저 그렇지만 주꾸미 볶음은 명불허전입니다.

 

  암놈 머리를 가위로... 옛날 해부학 시간에 뭐 자르던 기분이 납니다.

 

  주꾸미 밥알이 마구 튀어 나옵니다.

 

   그리고는 비빔유전자를 가진 민족답게 볶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