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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치과임상의 사회과학적 접목"

[최상묵의 NON TROPPO]-<20>

  

 

임상가들의 관심은 질병의 원인이나 본질을 생각하기 앞서 질병의 진행과정에 대한 예측이나 치료효과에 대한 예후 등에 관심이 더 집중되어 있다. 지극히 당연한 관심일지도 모른다. 질병의 원인은 아직도 모르는 점이 많고 애매한 점도 많기 때문에 진행과정이나 처치요법에 대한 관심과 연구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마치 소방수가 화재 현장에서 불길을 잡는 것처럼 화재가 왜 났으며 화재의 진원지가 어디인가는 미쳐 생각 할 겨를이 없다고나 할까?

우리는 언제나 불길을 잡아야 하며 잡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불길이 완전히 진화되면 안도와 성취에 도취되어 자만스러워지기도 한다. 이것이 임상가들의 속성 같은 것이다. 실험실에서 연구하여 나온 결과와 사람에게 직접 진료시술에 대한 결과 사이에 생기는 지적격차에 대한 갈등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속된 말로 이상과 현실은 틀리다. 설령 임상치의학에서 이론과 시술이 통일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특성이 있는 것이 바로 치의학 분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과의료를 질병개념으로 해석하려는 우리 전문가의 입장과 건강이나 질병으로 보기보다는 단순히 불편함이나 외관상의 변화 즉 심미적 기능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일반대중과 상당한 격차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치아교정의 경우이다. 부정교합을 질병으로 보기보다는 보기흉한 모습 때문에 교정의 필요성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치과진료 서비스는 과학적, 의학적 평가기준에 의해서 결정되는 요인보다 사회적, 경제적인 요소에 더 강한 영향을 받는다. 현실적으로 치과진료의 표준모형을 임상적 이론 내지 임상경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는 허구적 가설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그렇다면 치과진료에 관련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임상적 이론이나 기술적 문제 보다는 비임상적 개념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게 된다. 이것은 바로 사회학적 관점을 치과임상에 접목시킬 필요성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치의학에서 사회학적 분석에 필요한 중요한 주제가 되는 것은 지역사회간의 구강건강 수준의 차이를 조사하고 구강진료 실태를 분석해야 하며 사람마다의 특이한 식습관을 관찰해야 하며 치과진료 이용도, 치료유형 등을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구강병은 개인의 사회활동이나 생명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질병이란 특수성 때문에 질병에 대한 예방적 수단이나 치료동기를 부여하는 계기를 만드는 데는 일반 질환에 비해 매우 불리한 조건에 있다. 때문에 치과진료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을 통해서 환자 스스로가 건강관리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치과진료를 편히 받을 수 있도록 동기유발에 대한 가치관이나 신념, 태도 등을 바꾸어주는 문화적 요인에 대한 관심과 계몽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치의학 분야에서 질병을 분류해보면 잡다한 질병이 꾀나 많은 것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그것은 학자적 관점에서 본 과시욕적인 측면이 없지도 않다. 사실 치과질환은 크게 치아우식과 치주질환 두개의 대종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개의 질환으로 대중들에게 건강의 위협이나 생명의 위협이 없다고 해서 심각하지 않은 질병이라고 간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온 국민 모두가 앓고 있는 상식적 질환이기 때문에 이 두 질환에 대한 분석이나 접근에 있어서 특수한 전략과 기량이 필요한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혈안이 되도록 찾아도 아직 치아우식 백신 개발에 실패만 거듭했다. 치주병을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약제 개발도 아직은 없다.

구강의 양대 질환인 치아우식, 치주병에 대한 치의학적 연구 작업을 하면 지금까지 우리들이 집착을 버리지 못했던 생화학적 또는 병인론적 연구는 이제 솔직히 그 한계를 인정하는 솔직함을 보일 때가 된듯하다. 아무리 연구를 해도 지금의 치과의술에서 보다 더 실질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업적이 나올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병인론적 연구에서부터 비임상적 요인인 사회과학적 요인에 더 초점을 맞추어 나가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찾아야 할 것이다.

 

현재 기존하고 있는 치과관련의 신념과 관행을 무비판적으로 무조건 수용하기 보다는 유연성과 주체성을 얻기 위해서 사회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존 임상모형과 사회과학적 분석과 비판을 접목하면서 현명하고 유연하게 접근한다면 치의학의 지평은 크게 확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의 치의학 치료기술차원에서 벗어나 보다 진정한 구강보건학(Oral Health Science)으로 새롭게 탄생 될 것이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