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몸 따로 마음 따로, 대구 '국일따로국밥'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22>

 

마흔 넘어서 축구공을 한 번 차 본 사람들은 압니다.

분명 마음은 공한테 가 있는데 몸()은 한참이나 떨어져 있으니 헛발질이 계속 나온다는 것을요.

어디 헛발질뿐입니까? 운동장 흙바닥과의 눈대중 거리가 맞지 않아 땅을 헛디뎌 넘어진 적도 많습니다.

100m 달리기는 더 심합니다. 학창시절엔 15초에 뛰었네, 몇 초에 뛰었네 했지만 이젠 50m 뛰기도 버겁습니다.

골프장에서 잔디를 보호한다고 줄을 쳐둔 곳에 공이 들어가 주우러 간 적이 있습니다. 대략 줄의 높이가 40cm 정도라서 이 정도 쯤이야 하면서 폴짝~ 넘었는데.... 아뿔싸! 그만 줄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진 적도 있습니다.(그러니까 얼추 10cm 정도의 부조화가 생긴 겁니다)

그러니 이제 저도 뒷물에 밀려가는 장강의 앞물 신세입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따로국밥'이라는 거지요.

급히 대구에 갈 일이 생겨 내려갔습니다.

저녁은 먹어야겠는데, 맛도 없고 맵고 짜기로 유명하다는 경상도 음식에다 식중독하면 떠오르는 영안실 음식이 두려워 아예 끼니를 해결하고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대구시내 중심부(중구 전동)에 위치한 따로국밥거리입니다. 사람들에 따라서 '교동따로'가 낫네 혹은 '국일따로'가 좋네 하지만 이웃한 동네에서 수십 년을 공존했으니 맛이야 다 '고부고부' 아니겠습니까?

대구 오미(5)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텔레비젼 프로그램에서도 대구의 다섯 가지 맛에 대해서 언급이 되었다지만, 여기에 더하여 VJ특공대니 하는 맛집 소개 프로그램들의 영향으로 인하여, 예로부터 전해오는 대구 5미가 조금 변형된 듯도 합니다.

원래 대구5미는 동인동 양푼이찜갈비, 성서 막창, 향촌동 따로국밥, 평화시장 불닭갈비, 팔공산 유황오리입니다.

그런데 근자엔 납작 만두, 누른 국수, 매운 어묵, 족발, 닭똥집, 석쇠불고기 등이 가세하면서 서열이 뒤죽박죽되었습니다.

그런데 위의 음식들을 곰곰 뜯어보니 죄다 원초적인 음식들에 가깝습니다. 조리사가 있는 재주, 없는 재주를 다 동원하여 만들어 내는 창의적인 음식이 아니라 재료의 본래 맛이 살아 있거나 아주 조금 변화를 준 음식들이라는 것이죠. 또 그런 점이 대구사람 특유의 성향이기도 하겠지요.

따로국밥은 주지하다시피 밥과 국이 따로 나오는 음식입니다.

장터국밥류라는 것이 국에다 밥을 퍼 담아서 내오기 때문에 빨리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밥그릇을 별도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결국 설거지도 한결 수월합니다. 그러나 고루한 경북 내륙사람들은 그런 행동은 상것들이나 먹는 방식이라고 생각을 하나 봅니다. 어차피 밥공기에서 밥을 떠 국에 말아 먹을 거면서도 굳이 밥 따로 국 따로 내와야 한다는 고집 혹은 고리타분함이란....

혹자들은 국에 밥을 미리 말아두면 밥의 전분이 풀어져 국물이 혼탁해진다는 설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이는 과유불급적 해석입니다.

헌데, 국일따로국밥은 매워도 너~~무 맵습니다. 재채기와 콧물은 물론이고 눈물까지 주루룩~ 입니다.

워낙 매우니 급기야 고통은 쾌감으로 바뀌는데 그렇다면 저도 마조히스트 기질이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해방 1년 후에 생긴 식당이군요. 그런데 원조라는 말이 조금 걸립니다. 따로국밥이라는 것이 경상도 어디서나 예전부터 먹어왔던 음식인데.... 그냥 이 동네에서 최초로 그런 음식을 팔기 시작했다는 뜻이겠지요.

 

  깍두기가 잘 삭았고 달달하니 맘에 듭니다.

   

(경상도 말로는 정구지, 전라도 말로는 솔)가 나오는데 별 특징이 없습니다. 그냥 몸에 좋다니까....

 

    '' 따로입니다. 가뜩이나 매운데 국 위에 떠 있는 다진 마늘이 가위눌리게 합니다.

 

 

  수저로 뒤적이니 선지도 한가득 들어있습니다.

   제가 피맛을 좋아하는 걸 보면 드라큐라 성향이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