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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홍어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20>

홍어 이야기를 하자니 갑자기 김주영 작가의 '홍어'라는 소설이 생각납니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워낙 바람둥이여서 별명이 홍어라고 했던가요? 그러다 결국은 마지막에 부인으로부터 처절한 응징을 당하고 맙니다만, 어쨌든 홍어는 수컷의 거시기가 쌍으로 두 개여서 바람둥이를 상징한답니다.

요즘은 홍어의 생식기를 회로 먹으면 오도독하면서 쫄깃한 식감에 제법 인기가 많다지만, 원래는 암컷을 더 비싸게 쳐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부들이 잡자마자 수컷의 거시기를 떼서 암놈처럼 팔았다고 하더군요(일종의 성전환수술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나온 말이 '만만한 게 홍어 X'이구요.

 

사실 홍어 맛의 핵심은 첫째로 코에 있고요, 둘째가 날개, 셋째가 꼬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홍어 거시기와 애도 인기라지요? 보신탕집에 가면 단골들에게 만년필을 서비스로 내주는 것처럼, 홍어식당에서도 홍어 생식기는 주인장과 친해야 나오는 특식입니다.

가끔 낚시로 홍어를 잡아서 들어 올리면 홍어 두 마리가 같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는데 이는 홍어가 교미 중에 잡힌 것입니다. 수컷의 날개 끝 뾰족한 부위로 암놈을 움직이지 못하게 꽉 잡고 있기 때문이고, 암놈은 낚시의 먹잇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물고 있다가 동시에 비명횡사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암놈은 식욕 때문에 망하고 숫놈은 성욕 때문에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 여기서 우리는 조금 더 솔직해져 봅시다. 과연 홍어회가 맛이 있습니까? 홍어탕은 그나마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있습니다만, 홍어회와 찜은 대만의 취두부처럼 지독한 냄새를 가진 토속음식이지 결코 글로벌하거나 제네럴한 음식은 아닙니다.

(누구 표현대로) 단언컨데, 홍어는 맛있는 음식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홍어가 인기가 있고 비쌀까요? 심지어 외국에서는 내다 버리는 어종을 굳이 돈 들여 수입까지 하다니요. 혹시 그 음식을 먹음으로 해서 성인식이나 영세식 비슷한 하나의 통과의례를 지낸 기분 때문일까요? 아니면 한국인으로서 혹은 지역인으로서 동류의식을 느끼고자 함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코끝을 찌르는 알싸한 향과 맛 때문에 생기는 고통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일까요?

 

전라도에 홍어가 있다면 경상도에는 상어고기(돔베기)가 있습니다. 물론 그 냄새의 강도는 결코 홍어에 미치지 못하지만 상어 피부에 있는 효소의 활동으로 인하여 암모니아가 만들어져 지독한 냄새가 납니다. 그런데 왜 우리 조상들은 호남이건 영남이건 그렇게 냄새나는 음식을 먹었을까요? 결국은 배고픔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냄새나는 홍어를 오래 보관하고자 볏짚에 넣었더니 희한한 향이 나더라. 그래서 버릴까 하다가 먹어보니 그런대로 먹을 만하더라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홍어삼합이 탄생하게 된 배경도 결국 홍어 자체만으로는 도저히 맛있는 음식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서 이것저것 섞어 본 것 아닐까요? 냄새를 잡기 위해 냄새를 쓴다고 결국 묵은 김치가 모종의 역할을 했으리라 봅니다. 거기에 돼지고기 삶은 놈은 그야말로 썩은 냄새와 짠맛 그리고 김치의 신맛을 같이 잡아내고 중화하는 역할을 했겠지요.

 

신안 앞바다에서 잡히는 홍어는 귀하디귀한 귀물입니다. 가격이 천정부지이니 결국 우리가 먹는 것은 칠레산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칠레산은 오히려 작은 놈이 맛있다고 하네요(국내산은 클수록 맛있다고 하고요). 그런데 칠레에서 온 놈들은 따로 염장을 하고 식용 암모니아도 뿌리고 해서 삭힌 맛을 낸다는데 문제는 짜도 너무 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가격은 왜 그리 비싼지 모르겠습니다. 고통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 투자하는 것치고는 너무한 거 아닙니까?

 

  삼 합

               곽효환

   

휴일 오후, 초등학교 아들 녀석이 뜬금없이 삼합이 먹고 싶단다

몇 해 전 진외갓집 할머니 팔순 상에서 처음 봤을 삼합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 안 가득히 넣고 우걱이던 낯익은 식욕

 

유년 시절 아버지를 따라나서면

으레 들르던 지방도시 변두리 허름한 대폿집

낡은 탁자 위에 놓은 삼합과 찌그러진 탁배기 주전자

     요걸 먹을 줄 알아야 여그 사람인 것이여

     잔치에 이것이 없음 잔치가 아니제

삭은 홍어의 톡 쏘는 암모니아향 입 안에 가득 차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이면

      아야, 매운 기운을 코로 내뿜어야제

눈가를 쓸어주던 굵은 손마디

그립지만 아득하기만 한 탁주에 젖은 낮고 탁한 목소리

 

조금 이른 저녁시간

술손의 발길은 아직 이른 시장골목 남도식당

군내 도는 묵은 김치 잎사귀를 펴고

기름과 살이 섞인 돼지고기에 새우젓을 얹고

알싸하니 홍어를 올려놓고

예전에 아버지가 그랬듯이

막걸리 잔을 약지손가락으로 휘휘 저으며

아이와 나와 아이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가

둘러앉은 삼자의 합을 곰곰이 생각한다

혀에서 혀로 전해진 보이지 않는 유전자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수원 무등산 한정식집의 홍어삼합입니다.

 

 

  서울 대치동 남도음식점 '고운님'의 홍어 삼합입니다. 무등산과 위의 홍어와 모양이 좀 다르죠? 그런    데 짜도 너무 짭니다. 아예 소태를 씹는 맛입니다.

 

 

    또 다른 식당의 홍어삼합입니다. 정갈하게 배열을 하니 더욱 먹음직합니다.

 

 

    김치는 다 좋은데 빨간 양념 때문에 모양과 색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이렇게 세 가지를 다 올린 뒤에  한 입에 우겨 넣고 그리곤 탁배기 한 사발을 들이키면 홍탁삼합이 완성됩니다.

 

           요건 홍어 거시기입니다. 씹는 맛이 제법 있습니다.

 

 

            홍어애입니다. 매우 크리미해서 향이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느낌이 듭니다.

 

            시원한 홍어애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