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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의발협의 성과를 낙관하지 못하는 3가지 이유

‘원하는 걸 맞바꾸기엔 복지부의 보따리가 너무 적다’

의협과 복지부가 지난 17일 오랜만에 단출히 마주 앉았다. 의협이 ‘별도의 협의체’ 구성을 제의하고, 복지부가 이를 받아들인 결과였다.

준비모임 성격의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일단 명칭과 안건에 합의했다. 명칭은 의료발전협의회로, 안건으로는 ‘▲원격의료, 보건의료서비스 규제완화 등 의료정책 개선과 의료공공성 강화 ▲수가결정구조 등 건강보험제도 개선’ 문제를 다루기로 결정한 것. 이 같은 기본 합의를 전제로 협의회는 오는 22일 오후 6시 의협회관에서 1차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출발은 이렇듯 순조롭지만 협의회의 앞날을 낙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유는 다음의 세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의제도 산발적인데다 두루뭉술

 

첫째, 복지부를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는 과정에 두 번의 물리력이 작용했다. 한번은 여의도공원의 자해소동이며, 또 한 번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의 3월 3일 조건부 총 파업 결의이다. 조건부란 쉽게 말해 ‘하는 것 봐서…’와 같은 의미이므로, 국민과 정치권의 눈이 쏠린 핫이슈가 조건부로 내걸렸는데 정부가 움직이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일단 달래고 보자’는 것이 복지부의 속마음이라고 해도 아무도 탓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둘째, 논의하기로 한 안건들이 너무 산발적인데다 두루뭉술하기까지 하다. ‘원격의료와 의료수가’라든지, ‘원격의료와 영리법인 허용’이라든지, 뭔가 논의의 구체성이 확 와 닿아야 결말도 쉽게 난다. 하지만 2가지라고 압축해놓은 의제를 보면 두 가지가 아니라 한 열 가지는 나올 수 있는 얘기꺼리들이다.
구체적이지 않은 논제라도 상관이 없는 경우는 협의 파트너가 양자구도여서 어차피 하나에서 열까지 둘이서 얘기해야 하는 경우 밖에 없다. 하지만 의협은 지금 파업을 앞둔 비상시국이고, 그런 긴박성을 인정해 복지부도 협상 테이블로 나선 것이다.
따라서 의협에 꼭 필요한, 이게 아니면 총 파업을 감행할 수밖에 없는 그런 핵심 의제만 이 자리에서 다루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나머지 문제는 의료계 공통의 과제이고, 마땅히 의협이 아니라 의료계를 대표하는 평상의 기구가 정부 간 협의 채널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물리력은 중독성이 아주 강하다. 한번 맛본 물리력을 같은 상황에서 포기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므로 협상의 최대 장애는 바로 물리력이고, 이 점은 정부도 익히 알고 있다. 문제는 복지부가 준비한 보따리가 생각보다 작을 경우인데, 이렇게 되면 양측은 다음 단계를 위해 실익보다는 명분을 챙기는 쪽으로 전략을 바꿀 공산이 커진다.

 

 

자칫 실익보다 명분다툼 될 수도

 

치과계로선 의협이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뭔가 구체적인 성과를 얻어 내도록 응원하는 것이 최선이다. 어떤 성과가 가능할까? 원격의료가 있지만, 이 문제는 치과계엔 ‘영리 子법인’ 보다 파급력이 약하다. 하지만 양측이 합의한 의제에서 '영리 자법인 허용' 문제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그게 아니면 건보수가인데, 알다시피 수가 문제는 복지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건정심으로 건너갈 문제라면 거기서 나올 수 있는 얘기 또한 뻔하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4대 중증질환과 보장성 강화 부분에 건보재정을 상당부분 투입키로 이미 예고 된 상황이므로, 북지부가 주무를 수 있는 수가인상의 여력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뭐가 있을까? 수가결정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에 나온 것이지만 이 부분을 정부가 대책 없이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꼽아 보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이 경우에도 제격이다.  당연히 치과계로선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상책이다.

‘우리는 왜 가만히 있느냐’고 치협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금 그 투쟁에 끼자는 주장은 유사시 ‘의협에 날아갈 돌팔매까지 우리가 몽땅 맞자’는 얘기나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