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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치과 치료에는 약물치료가 없다"

[최상묵의 NON TROPPO]-<17>

 

 

치의학이 의과계에서 대학이 분리되고 학문적이나 임상에 있어서 서로 독립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은 아마 그 까닭이 있을 것이다. 의사학적인 고찰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지만 필자 나름대로의 추정은 치료법의 특이성 때문일 것이라 생각된다.

일반의학이 질환의 진단을 중심으로 발달됐다면 치의학은 진단의 학문이라기보다는 숙련(skill)과 기술(technique)을 중요시하는 임상적인 특징이 있다. 예컨대, 충치 잇몸병의 진단이나 발견은 굳이 치과의사가 아닌 일반 사람이나, 하물며 아동들도 자기 입을 들여다보면 충치의 유무를 어느정도 판별할 수가 있다. 다시 말해서 충치의 발견, 진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충치를 얼마나 정교히 제거하고 다른 대체물(material)로 충전하는 과정(process)을 강조하는 임상학이다. 때문에 치과치료엔 약을 복용해서 치료되는 병은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치과질환이 어떤 특별한 약을 몇 번 먹고 치료됐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치과에는 약물치료법이 없다는 전제를 깔아놓고 보면 우리는 약대신으로 치과재료(Dental materials)라는 특별한 약(?)을 언제나 취급해야 한다.

 

금속류에서부터 아말감, 합성수지계통, 고무제품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재료를 임상치료에서 사용하고 있다. 치과치료에 약물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지 않는 반면에 재료치료의 난해함이 있기 때문에 일반의학의 성격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학문의 발전과 연구가 돼온 것이라 생각된다.

치과질환 중에서 가장 내과적인 관계(Medico-Dental Relationship)가 많은 치주질환도 약물치료가 결정적인 해결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치주질환의 본체가 염증이며 그 염증은 구강세균의 원인으로해서 생기는 질병인데도 그 염증을 치료하는 특별한 약물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닉하다.

약물치료 보다는 세균(plaque)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위생법이나 막상 치주조직의 염증으로 치주낭(periodontal pocket)이 형성됐을 경우도 약물로는 치료법이 없고 치주낭 내벽의 염증성 조직을 소파하고(물리적으로 긁어내는 일) 손상된 치근표면(root surface)을 특수한 기구(curetter)로 매끈하게(root planning)해주는 치료가 고작이다.

 

치료 후에 항생제나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은 후유증이나 치료 후 감염에 대한 대처일 뿐 치유과정에는 별 영향을 미칠 수 없음이다. 이렇도록 치과치료에는 약물치료가 그다지 필요 없는데도 대체적으로 우리 치과의사들이 약을 남용하는 치료법을 좋아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단순 발치를 한 후에도 일주일씩이나 약처방이 내려지는 경향이 있다.

 

사실 발치 후에는 전혀 약을 쓰지 않는 선진국 치과진료의 합리성을 배워야 할 것 같다. 발치 정도의 상처는 구강내 조직의 특수한 저항력으로 약물 없이도 휴유증 없이 얼마든지 잘 치유될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신체가 갖고 있는 신비의 자연치유력을 발휘 시켜주는 치료방법이 환자들을 위한 가장 좋은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약의 남용의 문제는 치과치료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의료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이다.

 약에 대한 불신과 약에 대한 맹신을 하고 있는 것은 환자들의 탓이 아니라 우리 의사들이 만들어 놓은 병폐임에 틀림없다.

우리 치과치료는 앞에서 전제한 약물치료의 필요성이 별로 없는 것을 감안한다면 약물치료보다는 합리적인 이닦기(물리적 치료)와 합리적인 수복치료의 정밀성과 안정성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치료법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