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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사람들은 왜 치과 과잉을 체감하지 못할까?

인력 정책토론회 ‘찻잔 속 태풍’만 확인

지난 14일 협회강당에서 열린 ‘치과의사 인력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토론회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행사이긴 했지만 결국 인력문제는 치과계만의 고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김철환 학술이사가 주제발표를 통해 치과의사 과잉배출의 문제점들을 오밀조밀 설명했음에도 지정토론에 나선 패널들에겐 그런 다급함이나 심각성이 전혀 전달되지 않은 듯 보였다.

김연화 소비자단체협의회장은 ‘국민들 입장에선 아직 치과의사 과잉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고, 교육부 김재금 대학정책과장도 ‘여기 와서 치과의사들이 힘들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와이프가 교정치료를 받았는데 비용이 너무 비싸더라’는 체험담(?)을 털어놓기까지 했다. 그나마 치과 사정을 좀 안다는 보건복지부 고득영 의료자원정책과장이 주제발표 속 치과의사 증가율을 ‘수학적인 허상일 것’이라고 점잖게 지적했을 뿐이다. 

왜 국민들은 치과의사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할까. 한집 건너 한집 꼴로 늘어선 치과간판을 보면서도 그 속의 치과의사들이 어렵겠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하는 걸까?

인력문제를 보는 인식의 차이는 개원가와 대학 간에도 확연하다. 개원가는 당장 무슨 수를 내야할 것처럼 절박하게 덤비지만, 대학엔 좀 채 그 열기가 전해지지 않는다.

이날 지정토론에 참가한 이재일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장은 오히려 그런 개원가의 조급성을 염려하고 있었다. 이 원장은 ‘치대정원 감축은 내부의 주장만으로는 절대 이뤄질 수 없으므로 국민과 정부를 설득할 명분부터 쌓는 것이 순서’라면서 ‘이런 명분과 과학적 입증 그리고 정원 감축의 구체적 방안이 마련돼야 학장 및 치전원장협의회도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협의회 측 의견을 전했다.

 

 

먼저 치과의사 과잉을 객관화해야

 

그러나 김철환 학술이사의 발표에 따르면 치과의사 과잉은 이미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국민구강건강 실태조사 결과 만 12세 기준 충치경험 치아 수는 2003년 3.3개에서 2010년에는 2.1개로 줄어들었다. 같은 조사 15세 아동의 영구치우식 경험자율의 경우 2003년도 83.3%에서 2010년에는 74.6%로 떨어졌다. 이처럼 수요가 줄어들었는데도 치과의사 수는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연평균 4.7%의 증가율을 보였다.    

때문에 치과의원의 폐업률도 높아져 2012년의 경우 1,161개 치과가 새로 개원하고 854개 치과가 폐업함으로써 신규 대비 폐업률이 73.5%에 달했고, 치과의원 평균 생존기간은 4.9년, 3년 생존율은 71.3%로 조사됐다.

이러다 보니 ‘치과의사의 추락’이 신문 기획기사의 주요 테마가 되기도 했다.

▲개업 5년차 40대 치과의사 “치킨집이나…”(머니투데이) ▲연리 240%… 치과의사까지 사채 늪으로 내몰려(연합뉴스)  ▲밥그릇 작아진 치과의사 “고소득은 옛말”(이투데이) ▲문닫는 치과 하루 2곳… 3년새 2,321곳 폐업(연합뉴스) ▲경영난 겪던 30대 치과원장 스스로 목숨 끊어(연합뉴스)


현재 11개 치대 및 치전원의 입학정원은 750명이지만 정원 외 입학 등으로 국가고시 합격 인원은 이보다 훨씬 많다. 2008년엔 895명이 응시해 854명이 합격했고, 2010년엔 831명중 800명이, 올해엔 814명이 응시해 766명이 새로 치과계에 편입됐다.

따라서 김철환 학술이사는 인력문제 해결과제로 ▲치과대학 및 치전원 입학정원 관리를 위해 내부 논의는 물론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와 긴밀히 협조할 것 ▲전체 입학정원에 대한 정원 외 입학기준을 고등교육법을 통해 일정 비율 이내로 유지할 것 ▲해외대학 출신 면허자 관리를 위해 해외대학의 객관적 교육과정 평가를 통해 인증 권한을 가질 수 있는 독립 기구를 설립할 것 등을 제시했다.

 

 

다행히 치대 신설 요구는 없다고?

 

그러나 앞서 소개한대로 복지부와 교육부 담당 과장들의 답변은 대체로 원론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복지부 고득영 과장은 ‘의료 수요추계는 국민소득과 연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소개하고, 실기시험이나 보수교육 기반의 면허신고제 같은 것들이 교육의 질과 관련, 국민들과의 신뢰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부 김재금 과장은 ‘대학구조조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입학정원을 줄여나가자는 것이 정부의 기본방침’이라며, ‘의대의 경우 대학 설립수요가 많으나 치과대학은 다행히 아직 그런 요구는 없다’고 소개했다. 지정토론 후 참석자들의 질의는 대부분 복지부 고 과장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질의 요지는 대부분 ‘치과가 이렇게 어려운데 왜 그걸 몰라 주냐’는 하소연의 범주를 넘지 못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치과계가 얻은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치과의사 과잉은 여전히 찻잔 속 태풍일 뿐이라는 인식’이며, 다른 하나는 ‘이 문제는 결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치협으로선 보다 점진적이고 과학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시스템적 준비를 서둘러야 할 이유를 충분히 확인한 셈이다.   

이날  토론회는 홍순호 부회장이 좌장을, 이성우 치무이사가 사회를 맡았고, 지정토론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영호 박사, 서울대 치전원 이재일 원장, 전국치대 및 치전원 학생연합 이상진 의장,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김연화 협의회장, 신동호 원장, 보건복지부 고득영 과장, 교육부 김재금 과장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