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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어떻게 입맛이 변하니?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5>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가 은수에게 말합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그러나 사랑은 변합니다. 노련한 은수는 이미 그걸 알고 있고, 어리버리 상우만 모르고 있었던 거죠.

그럼 우리의 입맛도 변할까요? 

대략 60대가 넘어가면 혀의 미뢰세포가 많이 소실되어 미각이 둔화되고 결국은 음식의 간을 맞추기가 힘들어집니다. 어머님들은 자식들에게 해주는 반찬이 불안하여 자꾸 소금이나 간장을 집어넣기 마련입니다. 결국 소금찌개나 간장국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그렇다고 어머니께 투정을 부리면 곤란합니다. 영화 '음식남녀'의 주인공인 '주부사'가 미각을 잃은 이유가 가족으로부터의 소외감이나 고독 따위로 포장되었지만, 결국 노화가 근본 원인입니다.

그런데 예전부터 단골로 다니던 식당의 반찬들이 과거와 같은 맛이 아니라면 내 입맛이 변한 건지 아니면 식당의 찬모 손맛이 변한 건지.... 이도 저도 아니면, 식당의 영업 전략에 따라 일부러 바꾼 것인지 요령부득입니다.

 

 

경북 봉화는 두메산골 지역이지만 의외로 먹거리가 다양한 지역입니다.

일단 송이버섯의 최대산지이죠. 양양군이 더 많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양양은 인접한 인제, 평창, 고성 등지에서 채취한 송이의 집산지라서 그렇지 양양에서만은 그렇게 많이 채집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봉화의 인접지역인 울진, 영덕, 영양 등지에도 송이가 많이 나긴 합니다만, 양양처럼 한 곳으로 몰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쨋건 가을 송이철에는 봉화지역으로 식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듭니다.

한여름에는 은어축제도 벌어집니다. 산골 봉화와 은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예전부터 내성천에는 은어가 많았고, 요즘은 양식장도 많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높은 산골지역이니 산채도 많이 나고요. 또 봉성면으로 가면 솔잎에 구운 돼지고기가 일품입니다. 더우기 영주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육질 좋은 한우도 있는데 특별히 한약재를 먹여 키웠는지 봉화한약우라고 부릅니다.

봉화읍을 지나 울진 쪽으로 한참 들어가는 변두리 국도변(지금은 새 국도가 뚫려 한가한 길입니다만)에 '용두식당'이라고 있습니다. 이 식당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대략 십여년 전인데, 당시 맛칼럼니스트로 필명을 날리던 고형욱이라는 사람의 소개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고프로'는 와인과 영화 쪽으로 발길을 옮겼는데 당시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맛객인 백파 홍성유의 뒤를 이을 사람이라고 언론에서 많이 띄워주는 분위기였죠. 요즘의  음식평론가 황교익이나 박태순(건다운) 혹은 박정배 등을 능가하는 사람이었음은 분명합니다.

어쨋거나 그 이후부터 저는 이 집을 매년 한두 차례씩 풀방구리 드나들듯 하였는데, 특이하게도 송이철에는 한번도 가지 못했고 오로지 봄이나 초겨울에 들렀습니다. 봄에는 지천으로 나는 산나물이 좋았기에 그러했고, 초겨울은 가을에 차마 느끼지 못했던 송이향이 그리웠던 게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집의 산채나물이.... 말입니다. 맛이 변했더라.... 말입니다.

간이 강해졌고, 기름도 너무 많고 심지어 짜기까지 하더라는 거지요. 이건 제가 아무리 미맹(味盲)인데다 나이를 먹어간다 하더라도 제 입맛이 변했다기 보다는 식당이 변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더우기 산채나물이라고 굳이 말할 수 있는 놈은 겨우 두어 개 뿐입니다. 나머지는 비빔밥 재료로 쓰이는 일반 나물입니다.

그럼에도 평일 대낮 점심인데 자리가 없습니다. 단체 예약석도 만원입니다.

봉화하고도 봉성면 동양리의 용두식당이 말그대로 '용머리'가 된 겁니다. 다만 엎드려 바라옵건데 초심을 유지하시어 '뱀꼬리'가 되지만 마시길...

 

 

 봉화한약우입니다. 칼집을 내어 서빙이 되는군요.

 


 한약우와 송이를 같이 주문하면 이렇게 차려나옵니다.

 

레디 투 잇!!

 

 산채와 일반 나물들입니다.
그런데 과연 산채다운 산채가 있나요? 옛날에 비하여 보기는 좋아졌지만 확실히 가짓수가 줄었어요.

 

 송이와 한우구이에는 레드 와인이 좋지요. 저는 여행을 할 때 이렇게 와인과 잔을 들고 다닙니다.
 

 드디어 송이 돌솥밥이 나왔습니다. 물경 2만원짜리입니다.
 올 해 냉동송이는 그래도 상태가 좋습니다. 향도 살아있네~~!!
 


일단 밥을 다른 그릇에 덜고 물을 부어야죠.
 

 완성된 송이비빔밥입니다. 맛은 좋지요. 허나 예전의 은은하고 심심했던 맛은 아닙니다.

 


마무리는 송이차로 해야죠.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