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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치과의사! 우리는 누구인가?

[최상묵의 NON TROPPO]-⑫


필자가 대학을 졸업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정년을 맞아 대학에서 퇴출된 것도 벌써 10년이 되었다. 50년 넘게 치과의사 노릇을 하면서 나름대로 긍지와 보람을 가지고 이 분야에서 일해 왔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자책감도 생긴다. 필자의 지금까지의 치과의사 생활은 치과의사가 됐음에 대한 안도감과 치과의사가 된 것에 대한 후회가 뒤범벅이 된 갈등의 연속이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치과의사가 된다는 사실이 그다지 자랑스럽지 못한 시절(1960)에 대학을 다녔던 세대가 필자의 세대였다. 그 시절에는 치의학의 수준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치과에 대한 인식도 그만큼 낮았기 때문에 치과의사란 직업 자체가 그다지 자랑스러운 직업이 될 수 없었음이 당연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시대의 흐름에 힘입어 지금에 와선 치의학에 대한 선호도가 상위권으로 비약하게 된 현실로 우리 눈앞에 나타나 있다. 이러한 현실은 암울했던 시절을 겪었던 기성세대, 특히 필자 같은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환상적인 변화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당혹스러움과 갈등을 겪게 된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원인이나 근거가 없이 자연발생적인 사회현상이 아니고 보면 우리 기성세대의 노력의 탓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자위를 가져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변화의 본질적인 원인은 기성세대의 노력보다는 급진해온 산업화 현상에 따른 시대적인 추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반가운 현실은 오히려 우리 기성세대들에게 야릇한 자괴감과 부담을 느끼게 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치과의사들은 잘 산데라는 말은 우리자신들조차 그다지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게 됐지만 과연 잘 살게 된 치과의사란 말의 의미는 우리들의 사회적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하는 것과 동일어로 생각해도 되는 것인가에 한번쯤 되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치과의사 개인으로 볼 때 그런대로 적절한 수입과 보람으로 사회 속에서 존경 받고 부러움을 사는 대상으로 안주해 있다고 해서 우리치과계가 사회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존경 받고 있는 전문 집단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의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병원 문만 열어두면 항상 환자들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으로 생각해 안이하고 고답적인 태도를 취했을 뿐, 우리들 집단에 대한 다른 사회집단들의 견해와 관심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이나 자체적인 분석을 한 번도 시도해 본적이 없었다.

 

우리 집단이나 우리 직업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이 예상 밖으로 다른 사회에 우리의 얼굴을 내밀었을 때 그들이 인정해주는 가치의 평가기준이 우리생각보다 평가절하 된 모습을 느낄 때 우리들이 받는 충격과 이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당혹스러움 같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아니 필자는 가끔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치과의사 집단에 대한 자체적인 분석과 사고방식의 어떤 전환이 없이 지나온 옛날처럼 언제나 희희낙락 하다가는 어떤 예기치 못한 불행이 우리에게 닥쳐 올 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 닥치고 있다. 시대의 변화란 본시부터 예기치 못한 현상을 곧잘 발생시키며, 특히 경제적인 사회현상의 변화는 예민하게 우리집단에 영향을 미칠 변수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징조가 서서히 우리 앞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치과의사들끼리의 과잉경쟁으로 인한 낯 뜨거운 추태를 보인다든가 어떤 제도의 시행에 대한 찬반의견 수렴을 제쳐두고 우선 상대방을 헐뜯거나 인신공격을 하는 흑백논리만으로 분쟁을 일삼고 있다면 아름답지 못한 일이다우리들이 주먹 하나 들어가지 않는 입속을 상대로 일하다 보니까 시야와 가슴 넓이가 좁아지고 행동과 사고를 함에 있어 대체적으로 편협하고 옹졸하고 소심한 치과의사 특유의 기질을 형성하고 있다고 자탄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자신들을 자학하고 있을 때만은 아니다. 보다 진취적이고 가슴 넓은 생각으로 서로서로를 포용하고 관용하는 모습으로 모든 일에 좀 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를 가졌으면 보다 훌륭한 집단으로 거듭 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