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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절대적인 치료는 없다”

[최상묵의 Non Troppo] ⑧

 

치의학 교과서에서 치과치료란 optimal Health(건강), optimal Function(기능), optimal Esthetic(심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치과치료의 근본 목적으로 돼 있다. 여기에서 우리들이 관심 있게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optimal”이란 수식어가 앞에 붙어 있는 까닭을 되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 말의 뜻은 우리말로 딱히 번역하기가 어렵지만 적절한”, “최적의란 뜻으로 될 듯싶다. “적절한이란 표현은 적당히 넘어가자는 뜻이 아니라 질병을 치료하는데 "나름대로" 최선의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완전무결한(absolute) 치료란 있을 수가 없다는 뜻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지나치게 자기의 치료가 완전무결하기를 바라거나 또 완전무결한 것으로 강조하려는 경향도 없지 않다.

이렇게 치료해두면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환자들로부터 받을 때 매우 당혹스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 족집게 무당처럼 치료한 치아의 수명까지 알아 맞춰야 할 의무는 없지만 환자에게 납득할 만한 대답을 해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생겨날 수 있다.

 

완전무결한 치료가 없을 진데 영구불멸하게 사용 할 수 있는 치료법도 있을 수 없고 보면 그 치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최선으로 사용 할 수밖에 없지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치아가 가지고 있는 조건에 가장 적절한(optimal) 치료를 했을 따름이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의사에게서 어떤 기적과도 같은 현상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몹시 통증을 느끼고 있는 환자가 간단한 치료를 받고 눈 깜짝 할 사이에 동통이 없어졌다면 환자에게는 기적같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사들은 가장 상식적인 치료행위를 했음에 불과하다.

과학이란 잘 훈련되고 조직화된 상식 이외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듯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의료행위도 결국 상식선을 벗어나지 않은 평범한 행위에 불과할 뿐 어떤 기적이나 마술을 부리는 행위는 결코 아닌 것이다. 우리들이 우리들의 치료행위를 우리 스스로가 지나치게 신비스럽고 절대적인 것으로 강조한다면 그만큼 우리 자신에게 강박관념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들의 진료행위를 속화시키거나 격하시키자는 뜻은 결코 아니며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최선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특히 치과치료를 시행한 후 그 치료의 예후에 대한 책임을 우리 스스로가 모두 걸머지고 있을 까닭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 책임의 상당한 부분은 환자의 몫으로 넘겨 주어야만 한다. 아무리 좋은 보철이나 잇몸치료를 했다 치더라도 치료 후에 환자의 관리가 잘못된다면 최선의 치료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치료예후의 승패의 결정은 환자나 의사가 함께 이룩해내는 업적으로 강조돼져야 한다. 이것이 동참치료(Co-therapy)의 중요성이며 치과치료에선 유독 이점이 강조돼지지 않으면 치료가 성공될 수가 없다.

의사나 환자나 모두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들 사이에서 최선의 방법을 시도한 후에 일어나는 잘못이나 미흡함은 우리들 사이에서 관용되고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되어야 한다.

의술은 결코 신()이나 술()이 끼어들 수 없는 사람과 사람의 행위로 남아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