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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현대인의 입냄새(口臭)

[최상묵의 Non Troppo] ⑦

  

 

 

옛날 못살았던 시절, (口腔)은 단순히 먹고 살아가는 생존 본능적인 도구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 어떻게 하면 더 맛있고 더 즐겁게 음식을 먹을 수 있나 하는 쾌락의 경지에서 구강의 역할을 생각하게 됐다. 구강은 단순히 생존보존의 저작기능을 넘어, 쾌락과 심미와 리비도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현대인의 필수 감각의 원천적인 도구로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됐다.

요즈음 직장이나 사무실에서 점심식사 후 틈만 있으면 화장실 같은 곳에서 열심히 이 닦기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히 접하게 된다. 구강청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탓도 있지만 대인 관계에 있어 혹시 상대편에게 불쾌한 입냄새를 풍겨 실례가 되지 않을까 염려해, 예의를 갖춘다는 뜻에서 입안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입냄새는 본인이 스스로 냄새를 느끼는 경우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칫 소홀히 하면 남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으므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좁은 방이나 엘리베이터, 승용차나 만원버스 등 타인과 상당시간 얼굴을 마주보며 접촉하지 않으면 안될 경우에 입냄새는 그 사람의 교양이나 인격을 나타내는 척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이런 입냄새 제거를 위한 껌. 양치액, 스프레이 등이 매우 다양하게 생산돼 호황을 누리고 있는 까닭도 입냄새는 현대인의 필수 에티켓으로 생각하는 까닭이라고 할 수 있다. 입냄새는 전신질환이 있을 때도 생기나, 대부분은 입안에 그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서 치과적인 원인이 입냄새의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치과적인 해결방법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우리들 입속에는 무수한 세균이 있기 때문에, 이 세균이 입안에 있는 단백질을 분해해서 부패시킬 때 고약한 냄새를 내는 가스가 만들어져 입에서 냄새를 풍기게 된다. 결국 입냄새의 주범은 입속의 세균인 셈이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신긴장을 하게 되면 구강 건조현상이 일어나고 입속에 침의 분비가 적게돼 입속이 마르게 되며 세균의 분해 활동이 더 왕성하게 돼 그 결과 입냄새가 심해지기도 한다. 특히 수면 후 아침에 입냄새가 심한 것도 바로 침의 역할 때문이다. 잠잘 때는 침이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입냄새는 구강이 원인이 아닌 전신질환에 의해서 생기는 경우도 매우 많다. 위궤양이 있는 경우나 폐질환, 기관지질환, 당뇨병, 간질환이 있을 때도 입냄새가 난다.

이런 경우는 내과적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주기적인 구강청결(스케일링)이나 치주질환에 대한 정기점검은 입냄새를 없애주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합리적인 이 닦기가 입냄새를 없애주는 가장 기본적인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가끔 구강 양치액을 사용하기도 하며 박하 등 방향성이 강한 스프레이를 입안에 뿌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는 없다. 입냄새와 이 방향성이 뒤섞여 오히려 냄새를 더하게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다지 권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다.

치료실에서 가끔 겪는 일로 입냄새를 호소하는 사람들 중에 실제로 구강 내에나 전신적으로 아무런 입냄새를 일으킬 요인이 없는데도 본인이 계속 입냄새가 난다고 주장하고, 그 입냄새 때문에 대인관계, 부부관계 모두가 의기소침해진다는 정신 질환적인 입냄새를 호소하는 경우엔 가장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요즘에 이런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현대의 복잡한 생활양식에서 파생되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엔 자칫 치과적으로만 입냄새를 해결하려고 들면 영원히 치료되지 않는 미궁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럴땐 치과적인 원인이 아니고 환자 스스로가 만들어낸 관념적인 입냄새이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가 그것을 극복해 내거나 정신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방향을 설정해야 될 것이다.

앞으로 현대인들이 각박한 생활환경이나 많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구취(Halitosis)를 호소해오는 경향이 늘어날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