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 맛없는 음식

2015.08.20 16:35:02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68>

 

유인원에서 현생인류로 진화하면서 뇌의 용량은 커지고 반대로 내장기관(특히 위장)은 점차 작아졌다고 하네요. 그리고 치의학적으로도 원시인들의 턱은 엄청나게 크고 발달했지만, 요즘은 턱 사이즈도 줄어들고 구강 용량도 무척 작아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랑니도 점차 꼬리뼈처럼 퇴화되거나 혹은 흔적기관처럼 바뀌고 있고, 측절치나 소구치 일부는 아예 생기지도 않거나 왜소하게 생기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이러한 원인은 초식을 하거나 음식을 날로 먹다가(생식), 불에 익혀먹기 시작하면서 음식의 흡수율이 현저히 증가했기 때문이랍니다. 게다가 씹는 횟수를 줄이게 되니 턱의 사이즈와 용량도 작아지게 된 것입니다. 더불어 각종 영양소의 흡수력 증가는 진화의 속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여,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의 섭취와 더불어 음식을 익혀 먹으면서 축적된 잉여 칼로리는 인류의 뇌 활동에 주로 쓰였고, 자연히 내장기관은 퇴화되거나 위축되었던 것입니다.

어찌 보면 생식 혹은 채식주의자들은 과거 원시 상태의 섭생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걸로 단순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대신 소화 흡수율이 떨어지는 관계로 필요한 영양소들을 별도의 방법을 통해서 섭취할 수 있겠지요.

 

결론적으로 어떤 형태의 섭생을 하느냐의 최종 목적은 건강하게 오래 살려는 그러니까 도교라는 종교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무병장수'와도 일치합니다.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들이나 생식주의자들이 장수한다는 최종 보고나 근거는 미약합니다. 대개 이런 분들은 금욕주의적 생활도 겸하고 있고, 몸의 움직임이나 목소리도 최소한으로 하기 때문에 인체의 산화(노화) 속도마저 일반인과 다릅니다. 따라서 그 분들이 장수한다면 무엇이 영향을 주었다고 딱히 집어낼 수 없는 것이죠. 오히려 채식이나 생식으로 인한 필수 영양소의 결핍이 장수에 장애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대인들의 수명이 과거 원시인들보다 현저히 늘어난 것은 의학의 발전과도 직결됩니다만, 채식에서 육식 중심으로 변한 섭생은 아무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요?

입에 쓴 약이 좋은 약이라는 옛말과 비슷하게 맛이라곤 하나도 없는 옛 음식이 요즘은 건강음식이라고 다들 노래를 하니, 탐식가인 저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식약동원'이라는 말 그대로 음식이 곧 약이고, 약은 써야 좋은 것이니, 음식도 입에 쓰고 거칠어야 좋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게다가 옛날로 치면 구황작물들이 요즘 건강식이니 다이어트식이니 하면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것도 솔직히 저는 불편합니다. 구황작물들이야말로 저희 부모님들은 물론이요, 어렸을 적에 배를 곪지 않으려고 마지못해 먹었던 음식들이니까요.

게다가 입에 착착 감기는 그리고 기름진 음식들만 찾고 싶은데, 과도한 동물성 지방, 나트륨, 합성 조미료, 식품첨가제 등이 건강에 나쁘다고만 하니 저야말로 진퇴양난입니다.

 

과연,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 번 꼴로 속칭 몸에 나쁘다는 음식을 배불리 먹는다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일까요? 또한 자신의 명을 재촉하는 지름길일까요? 오히려 그런 맛을 즐긴다는 행복감이 스트레스에서도 해방시켜주고 또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을까요?

하필 오늘 삼겹살과 곱창을 먹어야 하는 동창 모임이 있어서 하소연 겸 넋두리를 해보는 것입니다.

칼집을 넣은 삼겹살의 저 많은 기름 덩어리를 보세요. 두렵지 않으세요? 그러나 삼겹살에 기름이 빠지면 짠맛을 잃은 소금이 아니겠어요?

김치나 각종 야채도 삼겹살에서 나온 기름이 배어야 제 맛입니다. 식당 이름이 도적이라는데, 혈관 관련 급성 질병은 죄다 도적처럼 찾아옵니다.

삼겹살을 먹은 뒤, 통풍에 쥐약이라는 생맥주로 입가심을 하고 마지막 3차는 곱창구이입니다. 인생 한 번 살지 두 번 살겠습니까?

 

 

마지막에 부추까지 올려서 굽습니다. 콜레스테롤 덩어리 위에 건강에 좋다는 부추를 올리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지나지 않겠지요.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

 

 

 

 

 

 

 




 

석창인
Copyright@2012덴틴.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04793)서울특별시 성동구 아차산로7길 15-1, 3층 (성수동2가 효정빌딩) ‣인터넷신문등록번호:서울아02278 ‣등록일자: 2012년 10월 2일 ‣발행인·편집인: 정태식 ‣청소년보호책임자: 한정란 ‣대표전화: 010-4333-0021 ‣대표메일: dentinkr@gmail.com ‣사업자등록번호: 214-05-57882 무단 전재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by mediaden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