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정통 옥수사’의 수육과 학화 호두과자

2015.08.06 08:49:53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67>

  각종 포털에 '천안 옥수사'를 검색하면 여러 옥수사가 뜹니다. 타 지역 사람들이 보면 천안에 옥수사라는 초밥집 체인이 있는 건가하고 착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옥수사의 한자는 玉水舍입니다. 초밥집을 뜻하는 수사(壽舍)와는 전혀 다른 말이지요. 그렇다면 옥수는 맑은 물, 맛있는 물을 뜻하니까 맑은 샘물(우물)이 솟아나는 집이란 뜻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말뜻은 대충 알겠는데 왜 천안에 유독 옥수사라는 집이 많은 건가요?

이것저것 뒤져보니.... 천안에 이북 사람들이 피난을 많이 왔으며,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평안도 사람들이 시장바닥에 좌판을 벌리고 돼지고기 수육(물론 비계가 대부분이겠지요)을 잘라서 술과 함께 팔았겠지요. 그 중에 한 분이 천안 시장 골목에 옥수사라는 간판을 걸고 정식 영업을 시작을 했을 거고요. 그러다 세월이 흘러 그 집 주방에서 일하던 양반들이 하나 둘 나가서 시내 곳곳에 옥수사라는 간판을 걸었던 것 같습니다애초에 상표권이니 뭐니 신경을 쓰지 않다보니 이제 어디가 원조집인지도 모르게 되었습니다. 다만 '원조 옥수사'라는 집이 가장 오래된 집인 것 같고, 외지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은 신부동 터미널 앞의 '정통 옥수사'인 것 같습니다.

나른한 일요일 오후에 사내 혼자서 아라리오 갤러리만 구경 간다는 것은 좀 멋쩍은 일입니다. 하지만 사내의 실제 속마음은 수육에 있었고 그 핑계가 갤러리 나들이입니다. 굳이 메뉴를 수육으로 고른 이유는 친구가 준 자하젓 때문이지요.

 

대체 어디 식당으로 갈까 고민을 하던 중에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아라리오 갤러리 오너인 김창일 회장 인터뷰기사가 떠올랐습니다. 분명 그 기사 내용에 수육에 관한 게 있었거든요. 다시 검색을 시작합니다. '천안, 아라리오, 김창일, ㅇㅇ일보,..'을 쳐보니 기사가 바로 뜹니다. 역시 옥수사라는 수육집이 기사에 같이 나옵니다.

목적지가 정해졌으니 지금부터는 동행자를 구하는 게 일입니다. 혼자 간다면 반주로 하는 낮술 반병은 언감생심입니다. 집사람에게 제안을 하니 수육 하나 먹자고 천안을 가느냐, 가려면 성당 미사가 끝나야 가능하다고 하기에, “옳다구나!” 하면서 대학동기들에게 사발통문을 돌립니다. 넷 중에 둘이 걸려들었습니다. 다들 낮술에 수육을 좋아하는 친구들이죠.

요즘 골프를 치지 않으니 일요일이 넉넉하고 돈도 많이 세이브 됩니다. 골프 하나 접은 덕에 여러 호사를 누리는 거죠.

그런데 갤러리의 대각선 맞은편에 눈에 뜨이는 간판이 하나 보입니다. 바로 천안의 명물 '학화 호두과자' 신부동 지점 간판입니다. 본점은 다른 곳에 있으나 지점도 분위기가 비슷하네요. 1934년부터 호두과자를 만들었다니 무려 80년이나 되었습니다. 원래 우리나라 과자인지 아니면 일본에서 들여온 화과자의 하나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본에서도 약간 넙대디한 빵에 속에 팥 앙금과 호두조각을 넣은 빵은 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기차에서 파는 호두과자는 지나치게 달지만, 학화 호두과자는 수수한 맛입니다. 다만 식기 전에 먹어야 제 맛을 느낄 것 같군요.

 

아라리오 갤러리입니다.

 

갤러리 안과 밖에 현대미술품들이 제법 많습니다. 이는 데미안 허스트 작품입니다. 갑자기 머리 아픈 해부학 생각이 나는군요.

 

주차를 터미널과 붙은 백화점에 하고 걸어서 찾아 왔는데 이렇게 옥수사 바로 옆에 유료주차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차를 찾아 나가면서 갤러리를 다녀간다고 하니 무료라고 합니다. 주차료가 갤러리 입장료보다 많이 나오던데 횡재한 기분이 듭디다.

 대표 메뉴는 달랑 두 개입니다.


 수육이 얌전합니다.

 뭘 넣었는지 돼지 특유의 냄새를 잘 잡았고, 상당히 야들야들합니다.

 야채도 신선하고 손질이 잘 되어 있습니다.

 기본 제공되는 멸치젓 대신에... 직접 가져온 자하젓갈입니다.


충청도 땅이니 충청도 소주를 마셔야 제 맛입니다. 일본의 지비루나 지사케처럼 지소츄라고 해야 하나요?

 칼국수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골 베이스 국물에 조개를 넣으니 얼큰합니다.


 멀리 학화 호두과자가 보입니다.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고 사가는 시스템입니다.

천안의 호두과자 역사가 쓰여 있습니다.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








석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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