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야니, Live at the Acropolis의 'Aria'

  • 등록 2026.03.06 12:19:56
크게보기

Yanni가 고국의 신전에 바친 한 편의 서정시

 

1993년 9월, 고대 그리스의 신전 위에 피아노가 놓였습니다. 야니가 그토록 꿈꿨던 공연 'Live at the Acropolis'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밤, 가장 먼저 하늘을 울린 곡은 'Aria'였습니다.
이 곡을 처음 듣는 사람은 누구나 놀랍니다. 언뜻 오페라처럼 들리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언어, 두 명의 여성 보컬이 서로에게 건네는 듯한 감미로운 대화. 사실 이 곡은 이탈리아의 테너 페루치오 탈리아비니의 아리아 ‘Un Amore Cos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편곡곡입니다. 야니는 이 고전적 멜로디를 전자 피아노와 스트링, 그리고 코러스의 숨결로 다시 빚어냅니다. 원곡의 정서는 사랑의 절절함에 가까웠지만, 야니의 ‘Aria’는 그보다 더 광대한 어떤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마치 바람, 시간, 기억 같은 이름 붙일 수 없는 그런 감정들 말이죠.
곡의 중심을 이루는 두 명의 소프라노는 샐리 달링(Sally Dworsky)과 린다 로지(Linda Lee Lawley)입니다. 이들은 실제 가사보다 그 감정을 더 선명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고, 언어는 ‘무의미한 가사’를 얹은 가성의 아르페지오로, 순수하게 음성 자체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성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청중들은 그 뜻을 알지 못하면서도 뭔가 아련하고 익숙한 감정에 이끌리듯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야니는 이 공연에서 '고국 그리스의 문명을 가장 예술적인 방식으로 재조명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단순한 음악회가 아닌, 문명과 예술의 대화로 말이죠. 그래서 이 ‘Aria’는 그의 피아노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고대 아크로폴리스의 돌기둥 아래서, 사람의 목소리와 악기의 선율이 함께 울려 퍼지는 이 장면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야니만의 서정시였습니다.
이제는 유튜브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만날 수 있는 곡이지만, 그 감정의 깊이만큼은 여전히 닿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야니는 말하고 싶었던 걸 음악으로 들려준 화자이고, 우리는 그 말 없는 고백을 기억으로 들은 청자였는지도 모릅니다.

 

협회장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긴 호흡으로 여기까지 달려온 후보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결과가 어떻든 이 곡이 패자에겐 위로를, 승자에겐 겸손을 일깨우는 언어로 전달되기를 희망합니다.

 

 

 

 

 

 

 

 

 

 

 

 

 

 

정태식 clibi@naver.com
Copyright@2012덴틴.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04793)서울특별시 성동구 아차산로7길 15-1, 3층 (성수동2가 효정빌딩) ‣인터넷신문등록번호:서울아02278 ‣등록일자: 2012년 10월 2일 ‣발행인·편집인: 정태식 ‣청소년보호책임자: 한정란 ‣대표전화: 010-4333-0021 ‣대표메일: dentinkr@gmail.com ‣사업자등록번호: 214-05-57882 무단 전재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by mediaden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