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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거짓말-인간의유일한특권

[최상묵의 NON TROPPO]-<41>

 

인간이 다른 동물과 차등을 두게 되는 이유 중에 가장 특수한 조건은 언어를 가지고 도덕과 윤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존엄한 존재로서 세상을 군림하고 있다. 인간이 동물들의 속성과 비교하여 존엄하고 영리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거짓말과 관련이 깊다.


사람들은 언어(말)을 통해서 정보를 교환하고 상대방을 속이거나 기만하며 설득하기도 한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상대방의 정보를 캐내려하고 더 많은 언어를 교환하기 위해 일부러 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인간의 언어야말로 속임수의 온상이 된다. 듣는 사람이 전혀 확인 할 수 없는 장소와 시간 또는 사건들에 대해 거짓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를 통해서 사람들끼리 교감이 이루어지려면 그 언어의 진실, 거짓여부가 확인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짓말을 한쪽이 큰 이득을 얻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서 상호 균형교감이 흐트러지게 될 수 가 있기 때문이다. 

 
언어는 양날의 칼이 될 수가 있다. 거짓말, 거짓행동 등을 가려내는 능력은 인간이 가진 특성 중에 하나이다.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거짓이나 사기가 지금처럼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옛날 사람들은 집단 속에서 살면서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살았다. 사생활이 없었기에 거짓말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사는 환경은 너무 거짓말의 기회가 많고 거짓말이 탄로가 나면 나쁜 평판을 얻을 것이라는 사실도 너무 잘 알고 있다. 공동생활에서 사기꾼을 발견하고 처벌하는 사람은 신뢰와 존경을 얻고 그 집단 내에서 좋은 평가를 얻게도 된다.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에서도 사기(거짓)는 매우 흔한 삶의 전술이 된다. 얼룩말의 선명한 얼룩줄무늬는 상대방에게 무서운 느낌을 주려는 힘없고, 선량한 말의 살아남기 전략이며 나뭇가지 색깔인척 흉내내고 있는 보호색의 곤충이나 벌레들은 자기를 해치는 적들의 눈을 피하기 위한 위장적 거짓 전술인 셈이다. 인간들이 가장 심각한 생식적 본능에 관여되어있는 거짓말을 많이 하고 있다. 남자는 여자에게 자기가 가장 힘 있고 능력 있는 남자인 척 위장을 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자기가 가장 아름답고 젊게 보이려고 화장을 하고 냄새를 숨기려 향수를 뿌리고 보석을 휘감고 머리를 염색하기도 한다.


인간은 속임수의 대가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위선적인 소질을 타고 났다. 사회적으로 또는 개인적으로 정직하고 도덕적이라는 위선의 탈을 씀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덕적 책임감이 더 큰 사람이 도덕적인 정직함이 더 많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덕적 책임감이 큰 사람이 더위선자가 많다. 그 까닭은 도덕적으로 보일 뿐 실제적으로는 도덕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거짓말을 자주하지만 자기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나는 운동을 많이 하고 있어”, “나는 대학교수로서 실력이 많은 교수야”, “우리 아이는 절대로 그런 짓은 안해!”. 타인에게 하는 거짓말은 즉흥적 일 수 있고 허영심의 만족을 채우기 위한 가벼운 것이며 별로 해롭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거짓은 진리에 대한 배반이며 인생의 삶에 대한 배반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거짓말이 다 악의적이지는 않는 것이다. 우리는 실제로 즐겁지 않으면서 예의상 즐거운 척 하는 경우가 많으며 상대방의 재미없는 농담에 크게 웃어주기도 한다. 이런 거짓은 큰 피해를 주지 않는 사소한 거짓이기 때문이다. 진실(사실)을 모르는편이 마음이 편할 때도 있기 때문에 일부러 속고 싶어하는 심정일 때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듣고 있는 모든 이야기는 말하는 사람이 믿어 주었으면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예의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말하는 정보가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판단하고자 할 때 상대방의 얼굴표정을 읽는다. 얼굴 표정을 인식하는 능력을 인간의 시각 중 가장 발달된 형태이다. 얼굴인식능력은 인간의 뇌 속에 있는 특수체계에 의해서 조정된다. 뇌의 각 영역마다 관장하는 안면인식유형이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상대의 얼굴(표정)에서 그 사람의 신분, 배경, 연령, 성별, 기분, 의도, 감정에 관한정보를 알아차릴 수가 있다. 얼굴표정은 감정에 따라 각기 다른 표정이 있으며 거짓말을 할 때나 큰 위험이 부딪혔을 때는 더 많은 감정을 표현하면서 얼굴과 어조에 표현되어 나타나게 마련이다. 가짜웃음이나 만들어진 표정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진짜 미소를 지을 때 관여하는 근육은 입의 양쪽 끝을 당겨 올리는대 관골근과 뺨을 끌어올려 눈가에 주름을 만들고 동시에 눈썹의 바깥 가장자리를 끌어내리는 안륜근 두 가지가 있다.

특히 안륜근은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억지 웃음을 지을 때는 대관골근을 수축 시켜 뺨을 밀어 올려서 주름을 만들 수 있어도 눈썹의 바깥가장 자리는 내려 갈 수 있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억지로 웃는 사회적 미소는 진짜 미소와는 다른 근육들의 구성으로 이루어지며 임의로 통제되는 피질회로에 의해 발생되고 진짜 즐거움의 미소는 변연계와 뇌구조에 있는 회로에 의해 불수의적으로 나타난다. 위대한 배우들의 표정연기는 모든 근육을 통제 할 수 있기 위하여 끊임없이 연습을 거친 운동선수와도 같은 노력의 결과이다.


요즘팩스, 장거리전화, 전자우편, 화상회의가 매우 발달되었기 때문에 직접 만나서 논의하는 회의는 구식으로 밀려 날 듯도 하지만 아직도 재래식으로 마주앉아서 얼굴을 마주보면서 하는 회의가 선호 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상대방이 쩔쩔매는 당황해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진실을 찾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진실을 말하는 것, 진실한 것만이 최상의 힘이다. 훌륭한(능란한) 거짓말쟁이가 되기는 어렵다. 심지어 당신만이 진실을 알고 당신 자신의 의도에 의해서 만들어진 거짓말을 하는 것도 그다지 쉽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감정은 얼굴과 신체에 드러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감정을 꾸며 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은 당연한 것 인지도 모른다. 

 
동물들은 본능인 육체의 지혜만으로 살아감으로 거짓이나 허위, 가식이 없고 자연 그대로다. 그러나 인간은 지성이라는 정신의 지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허위와 가식이 많다. 사람만이 거짓말을 할 줄 아는 동물이다. 또 남을 속이면서도 또 자기스스로를 속이는 동물이 바로 사람들이다. 우리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어려서부터 배워왔고, 이 교훈은 엄밀히 말해서 별로 효율성이 없는 설교인 셈이다. 왜냐하면 일찍이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연민 과정에 이끌리거나 비열한 마음으로서도 부득이 거짓말을 했을 것이며 자기의 무한한 공상을 만족시키고자 거짓말을 했으며, 사교적인 입장에서 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있어서 이러한 거짓말의 필요성은 생각외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거짓말은 모든 유기체에 대한 인간의 유일한 특권이다. 거짓말을 하는 동안에 진리에 도달 하게 된다.”- 도스토예프스키<죄와벌>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