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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음악이 가진 생명력

[최상묵의 NON TROPPO]-<40>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음악은 모든 사람들의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현재와 과거에 존재해 왔던 어떤 문화에든 어떤 형태로든 음악이 있었다.
고고학적 유적지에 발굴되는 가장 오래된 유물에서 반드시 악기가 들어있었다. 오직 인간만이 음악을 만들고 악기를 연주하고 멋진 악단을 만들어 음악공연을 한다. 박자를 맞춘다거나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는 행동은 인간의 뇌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고유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음악의 기본 재료는 음계이다. 각기 다른 음들이다. 이 음들이 시작과 종지가 있고, 거기에 음조나 음색이 가미되어 독립된 음악으로 탄생되어 연주되고 듣게도 된다. 언어와 마찬가지로 음악에도 구조가 있고 감정을 전달하고 어떤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때문에 어떤 음악은 기분이 좋아지고 때로는 슬퍼지기도 하며 긴장되기도 한다. 음악은 감정을 이끌어 몰입상태를 만들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전율을 일으키며 심장박동수가 변하는 생리적 반응을 나타낼 수도 있다. 안정된 음정과 불안정한 음정간의 이행을 통해서 긴장과 해방감을 주고 장음과 단음간의 이행을 통해서 기쁨과 슬픔을 주기도 한다.

명석한 사람이 되려면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 또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야 한다. 기분이 좋으면 자극이 되고 이 자극이 다양한 인지 능력을 키워 주는 긍정적인 사람으로 바뀐다. 음악은 조직된 소리를 말한다. 소음은 제멋대로 뒤죽박죽인 소리 또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소리의 집합이다. 누군가의 귀에는 소음으로 들리는 것이 누군가에는 음악이 되고 그 반대도 있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모차르트만이 음악이고 누군가에게는 조용필만이 음악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찰스다윈은 인간의 음악도 조상들의 짝짓기 울음소리에서 발전했을 것이라 주장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비틀고, 흔들고, 행진하고, 박수를 치곤 한다.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함으로서 근육 솜씨를 가다듬고 음성언어나 문자언어에 꼭 필요한 미세한 근육조절능력을 발달시키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는 음악이 우리의 기분에 영향을 미치고 뇌에 화학적 변화를 가져 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분명히 구별하면서 음악을 통해서 기분의 조절을 능숙하게 할 줄 아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음악은 단순히 기분전환용 소일거리만은 아니다.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진화와 사회관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음악이 인간의 삶에 기여한 역할과 중요성을 곰곰이 관찰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음악은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는 중심적 요소로 언어와 행동들을 더 순화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역할을 하고 인간의 생활에 크나큰 협력작업을 보다 손쉽게 해주는 해결사의 임무를 수행하는 도구로서 구실을 한 셈이다. 음악이 사회집단의 유대감과 응집력을 높여 행동을 통일 시키고 제식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며 음악이 역사적으로 ‘인간은 모두 하나’라는 느낌을 만들어 주는 방법으로 많이 응용되고 있음은 사실이다. 옛날 모닥불을 피워 놓고 노래 부르는 행위는 포식자를 물리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고, 단체의 협동심을 기르는 표현이기도 했다. 「오~대한민국 짝짝 짜짜짝」 하면서 붉은 셔츠를 입고 외치는 소리는 바로 음악의 일종이다.

인간의 음악적 역량은 생물학적으로 진화되어 온 산물이다. 음악이 진화의 산물이라는 확실한 이유는 음악이 모든 인간에게서 발견되고 오랫동안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인간은 진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원시인 선조들에게서 언어소통, 인지, 표상능력을 유연하게 갖도록 준비시키는 활동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음악적 존재이며 음색을 기억하고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은 매우 민감하고 정교한 수준에 있다.

음악 능력은 모든 인간에게 잠재되어 있는 본능에 속한다. 음악은 타고난 능력을 지닌 소수의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특수한 전문분야라는 생각은 문화적 편견이다.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정서적 표현력은 모든 사람이 다 갖고 있는 보편적인 능력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다는 것은 다른 유쾌한 감각경험들 즉, 아침에 향기로운 커피 냄새를 즐기는 것, 좋아하는 예술작품을 감상하거나, 평화롭게 잠든 아기의 얼굴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가사의 내용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어린 아이들이 애잔한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라곤 한다.
그 곡조의 어떤 특징이 아이의 눈물샘을 자극했는지는 우리도 모른다. 슬픔과 관련된 정서적인 기분이 이곡이 나타내는 청각정보처리 기능의 어떤 특징과 맞아 떨어져서 일어나는 현상임엔 분명하지만 누구도 이 노래를 들으면 애절함을 느끼는 것은 같을 것이다. 즉, 같은 눈물샘을 자극한 청각과 정서처리의 공명이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할 것이다.

어머니와 아이가 음악을 통해서 아기를 생성적 언어발달로 나아가는 준비를 하는 셈이며 앞으로 더 복잡한 언어적 표현도 배우게 된다.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어느 정도 자신을 음악에 맡긴다. 음악이 우리들 자신 너머고 데려가도록 내버려 두려고 한다. 위대한 음악을 들으면 자신의 실존 너머에 있는 거대한 무엇! 가령, 다른 사람들이나, 거창하게는 신(神)과 연결되는 것 같다고 느끼고 싶어 한다. 기계문명의 정복 하에 완전히 포로가 된 오늘날의 우리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위안과 휴식을 즐기기 위하여 로맨틱한 몽환 속으로 우리를 침몰하게 할 수 있는 어떤 음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구원이기도 할 것이다.

음악이라는 현상이 우리들에게 주어지는 것 중에 중요한 부분이 우리들에게 어떤 질서를 세워준다는 유일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은 영혼을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다. 다만 영혼을 자극하는 움직임을 갖고 있다. 사람은 음악의 힘에 의해서 자기가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자기가 이해 못하는 것을 이해하고 자기가 할 수 없는 것도 가능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음악은 참된 일반적인 인간의 언어이다. 자기 안에 어떠한 음악도 갖기 않고, 감미로운 음악의 조화에 마음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인간이야 말로 모반과 약탈에 적합한 인간이다.”
                                                                                                        -세익스피어-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