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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세포의 자살(Apoptosis)

[최상묵의 NON TROPPO]-<38>

 

 

 

세포는 생명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생명기본단위이다. 인간의 몸도 거대한 세포들의 집단으로 형성된 하나의 구조물인 셈이다.

인간의 몸은 단순한 기계적인 구조물이 아니고 유전적 조건이나 열역학적 또는 환경적 조건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있는 유기체이다. 다세포 생물개체로 구성되어 있는 인간의 세포들은 세포 서로간의 더 큰 이익을 위하여 서로 힘을 합치기도 하고 세포 자신을 파괴하기도 한다.

생물들은 자기의 소속집단이나 다른 생물들과 너무 오랫동안 유기적인 연결이 없어지면 자멸하는 성향이 있다. 또한 많은 생물들은 생존을 위한 진화적인 절박성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수효가 너무 많아질 경우에는 자신들의 일부를 스스로 제거하는 자정작용을 거치므로 그 집단의 생존물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본보기가 세포의 죽음이다. 주용히 진행되는 세포들의 죽음은 손상된 부위를 신속히 복구하고 죽은 세포들을 신속히 절도 있게 제거함으로서 새로운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새로운 조직이 탄생 되는 것이다.

세포의 죽음은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우발적인 현상으로 외부요인에 의해서 세포죽음을 맞게 되는 세포살해(cytocide)가 있고 포유동물의 세포에서 나타나는 격렬하고 저항적인 세포의 죽음인괴사(necrosis)가 있다. 세포살해나 괴사와는 또 다른 특이한 세포의 죽음이 있다. 세포자살(아포니스, apoptosis)이란 현상이 있다. 세포살해, 괴사와는 달리 미리 예정되어 있는 세포의 죽음을 말한다. 세포자살은 외부의 어떤 압력요인에 의한 죽음이 아니고 평화로운 죽음의 과정이다. 세포자살을 유전적으로 프로그램 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세포막이나 세포 안의 기관들이 정상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 단지 세포 안의 핵에서 크로마틴이 응집하여 세포자살소체를 형성하여 세포전체가 위축되어 조각조각 되면서 세포가 죽어버리는 현상이다. 세포자살을 주변 세포들에게 아무런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며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조각가가 대리석 덩어리를 조각조각 깎아 나아가면서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듯이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꼭 덧붙이는 일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조각을 깎듯이 떨어져 나가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생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은 그들의 더 큰 이익을 위해서는 서로 힘을 합치고 협력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협력은 어떤 유전적 강압에 의한 것이므로 어떤 세포라도 옛날 습성으로 회기 하기 위하여 탈선을 시도하면 죽음의 형벌이 내려지는 것이다. 이 죽음의 형벌은 신이 내려준 철학적인 죽음이다. 이때 신이 내려준 이러한 형벌을 거역하거나 죽음의 형벌을 용케 피하는 이기적이고 경악스러운 세포가 있기 마련인데 바로 그 세포들이 바로 암세포가 된다. 물론 그 암세포는 몸 전체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마구잡이로 복제하고 번식하여 커지면서 암세포 덩어리를 만든다. 암세포는 잠깐 동안의 죽음(apoptosis)을 피하기 위하여 주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결국은 스스로도 최후를 맞게 되는 것이다.

인간도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인간의 죽음은 질병에 의한 죽음도 있고, 사고, 자연재해 등으로 우연적인 죽음도 있다. 때로는 인간도 삶의 가능성이 없어서 포기 행동으로 죽음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자살의 경우를 말한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유명 연예인의 자살사건이나, 전직 대통령의 자살사건도 우리는 목격 할 수 있었다. 절망으로 말미암아 인간은 죽을 수 있다. 인간의 삶의 의지가 마비되어 스스로 죽음으로 자기를 내던지게도 될 것이다.

자살자들은 적극적으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죽음의 충동을 느껴서 죽음을 택한다. 인간은 뭔가 유용한 일을 하거나 어디에서나 뜻있는 일을 한다는 느낌이 필요로 한다. 주위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하거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때때로 빨리 죽는 것을 선택하거나 원하고 있다. 인간은 자살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에 그 행동이 참으로 비겁하다는 것을 모른다는 점에서는 다른 하등 동물보다 더 하등 수준일 때가 있는 것 같다. 자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인생에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것과 같다. 자살은 모든 인간에게 허용된 최후의 만찬이다. 우리가 이 만찬의 잔을 아껴야 하는 이유는 신으로부터 유한한 생명을 부여 받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삶이 끝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기가 쉽지는 않다. 따라서 인간의 삶이 끝나는 것을 외부의 누군가의 악의적인 개입으로 인해서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인간은 누군가에 의해 혹은 질병으로 인해 죽임을 당하는 것만 생각할 뿐 자연적인 원인, 노화로 죽는 것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으려 한다. 죽음은 불길한 것이며 두려운 사건, 하나의 심판이며 형벌이라고 생각한다.

 

평화롱누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의 모습은 마치 별이 쓰러지는 느낌을 연상할 수 있다. 광활한 하늘에서 반짝이는 수백만 개의 별 중 하나가 짧은 순간 없어지는 것과 같은.

마기 수백만 세포들 중에서 매일 같이 죽어가는 조용한 세포의 죽음처럼. 인간이 미물인 세포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