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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방법론에만 치우친 치료행위

[최상묵의 NON TROPPO]-<33>

 

 

핀란드 보건국은 40세부터 50세 사이의 관리직에 종사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정기 신체검진은 물론 영양상태 조사를 정기적으로 기행하며 담배나 알코올, 설탕 섭취를 억제시킨 후 15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적조사를 실시했다. 한편 같은 연령층을 대조군으로 하여 그쪽은 아무것도 알리지 않고 또한 아무런 제약이나 조건을 부여하지 않고 그냥 정기적으로 건강을 조사하여 두군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실험군, 즉 담배, 당분 등을 억제시키고 정기적으로 영양상태를 조사해 온 군에서 심장혈관질환, 고혈압, 사망 혹은 자살을 기도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보고였다. 이것은 핀란드증후군이라 부를만치 흥미롭고 경악스러운 결과를 나타낸 보고였다. 건강해지려고 노력하고, 이상적인 생활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아이러닉한 결과였다.

즉 건강와 과보호나 신체의 지나친 효율적인 관리는 오히려 개인을 과보호하고 의존심을 키우며 면역성의 부족현상으로 저항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여 자기 자신의 신체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을 면제하려는 경향으로 자아(自我)의 확장을 방해하며 나쁜 건강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건강이나 신체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현대의학에서 지나친 관리에 몰두한 나머지 개인자신이 건강에 대한 자립심과 건강실현의 의지를 약화시켜 버리는 경향이 없지도 않다.

현대의학의 위대한 기술과 그 효율성에 도취되어 의학과학을 만능인 것으로 착각한 나머지 인체를 마치 분해할 수 있는 기계나 부품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잘 기름치고, 닦고, 관리만 하면 언제나 새롭고 반짝이는 건강이 있을 것이라고 착가하는 현대의학 모순을 발견하게 되는 일면을 나타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과학의 눈으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발상은 극히 위험한 일이다. 과학의 힘에 의해 오히려 상실되어가는 인간의 능력이 있음을 주목해야 할 일이다.

과학이전에 인간의 정신(mind) , 주관적인 직관이 객관적인 데이터 보다 훨씬 우월할 수 있다는 견해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것이다. 스웨덴의 엑셀손의 전략으로 전문가에 의한 기계적 치면세척(Professional mechanical tooth cleaning)으로 치아우식 및 치주질환 예방을 도모하려는 사업을 실시했다. 4년간 철저한 프라그 제거에 의해서 치은연, 우식의 발생의 빈도는 현저히 감소되었다. 이것은 철저한 관리의 결과였다. 한편 그 실험에 이어서 4년 후에 치과보건 행동평가를 해보니 우식 치은염은 현저히 억제되었지만 하루동안 간식섭취(설탕섭취)량은 오히려 실험군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엑셀손은 실험군의 간식회수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PMTC는 성공했다고 보는 반면에, 간식을 제한했던 치과적 보건행동은 악화되었다고 보았다.

즉 지나친 관리나 간섭은 자립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증거를 나타낸 보고이다. 어린이들에게 하루 세 번 먹고 반드시 이닦기를 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지도하는 것은 충치 예방적인 측면에서 수치는 높아질 수는 있어도 이러한 일률적인 지시나 처방은 아동들의 자립심을 뺏고, 의존적 성격이 되거나 적극적으로 자기표현을 할 수 없는 마음을 잃게 되어 오히려 건강과 거리가 먼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젊은 치과의사들이 나이 많은 환자들에게 이닦기 방법을 교육하면서 옛날식으로(옆으로) 닦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질책하면서 회전법 이닦기만을 고집스럽게 강조하는 광경을 보게 된다. 평생을 횡으로 이를 닦아온 환자가 갑자기 방법을 바꾸게 되면 오히려 이닦기 효과는 엉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의사나 환자 모두는 방법을 바꾸는 그 자체만으로 프라그가 훨씬 잘 제거된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소위 방법론에만 현혹되어있기 때문이다. 이 환자에겐 회전법으로 방법을 바꾸는 것보다는 더 열심히 닦으십시오”, “더 정성들여 닦으십시오하는 권고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의학에서 열심」 「정성은 가치 없는 것이라고 무시하고, 방법론적 회전법만이 중요한 사실로 강조되는 것이 의학의 본질이 아닐지도 모른다. 의료행위도 지나친 수치의 개념이나 관리, 방법론에 치우치면 역작용이 생긴다. 질병관이나 인간관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로운 의사가 필요한 시대에 있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