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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 칼럼

견물생심(見物生心) vs 견과생심(見菓生心)

[권훈 원장의 소아치과 에세이]- <20>

 

사람이라면 누구나 견물생심의 유혹에 흔들리는 마음을 갖고 있다. 좋은 물건을 갖고 싶은 욕심에 그것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자기 소유물이 된다면 긍정적인 견물생심(見物生心)의 예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좋은 물건을 탐하는 욕심만 있고 어떠한 노력도 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자신의 분수를 넘어서는 물건을 탐낸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직업인 치과의사는 견물생심에 항상 절제력과 겸손함을 지녀야 한다.
자기 욕심만 채우려 한다거나 자기 것만 소중하게 여기고 남의 것은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치과의사의 명함에는 ‘성공’이라고 써져있지만 사람들은 ‘불행’이라고 읽기 때문이다.

견물생심을 영어로 하면 Seeing is wanting이고 견과생심은 Seeing is eating이라 표현할 수 있다. 물건을 보고 자연스레 욕심이 생기는 것처럼 과자를 보게 되면 그것을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평범한 가정의 집안을 들여다보면 온통 우식성 식품들이 여기저기 널려져 있어 아이들이 쉽게 꺼내 먹을 수 있어 충치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다.

 

충치 예방을 위한 식이습관의 기본 원칙은 見菓生心과 “You are what you eat”이다. 과자를 보면 먹고 싶은 욕심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러한 음식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보관하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현명한 엄마가 잘 골라 먹인다.”라는 문구를 곱씹으면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충치 예방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충치의 시작은 일상생활 속에서 섭취하는 음식이나 간식 등으로 인해 유발되는데 특히 영양 불균형을 야기하는 식이습관은 충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충치와 식이습관의 연관성을 논하기에 앞서 몇 가지 용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식이의 사전적 정의는 습관적으로 섭취하는 음식과 음료이며, 간식은 정해진 식사와 식사 사이 아침 ·점심 ·저녁 이외에 먹는 음식을 말한다. 식이와 충치 발생에서 중요한 핵심은 우식 유발성 음식의 섭취 빈도와 이러한 음식의 oral clearance 속도이다. 구강내로부터 음식물이 제거되는 속도는 우식 유발성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 음료수 같은 액체형 음식은 사탕처럼 우식 유발 효과가 크지 않다. 반면에 쉽게 용해되어 입안에 오래 머무르고 끈적거리면서 치면에 오랫동안 부착되는 음식은 충치 발생의 주요 원인이다. 음식 섭취 방법만으로 충치를 100% 예방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충치가 잘 발생하는 경우라면 충치를 유발하는 음식을 멀리하고 식이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이 충치 치료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치과에서 보호자들이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많이 하곤 한다. “과자 먹으니까 충치가 생기잖아! 너 오늘부터는 과자 안 먹을 거지?” 만약 아이들에게 과자를 모두 다 빼앗아 버리면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요? 이것은 아줌마들이 텔레비전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먹지 말라’라는 부정형의 교육보다는 ‘과자는 간식시간에만 먹자’ 라는 긍정형의 교육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간식 조절에 관한 교육(Advice)은 절대 부정적으로 하지 않아야 한다. 긍정적인 대안을 찾아내서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적극 추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효과적인 교육방법이다. Sugar Clock은 간식을 하루 세끼 식사사이에 3번 정도로 제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3번은 좀 실천하기 힘든 횟수이고 최대 6번까지 빈도수를 제한하는 것이 가장 실천하기 쉽고 효과적이다.

진료실에서 아이들에게 강추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Sweet Weekend이다. 이것의 목적은 주말에 평소에 먹고 싶었던 우식 유발 식품을 1시간 동안 맘대로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우식성 식품의 섭취 빈도를 자연스럽게 줄이면서 아이들의 과자에 대한 욕구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식이습관에 대한 교육으로 음식 섭취 방법 또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식사 3회와 간식 3회, 총 6번 음식을 섭취한다고 가정하자. 음식을 먹는데 30분과 구강내 pH가 정상으로 회복되는데 30분이라 하면 총 1시간동안 치아는 산에 노출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 6시간동안은 탈회가 진행되고 18시간동안은 재광화가 이루어진다 할 수 있다. 특히 성장 중인 소아 및 청소년에서는 6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치아가 산에 노출될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우식성 식품이고 싫어하는 것은 청정식품이다. 이러한 것을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치과의사가 해야 할 책무라 생각된다. '뚜껍아 두껍아 헌집 줄께 새집 다오' 라는 전래동요처럼 ‘애들아 애들아 과자줄게 틀니 낄래’라는 노래를 아이들에게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 까 싶다. 마지막으로 Ellen Satter의 명언과 실제 임상에서 보호자와 아이들에게 교육할 식이습관의 목표를 소개하고자 한다.

 

Parents are responsible for what children are offered.
Children are responsible for whether and how much they eat.
                                              - Ellen Satter -

 

1. 설탕 섭취 빈도를 줄인다.

2. 쥬스 음용 빈도를 줄인다.

3. 취침시 우유병 사용 습관을 중단한다.

4. 입안에서 서서히 녹거나 접착성이 높은 과자 섭취를 줄인다.

5. 비우식성 과자 섭취를 늘리고 우식성 과자 섭취는 식사시간에만 제한한다.

6. 칫솔질 또는 보호식품 섭취를 통해 우식성 식품을 구강내에서 빨리 제거한다.

7. 간식을 먹은 후엔 물로 입안을 행구거나 껌을 씹는다.

8. 과자 같은 접착성이 높은 간식은 반드시 우유나 쥬스와 같이 섭취한다.

9. “Healthy Eating Pyramid”방식으로 음식을 섭취한다.

10. 총열량의 분포가 탄수화물 55-60%, 단백질 10-15%, 지방 30%되도록 한다.

11. 설탕 섭취가 총열량의 10% 미만이 되도록 한다.

12. 간식량은 1일 총열량의 10-20%미만이 되도록 한다.

13. 간식을 주는 횟수는 오전과 오후 1회로 제한한다.

14. 간식 시간은 다음 식사와의 사이를 최저 2시간정도 두어야 한다.

 

 

필자 약력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소아치과 수련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겸임교수
미래아동치과 원장
대한소아치과학회 광주, 전남 지부장
hoonkweon@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