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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 칼럼

소아치과의 자화상

[권훈 원장의 소아치과 에세이]-<19>

  • 권훈
  • 등록 2014.02.07 08:34:13


자화상은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고,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천재 화가 고흐(Gogh)는 서른여섯 작품의 자화상을 통해서 다양하게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였고 특히 귀에 붕대를 맨 자화상에서는 자신의 치부까지 솔직하게 화폭에 담았다.

 

고흐가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처럼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은 ‘자화상’이라는 시를 통해서 자신의 처지를 고백하였다. 24세에 불과한 젊은 시인이 온갖 시련을 겪으며 힘들게 살아온 지난 삶을 회고한 작품이다. 특히 시의 제2연은 필자에게 다음과 같은 공감을 주었다.

 

소아치과 의사로 살아온 스물 한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환자였고 임상은 해도 해도 부끄럽기만 하다. 어떤 날은 내가 환자에게 죄인이 된 것 같고 어떤 날은 내가 바보같은 행동을 한 것 같다. 나는 항상 부끄러움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살으련다.

 

자화상(제2연) -서정주-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으련다.

 

고흐가 자화상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다양하게 표현하였듯이 선, 후배, 동료들로부터 ‘소아치과’에 관한 여러 생각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중에는 사진 같은 자화상처럼 실제 소아치과와 일치하는 것도 있었지만 상상으로 그린 자화상같이 소아치과 실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도 있었다.

 

요즘 시대에 절실히 요구되는 전문화와 차별성을 앞세운 소아치과 개원은 국민들로부터 적지 않은 호감을 사고 있다. 따라서 무한경쟁의 시대에 접어든 개원의에게 ‘나는 내가 자신 있는 것만 확실하게 진료한다.’라는 진료 철학은 꼭 갖추어야 할 아이템이다. 소아치과는 이러한 부분을 가장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임상 학문이라 생각된다.

 

소아치과를 전공하고 G.P.로 개원하신 분들의 이야기에서도 소아치과의 유용성은 증명된다. 소아치과 전공의 시절 보존, 교정 및 외과 진료 경험들이 개원 초기 진료에 대한 자신감을 배가시켜주고 Child management가 자연스럽게 Patient management로 전환되어 성공적인 개원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유독 많은 것 같다.

 

‘소아치과를 따로 공부할 필요까지 있겠어?’라면서 소아치과 학문의 깊이를 낮춰보는 시각이 있다. 보존과, 교정과, 구강외과를 전공한 선생님보다 해당과 진료를 소아치과 전공자가 더 잘할 수 없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소아치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나 연구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없을 정도의 학문은 결코 아니라 생각한다.

 

필자는 이러한 생각들에 대한 반론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다. 어떤 모임에서 보존과, 보철과, 교정과, 소아치과 의사가 서로 자기 자랑을 하고 있었다. 먼저 보존과 의사가 ‘나는 이 아픈 사람들의 고통을 제거 한다’며 우쭐댔다. 그러자, 보철과 의사가 ‘나는 이 없는 사람들의 저작을 도와준다’며 목에 힘을 주며 말했다. 이번에는 교정과 의사가 의기양양하게 자랑했다. “나는 이 못난 사람들의 미소를 찾아준다.” 마지막으로 소아치과 의사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3명의 치과의사들에게 말했다. “나는 이 잘난 치과의사들의 할 일이 없도록 아이들을 치료한다.”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다. 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주는 수학 선생님과 복잡한 영어 문장을 해석해주는 영어 선생님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유년시절 예의범절과 공중도덕을 몸에 베이도록 도와주는 유치원 선생님도 평범하게 보이지만 꼭 필요한 존재이다.

 

소아치과 개원의로서 소망이 있다면 필자가 치료한 아이가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보존, 보철, 교정 치료가 필요치 않는 구강 건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아이들에게 수학, 영어 선생님 보다는 유치원 선생님 같은 역할을 즐거운 마음으로 오랫동안 하고 싶다.


 

필자 약력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소아치과 수련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겸임교수
미래아동치과 원장
대한소아치과학회 광주, 전남 지부장
hoonkweon@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