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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고흥 음식을 아십니까?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15>

 

예전 고흥 나들이 때 인연을 한 번 맺은 뒤로 고흥 이야기만 들리면 마치 제 일처럼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고향도 아니면서 나로호 발사 성공을 고흥 사람 이상으로 좋아했고, 그 동네 출신의 인사동정까지 챙겨 볼 정도입니다.

고흥은 지형상으로 '캥거루 불X'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좌우로 득량만과 여자만이 있어 각종 해산물의 보고이기도 하지요. 고흥반도에 딸린 소록도 역시 일제때부터 나환자촌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요즘은 외나로도와 거금도까지 다리로 연결이 되어서 많은 관광객들과 식객들이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캥거루 불X의 목 부분 바로 위에 위치한 곳이 벌교읍인데, 이곳이 마치 고흥의 목줄을 쥐고 있는 꼴입니다. 보성, 벌교는 고흥보다는 여수, 순천, 광주, 목포 등 외지로 나가기가 편합니다. 아무리 고흥에 유명한 뭐가 있다고 하더라도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벌교 꼬막'에 눌려 제 대접을 못 받아왔습니다. 오죽하면 고흥 학생들이 외지로 나갈 때면 터미널이나 기차역에서 벌교 주먹들한테 매를 맞고 다 털리곤 했겠습니까. 들리는 풍문에 따르면 고흥 지역의 사람들이 하도 당하다 보니 터미널 같은 곳에 고흥의 힘쎈 장사들을 파견 보내 학생들을 보호하려 했다고도 하더군요.

실제 고흥은 유명한 운동선수들이 많습니다. 박치기 김일 선수부터 미들급 세계 챔피언 출신 유제두 선수도 고흥 출신입니다. 씨름 왕들도 많구요. 제 초등학교 후배인 박지성 선수도 본적은 고흥입니다.

생존해 있는 여류화가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천경자 화백도 고흥 사람인데, 요즘 치매로 뉴욕 큰 딸네에 산다죠? 오래 전에 자신의 작품 일부를 고흥군에 내놓아서 미술관을 준비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는데, 근자에 큰 딸과 고흥군이 반환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에 가슴이 조금 시렸습니다.

 

고흥사람들의 고향 사랑은 예전부터 유명했습니다. 십여 년 전 어느 월간지에 서울에서 매년 열리는 고흥 향우회에 대해 기획 기사가 실릴 정도였습니다. 효창운동장에 수만 명이 몰리고 고향에서도 군수를 포함하여 국회의원까지 수십 대의 버스로 올라와서 흥겨운 잔치를 벌이는 모습은 여타 시군들의 시기와 부러움을 샀다지요?

고흥의 먹거리는 어떨까요? 벌교가 꼬막으로 유명하다지만 생산량은 고흥이 더 많다고도 합니다. 굴도 마찬가지죠. 통영처럼 투하 방식으로 키우는 경우도 있지만 갯벌과 바위 등에서 캐는 굴도 많습니다. 고흥굴의 독특한 점은 영양가는 많지만 까맣고 꾀죄죄한 서해안 굴과 미끈하고 사이즈가 큰 통영의 굴과 비교했을 때 딱 중간 정도라는 겁니다. 적당히 검고, 적당히 크며 그리고 영양가도 풍부하다는 점이 바로 고흥산 굴의 장점인 것입니다. 특히나 고흥 굴로 만든 '피굴'은 굴요리의 정수입니다.

고흥 특산의 유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나 유자로 만든 막걸리인 '유자향주'가 좋은데 아직 유통망이 없어서인지 외지에선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인근 바다(남해와 득량만, 여자만)에서 잡히는 생선들도 매우 다양합니다. 제주도에서만 나오는 줄 알았던 생선들도 녹동항 어판장에 가면 넘치도록 많습니다. 구문쟁이 같은 돔 종류도 제주의 절반값 정도이니까요. 더우기 거문도에서 잡혀 올라오는 삼치를 빼고는 고흥의 생선 이야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대개 늦여름부터 이듬해 초봄까지 삼치철인데, 4킬로그램 이상 나가는 대삼치회 맛은 그야말로 환상입니다. 대략 바다생선들은 클수록 맛이 있는데, 다금바리(실제는 자바리), 대구, 삼치, 민어 등이 특히 그러합니다.

고흥 출신 지인께서 난데없이 경기도 김포 땅에 고흥음식 전문점을 냈다니 열일 제쳐놓고 달려갔습니다.

식당 이름도 고흥을 상징하는 '나로호 선주의 집'입니다. 저는 처음에 나로호라는 우주선의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인 것처럼 재치 있게 지은 이름인 줄로 알았습니다. 비행기와 다르게 우주선은 우주를 '항해'한다고 하지 '운항'한다고 표현을 않거든요. 닐 암스트롱 '선장'이라고 하지 '기장'이라고 하지 않듯이 말입니다. 하여, 우주선을 소유한 부잣집인가 생각했는데.... 지인의 사모님 성함이 '선주'라지 뭡니까? 결국 고흥을 상징하는 나로호와 주인장 이름을 같이 합한 절묘한 작명이군요.

 

             김포는 제가 서식하는 곳에서 정말 멉디다.

 

           가격이 매우 착하죠?

 

         기본 찬들이 깔리고...

 

      바닷소리가 들리는 찬들도 깔리고....

 

      고흥에서 가까운 여수 돌산 갓김치도 나오네요.

 

     드디어 삼치회가 나왔습니다. 현재는 냉동상태인데 녹아서 물렁물렁할 때보다 약간 서걱거릴 때가

     맛이 더 낫습니다.

 

   묵은지와 삼치 그리고 특제 소스를 뿌리고 김에 올린 뒤에 한 입에 넣습니다. 낮술이 저희를

  유혹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흥산 생굴도 당연히 먹어봐야지요.

 

     영양가 만점에다 해장에 더 없이 좋다는 피굴입니다.

 

    굴의 크기 좀 보세요. 통영과 서해안 굴의 딱 절반 입니다. 김일의 박치기 실력이 바로 피굴에서 나왔다고들 합니다.

 

     문어도 나오는군요.

 

      뜬금없는 과메기까지...

 

 

       굴전도 빼놓을 수가 없지요.

 

     그리고 마무리는 삼치로 끓인 매운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