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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르 코르뷔지에와 김수근 - 논현동 15 콜롬바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14>

얼마 전 건축사무소 '공간'이 부도가 났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착잡했었습니다. 웅장하다 못해 두려움까지 느끼게 만드는 H 그룹 빌딩과 조선시대 왕들의 거처였던 창덕궁 바로 옆, 비록 자그마하지만 결코 주눅 들지 않고 꼿꼿하게 있었는데 그만 세월과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도 저명한 아트 컬렉터 한 분이 구입을 해서 미술관으로 사용한다고 하니 작은 위로가 되었지요.

요즘은 승효상이라는 양반이 1세대 건축가인 김중업과 김수근 선생의 뒤를 잇는다고는 하지만, 산업화 시대 혹은 개발 시대의 선배들과는 약간 스타일이 다릅니다. 아무래도 김중업과 김수근 선생은 국가에서 의뢰한 대형 건축물 작품이 많습니다. 물론 일반 주택을 비롯하여 작은 건축 작품들도 있지요. 헌데, 그들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도감까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승효상씨는 널리 알려 진대로  '빈자의 미학'이 그의 건축철학입니다만 약간은 느닷없어 보입니다. 그렇게 비싼 작가가 부자들의 의뢰를 받아 건축물을 만드는데 가난한 사람의 미학이라니요. (악어의 눈물도 아니고 말입니다.) 거추장스럽고 화려한 작품이 아니라 대략 원초적 기본 얼개에 충실한 작품을 하겠다는 뜻이겠거니 혼자 짐작은 해봅니다. 아니면 의뢰한 부자들에게 '너희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명심하라'라는 작가의 경고이기도 하겠고요.

이것저것 강연회를 쫓아다니다 보니, 건축에 관한 강의도 많이 들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어본 건축가 이름은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입니다. 아무리 건축의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롱샹 성당'을 들어본 사람도 꽤 있을 터이고, 지금도 많이 팔리는 르 코르뷔지에 의자는 서울 강남의 고급 카페라면 기본적으로 하나씩은 구비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작년에 프랑스 보르도시를 방문했을 때도 우연히 그가 설계한 아파트를 본 적이 있었는데, 프랑스 구석구석에는 그의 작품들이 산재해 있어서 건축학도들의 견학코스로도 유명합니다.

며칠 전에 누가 브리태니커 사전보다 두꺼운 책 한 권을 보내줬습니다. 뉴욕 MOMA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에 대한 특별전을 하는 모양인데, 그의 작품 사진들을 체계적으로 수록한 해설서를 보내준 것입니다. 그러니까 르 코르뷔지에는 죽고 나서 더욱 이름을 발하고 있는 행운아인 셈이죠. 그에 반해 김수근과 김중업 작가는 살아서 고생만 실컷 했고, 사후에 그를 조명하는 작업도 별로 없으며, 그를 따르는 후학들도 뿔뿔이 흩어진 분위기입니다.

별 재미도 없는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꺼낸 이유는 논현동의 '15 콜룸바'라는 카페 겸 레스토랑 때문입니다.(읽을 때는 반드시 '일 오 콜룸바'라고 해야 한다네요) 콜룸바는 2차 세계대전 때 무너진 독일 쾰른의 교회를 뮤지엄으로 재탄생 시킨 데서 따온 것이고, 일과 오는 음양오행에 생성, 조화, 창조를 뜻하는 숫자라는데 저한테는 완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에 다름이 아닙니다. 다만 이 레스토랑을 건축한 사람이 김수근이고 건축연도가 1974년이니까 말죽거리나 압구정동에 똥장군 실어 나르던 때에 지은 집이라는 것이죠.(압구정 현대아파트가 80년대 초반이니까요)

그런데 집주인이 이걸 헐고 다른 용도의 빌딩을 지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세를 든 레스토랑 주인은 펄쩍 뛰고 있고요. 만약 이 집이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이라도 그러했을까요?  문외한인 제가 보기엔 실제 집안 구조가 그닥 뛰어나 보이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김수근의 작품이라면 국가적 차원까지는 아니라도 건축학계 차원에서라도 보존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군요. 하지만 얼마 전에 제주도에서 강제 철거한 '까사 델 아구아' 사건을 미루어봐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예술이 설 땅은 좁고도 좁습니다.

어쨋거나 15 콜룸바는 강남에서 한 때 붐을 일으켰던 가정집 개조 레스토랑입니다. 싱글몰트 전문 바도 겸하고 있는데, 장식장 안에 가득한 싱글몰트가 손님들이 키핑해둔 것인지 아니면 파는 것인지는 요령부득입니다.

취급하는 메뉴도 약간은 퓨전한식 스타일입니다. 예전 디자이너 케이 킴이 운영했던 '드 꼬레'의 재림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궁중떡볶기에 충무김밥까지 있으니까요.

 

 이 집이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삿뽀로 나마비루'를 판다는 것이죠.

 

빗소리 들으면서 한 잔 하는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마치 야외 정원이나 온실에서 식사를 하는 기분이 듭니다.

 

음식들은 솔직히 그닥 매력이 없습니다. 와인 값도 좀 비싼데다 코키지 차지가 '후덜덜'입니다.

 

커피를 이란 스타일로 주더군요. 에스프레소 스트레이트로 마시던지 뜨거운 물에 '미즈와리'해서 아메리칸 스타일로 마시던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