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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악어 스테이크를 드셔보셨나요?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13>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하면 생각나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아파르트헤이트, 골드, 다이아몬드, 희망봉, 보어전쟁, 신세계 와인, 골프천국, 어니 엘스, 라티프 굿센, 게리 플레이어, 요하네스버그, 케이프타운, 썬시티, 블루 트레인, 투투 주교, 2010년 월드컵, 최초의 인공심장 수술... 그러나 넬슨 만델라를 빼고는 남아공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그 '어른'께서 타계하셨고, 모든 나라의 지도자들이 아프리카 대륙 남쪽 끝으로 그를 조문하기 위해 모여들었습니다. 장례를 통해 갈등을 풀고 화해를 하는 이청준의 소설 '축제'의 내용처럼 미국의 오바마와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가 악수를 하였고, 남아공 사람들도 그 엄숙한 장례식장을 오히려 노래와 춤이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더군요. 그러니까 한 위인의 죽음은 단지 슬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차원으로의 승화를 준비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디다.

제가 만델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나 존경하는 정도는 일반 사람들과 비슷할 겁니다. 그러나 남들과 다른 점은 제가 남아공을 무려(?) 두 번이나 방문을 했었고, 심지어 만델라가 투옥되었던 로벤섬과 그 안의 교도소를 방문했던 기억 때문에 좀 더 각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 관심사인 먹는 문제로 돌아와서, 남아공은 초기 네덜란드 사람들을 비롯해 유럽인들이 대거 이주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서양식 식단 중심입니다. 그런 연고로 케이프타운을 중심으로 그 인근 지역에서의 와인 생산량은 우리의 상상 이상입니다. 대개 신세계 와인 지역 하면 호주, 미국, 칠레 등과 함께 남아공을 꼽습니다만, 와인의 퀄리티는 여타의 지역보다는 조금 떨어집니다. 아마도 포도 품종과 토양 그리고 기후 관계 때문에 그러하겠지요.

간혹 남들이 제게 묻습니다. 집에서 케이프타운까지 꼬박 24시간이 걸리는 머나먼 남아공을 두 번이나 갔으니 특별히 기억이 나는 먹거리가 무엇이냐고요? 흔히들 떠올리는 아프리카 타조 요리는 다른 나라에서도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에 그리 흥미롭지는 않았고, 엽기적이긴 하지만 '라이온 킹'이나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동물들의 고기 맛이 어떨까 하고 무척 궁금했었습니다. 물론 저의 제안에 같이 간 일행들은 펄쩍 뛰었지요.

게다가 야생동물을 취급하는 식당의 위치는 다운타운에서 약간 벗어난 지역입니다. 차에서 내려 식당으로 들어가는 십여 미터의 거리도 안심할 수가 없을 정도라는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구강외과 출신 후배가 요하네스버그로 학회를 가서 일행과 조금 떨어져 걷는데 목덜미가 좀 차게 느껴지더랍니다. 돌아보니 강도가 흉기를 자신의 목에 대고 지갑을 내놓으라고 해서 모든 걸 주고 도망을 쳤다는 얘기를 들었을 정도로 남아공의 치안은 엉망입니다. 케이프타운도 백인들이 주로 사는 다운타운 이외 지역은 위험하기 그지없습니다. 오래 전, 탤런트 김태희도 남아공의 한국식당에서 강도를 당했다지요? 다행히도 총기를 든 강도가 단순히 가방과 돈만 가져갔다는군요. 만약 강도가 김태희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녀의 개런티가 얼마인지를 알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사정이 그러하니 그런 위험한 곳으로 그리고 무시무시한 악어 고기를 먹으러 간다는 것 자체가 공포입니다.

그러나 호기심 많은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보신탕을 먹어 보는 것처럼,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늙은 양고기를, 호주에서는 캥거루 고기, 대만에서는 취두부나 뱀고기를 먹어 보는 것은 식도락가연 하는 사람으로서 해당 나라의 음식문화를 이해하는 기본자세가 아닐까요?

결국 동료들은 저 때문에 목숨까지 내걸어가며 울며 겨자 먹기로 그곳으로 끌려갔었다는 후문입니다.

 

만델라가 수감되었던 로벤 섬에서 바라본 케이프타운입니다. 멀리 테이블 마운틴에 구름이 살짝 얹혔네요. 현지 사람들은 이럴 때 식탁에 식탁보를 깔았다고 표현합니다.

마치 마라도에서 제주도를 바라보던 그런 감회를 불러일으키죠?

 

다른 장소에서 찍은 테이블 마운틴입니다. 마치 다리미로 쫙 편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케이블카를 타고 산 위에 올라가면 상당히 울퉁불퉁 합니다.

 

등대에서 바라 본 희망봉입니다. 실제 아프리카 최남단은 여기서 조금 더 떨어진 곳입니다. 장기간 항해에 지친 선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이정표였을 터이지만.... 현실은 절망봉이 아니었을까요?

 

선시티에는 골프장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국제적인 대회가 자주 열리는 게리플레이어 코스이고 또 하나는 로스트시티 코스입니다. 로스트시티 코스의 파 3홀에는 진짜 악어가 삽니다. 물론 그린 위로 접근을 하지 못하게 해뒀지만 OB 난 공을 찾으러 갔다간 바로 후크선장 신세가 됩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입니다. 철인 28호처럼 생긴 가이드가 안내를 하는데 이 양반도 이 교도소 신세를 졌다는군요.

 

남아공에 흑백차별이 없어지고 그들에게도 자유가 찾아왔지만, 진정한 산타의 재림은 아직 요원합니다.

 

만델라가 투옥되었던 독방입니다.

우리나라도 서대문구치소를 좀 더 역사적이고 교육적인 장소로 바꾸면 어떨까요?

 

드디어 야생동물 전문 레스토랑에 도착했습니다.

사슴이 "어서 오세요~!"하는 느낌이죠?

 

각종 뿔들이 보기만 해도 으스스 합니다.

 

앗! 라이온 킹에 나왔던 혹부리돼지입니다.

 

양념통도 완전 사파리 모드입니다. 나이프도 인명살상용 수준이고요.

 

 

드디어 악어 스테이크가 나왔습니다. 넓적다리 부위라는데 제법 먹을 만합니다.

 

스프링복이라는 노루 비슷한 동물의 스테이크라는데 질기고 또 냄새가 지독히 납니다.

 

이 레스토랑의 최대 히트작은 노루궁뎅이 위스키입니다. 한 잔 주문하면 암놈과 숫놈 거시기로 술이 흘러나옵니다.

 

홍차처럼 보이지만 남아공 사람들이 맹물 마시듯 음용하는 루이보스티입니다. 특유의 탄닌 때문에 처음엔 거북하지만 나중엔 중독성이 생길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