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管理)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사람의 몸이나 동식물 따위를 보살펴 돌보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치아를 관리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필자는 정기적으로 치아의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치면세균막을 깨끗하게 제거한 후 불소도포를 하는 것이 의미있는 치아관리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치면세균막이 치아우식증과 치주병의 주요 발생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길을 지나다보면 간판과 현수막에 유독 “관리”라는 단어가 눈에 자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피부 관리와 두피 관리뿐만 아니라 이제는 손 관리, 발 관리의 영역도 넘어서 네일 관리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여러 신체 조직들의 관리 비용을 들여다보면 왠지 씁쓸한 기분마저 든다. 피부나 두피 관리인 경우 일회당 4-5만원은 기본적인 가격이며 손톱이나 발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아 2-3만원은 족히 든다고 한다. 오복중의 하나인 치아를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인 치면세균막 제거 및 불소도포 비용을 방금 전 언급한 관리 비용과 비교해보면 치과계가 앞으로 설정해야 할 아젠다가 명확해지는 것 같다.
치과에서 selling과 counselling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진료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필자는 단 일초의 고민도 없이 치면세균막 관리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효과적인 치면세균막 관리를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치과에서는 professional care, 가정에서는 self care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면 건강한 치아를 보장할 수 있다. 충치로 인해 발생된 증상만을 치료하기 보다는 충치의 원인을 차단하는데 더 많이 집중해야 한다는 많은 학자들의 주장은 우리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임상에서 치면세균막을 제거하는 ‘치면세마’는 간과하기에 너무 중요한 술식이라고 생각된다. 치면세마(Oral prophylaxis)라는 용어를 음미해보면 Prophylaxis는 그리스어이며, 그 뜻은 an advance guard(선발대)이다. 따라서 치면세마는 구강병을 예방하는데 있어서 첨병 역할을 수행하는 술식이라 할 수 있다. Prophylaxis에서 접두사에 해당하는 Prophy는 참 의미심장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Prophy는 칫솔과 치실로 닦지 못한 부분을 깨끗하게 제거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Prophy; clean up what you've missed with your brush and floss). 따라서 치면세마는 환자가 건강한 치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술식이라 할 수 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기 8장 7절)”라는 말은 종교와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모토로 삼을만한 문구이다. 그래서인지 이 글귀는 식당이나 가게의 입구에 걸려진 액자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치과임상에서 치면세균막 관리는 어쩌면 미약한 존재이고 많은 임상가들이 등한시하는 진료일 수 있다. 그래서 치면세균막 관리는 치과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잘 어필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임상의 흐름이 repair 또는 replacement보다 는 예방이 강조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어쩌면 치면세균막 관리는 앞으로 환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진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Dental treatment without prevention is malpractice.
여기서 malpractice의 의미는 진료를 할 때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환자에게 손해를 주는 것이 아님을 먼저 상기하고자 한다. 예방이 포함되어 있지 않는 치과치료는 말뿐인 진료일 수 있고, 예방이 포함된 치료만이 환자를 감동시키고 술자의 진심이 담긴 진료라고 생각한다.
필자 약력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소아치과 수련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겸임교수
미래아동치과 원장
대한소아치과학회 광주, 전남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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