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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 칼럼

KISS와 소아치과

[권훈 원장의 소아치과 에세이]-<16>

  • 권훈
  • 등록 2013.10.04 10:13:46

 

1988년 어느 날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에 의학용어 기말고사 치러지고 있었는데 시험 유형은 영어는 한글로, 한글은 영어로 바꾸어 적는 주관식 시험이었다. 비교적 대부분의 문제들이 술술술 풀렸지만 몇 개의 단어가 어떤 치과대학 학생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deciduous'였다. 정답이 생각이 날 듯 말듯 하며 답답해하고 있었는데, 시험 감독중인 어떤 수련의 선생님께서 이렇게 독백하듯이 말씀하셨다. “... 장마가 끝나면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 오겠구나.” 번뇌 중이던 치과대학 학생은 그 선생님의 독백에서 deciduous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치과대학을 졸업한지 20년이란 세월이 흐르다보니 수많은 추억들은 이미 지우개로 지워져 버렸지만 필자의 머릿속에 몇 개 안남은 학창시절의 추억거리이다. ’Deciduous‘라는 의학 용어로 소아치과와 인연을 처음 맺은 그 치과대학 학생은 졸업 후 소아치과 수련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전라도 광주에서 소아치과로 개원중이며 많은 생각들 속에서 이곳에 소아치과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소아치과에서 주로 진료하는 Deciduous는 어차피 교환될 치아라는 이유만으로 State of ArtNew and High Dental Technology의 혜택들을 못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유치에 SSC나 복합레진으로 수복하는 것은 굉장히 Luxury한 치료방법이라 여기고 영구치로 교환될 때 까지만 버틸 수 있도록 임시적인 치료만 제공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이러한 치료를 선호하기에 술자의 치료계획은 다르지만 어쩔 수 없이 보호자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일반 개원가의 현실이다.

 

한편 개원 소아치과를 찾는 보호자들의 공통적인 요구들은 한꺼번에 많이’, ‘안 울게’, ‘저렴하게등을 포함한다. 이중에서 한꺼번에 많이라는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치료 원칙을 단순화하고 치료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게 필요하다. 즉 소아치과에서 치료계획을 세울 때는 KISS(Keep It Simple and Short)를 고려해야 한다.

 

치료 원칙의 단순화를 위한 예로는 2급 와동이거나 와동의 크기가 큰 경우에는 S.S. Crown으로, 예후가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좀 더 외과적 방법으로(신경치료, 발치)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치료 시간의 단축을 위해서는 러버댐의 사용이 강력 추천되고 가능하면 시술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재료와 기구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치과임상을 하면서 항상 치료의 단순화, 치료시간의 단축에 고민한다면 더 좋은 생각과 방법이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deciduous에 대한 사랑이 진료 원칙에 베어 있다면 술자와 보호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치료계획이 수립될 것이다.

 

소아치과에서 치료계획을 보호자에게 설명할 때 원칙도 KISS(Keep It Simple and Stupid)이다. 덴탈 아이큐가 높지 않은 일반인에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Simple is beautiful이 보호자들이 원하는 문구이다. 단순하게 설명해야 쉽고 명확할 것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식에 해당된다. 또한 치료와 관련하여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에는 아이에게 최대한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인슈타인의 명언에서 소아치과 치료계획의 원칙을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한다


의미를 잃지 않는 선까지는 모든 것을 단순화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어리석거나 단순한 사람은 아니다.”

 


필자 약력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소아치과 수련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겸임교수
미래아동치과 원장
대한소아치과학회 광주, 전남 지부장
hoonkweon@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