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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 칼럼

유치 발치, 이것만은 명심 또 명심 하자.

[권훈 원장의 소아치과 에세이]-<15>

  • 권훈
  • 등록 2013.08.16 11:02:26

 

치과의사는 D.D.S.이고 풀어쓰면 Doctor of Dental Surgery이다. 즉 치과의사는 외과의사의 성향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수술하기 전에 외과의사가 방사선 사진을 보고 메스를 잡듯이 치과의사도 발치하기 전에 방사선 사진을 반드시 확인하고 포셉을 잡아야 한다. 영구치 발치인 경우에는 대체로 그런 것 같지만 유치인 경우에는 꼭 그렇지 않는 것 같다.

 

유치의 동요도가 심하거나 영구치 치관부가 육안에 보이면 방사선 사진 촬영을 간과하는 경우가 꽤 있다. 막연하게 발치되는 유치 하방에 영구 계승치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행동 조절의 어려움이라는 변명 따위는 혹시 나중에 보호자와의 법적 분쟁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실제로도 방사선 사진을 찍지 않고 그냥 발치만 하였다가 몇 년 후 보호자의 항의를 받는 경우도 있다. 왜 아직도 영구치가 아직도 나오지 않느냐고? 그때서야 방사선 사진을 촬영해 선천적으로 영구치가 없다고 설명한다면 그것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보호자는 별로 없을 것 이다. 따라서 모두가 주지하듯이 영구 계승치가 선천적 결손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에 유치 발치 전 방사선 사진 촬영은 부모님의 유언처럼 꼭 지켜야 한다.

 

유치 발거 시 방사선 사진 꼭 촬영해야 한다. 아무리 많이 흔들거려서 사진 찍다가 발치가 되더라도 찍어야 한다. 방사선 사진 없는 유치 발치는 나중에 큰 화를 부를 수 있고, 보호자에게 설명할 증거로써도 반드시 필요한 법적인 자료이다.

 

유치를 발치하기 전에 방사선 사진을 이용하여 아이에게 직접 설명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러한 설명은 아이로 하여금 왜! 발치를 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고, 아이가 치료에 직접 참여할 수는 기회도 줄 수 있고, 보호자도 의사의 설명을 아이와 함께 들을 수 있다.

 

치과임상에서 모든 진료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발치는 신중을 열 번을 기해도 부족하지 않다. 왜냐하면 발치는 비가역적인 진료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보호자가 원하는 발치와 술자가 진단해서 판단한 치아가 서로 다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보호자는 동요도가 심한 #71만을 생각하고 있는데 치과의사가 보호자의 사전 동의 없이 $71, 81을 발치하는 경우 의료사고처럼 크게 확대될 수 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방사선 사진이 있다 하더라도 보호자에게 의사의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기에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야기될 수 있다.

 

유치 발치 전에는 한 번 더 발치할 치아를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꼭 지켜야 한다.

 

유치 발치와 관련하여 발생된 의료사고를 주변에서 간간히 들을 수 있다. 환자와 치과의사모두 에게 치명적인 의료사고는 영구치 발치다. 상악 측절치가 왜소치인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특히 동요도가 심하지 않는 유전치를 발거해야 하는 경우에는 유치인지 영구치인지 재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악 측절치가 왜소치인 경우 유전치와 그 모습이 비슷하므로 발치 시 주의가 요구된다.

 

발치된 유치를 환자가 삼키는 것 또한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런 경우 치과의사, 환자, 보호자에게 최근 유행어인 고객님, 많이 당황하셨어요?”라는 상황이 연출된다. 발치된 치아의 흡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치할 치아 주변을 거즈로 감싼 후에 발치하거나 거즈로 인후부위에 방어막을 만든 후 발치해야 한다. 혹시 아이가 치아를 흡입한 경우라면 우선 술자부터 절대 당황하지 말고 환자가 심한 기침 또는 호흡 시 쌕쌕거림이 있는지를 살피고 만약 없다면 환자와 보호자를 안심시키는 것이 첫 번째 조치이다. 더 자세한 대처 방안은 치의신보(201388, 2152)를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발치할 치아 주변을 거즈로 감싸거나 거즈로 인후부에 거즈로 방어막을 만든 후 발치를 하면 치아 흡입을 예방할 수 있다.

 

치과에 비협조적인 아이 또는 잠재적으로 협조적이지만 발치 또는 주사 포비아가 있는 아이가 유치 발거를 위해서 치과에 내원하는 경우 치과의 모든 의료진이 멘붕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아이들에겐 어떠한 행동조절 방법도 통하지 않기에 인내력 있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내원 당일에 꼭 발치를 하겠다는 의욕보다는 아이에게 발치할 날짜를 약속 받는 것이 더 현명한 결정일 것이다.

 

발치를 거부하는 아이인 경우라면 절대 적극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피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아이를 설득하는 것은 술자의 책임이 아니라 보호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치과의사란 직업의 첫 번째 목적이 사람들로 하여금 잘 먹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에 발치를 안 아프게, 빠르게, 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기에다 발치할 때 먹는 즐거움까지 추가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겁이 많고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방사선 사진을 촬영할 때 마시멜로(Marshmallow)를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시멜로는 설탕, 시럽, 전분 등으로 만든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젤리 같은 과자인데, 필름을 입안에 넣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에게 필름의 대체용으로 마시멜로를 사용하여 먼저 연습을 한다. 그 다음에는 필름위에 마시멜로를 얹어 사진 촬영하면 마시멜로의 부드러운 촉감으로 필름의 딱딱함을 완화시키고 아이의 긴장감도 해소될 수 있다. 사용된 마시멜로는 모두 아이에게 선물로 주면 발치하면서 먹는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치 발치를 재미나게 하거나 자신의 특기라고까지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려하면서 진료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발치하기 전, 발치할 때, 발치한 후 아이의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별 대수롭지 않게 그냥 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좋은 의사는 이기성 보다는 이타성으로 가득한 사람일 것이다. 유치 발치 수가가 미용실 커트 비용보다는 못하지만 나를 위하는 것이 아이를 배려하는 것이 될 수 있으며 아이를 위하는 것이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 일이다.”라는 글귀를 명심하면 모두가 좋은 치과의사로 인정받지 않을까 싶다.

 

 

필자 약력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소아치과 수련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겸임교수
미래아동치과 원장
대한소아치과학회 광주, 전남 지부장
hoonkweon@yahoo.co.kr